“현금 확보하고 펀드 분산 투자하라”
  • 송종호│서울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2.16 14:12
  • 호수 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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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에 빠진 국내외 금융 시장 상황,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효과적인 재테크 전략
2월12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코스피는 1840선마저 무너진 가운데 코스닥은 30포인트 이상 하락한(-4.65%)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 연합뉴스

“설 연휴 후 주식시장이 개장하는 이틀 동안 반등이 없으면 결국 헬게이트가 오픈될 것이다.” 설 연휴 기간 일본 폭락장을 지켜보던 한 국내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걱정과 우려 섞인 입장을 자신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렸다. 그리고 결국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설 연휴 누적된 국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주식시장은 이틀 연속 급락했다. 연휴 직후인 2월11일 3% 가까이 하락한 코스피지수는 다음 날에도 1% 넘게 하락하며 1830선으로 내려앉았다. 코스닥지수는 2영업일 동안 72.86포인트가 내려가며 1년 전 주가로 되돌아갔다.

악재는 일본에서부터 시작됐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중앙은행 총재가 지난 1월29일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전격 결정한 후 예상과 달리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판단 오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해 엔화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해 금융 시장 불안 심리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 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중국 시장이 춘제(설) 연휴로 아직 개장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터질 뇌관이 남았다는 점이다. 중국 본토 주식시장이 2월15일 거래를 재개하면서 연초보였던 폭락 상태가 재현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기 둔화, 유럽은행의 부실화 가능성, 일본 주식시장의 급락, 개성공단 중단 등 남북한 간 긴장 고조, 여기에 중국 시장까지 요동칠 경우 한국 금융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터진 악재들에 여의도 증권사는 앞으로의 투자 전략, 생존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단기간의 공포는 오히려 좋은 투자 기회”

대신증권은 1700선까지 코스피지수가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은 “올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에 지수가 17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봤지만, 그 시기가 빨리 왔다”며 “일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오히려 엔 강세를 강화하고 있어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3월 이후 유럽이 정책 대응을 하겠지만, 이 역시 방어력이 약할 것”이라며 “믿었던 정책 효과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다는 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실장은 “엔 강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IT(정보기술)업종과 자동차업종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물론 충분히 상승한 종목은 피하고, 그간 강세를 보여왔던 제약·바이오주는 투자 결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이은 하락장 속에서도 현대차그룹 3형제의 급등세는 계속됐다. 엔화 강세가 계속되면 북미와 유럽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 일본차를 상대로 경쟁을 벌이는 국내 자동차업계가 혜택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화 가치 강화로 인해 자동차주 외에도 대표 수출주들의 주가가 동반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증시가 갑자기 나빠지자 투자자들이 업종의 대표주를 찾는 효과도 함께 반영돼 이들 종목의 상승폭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환율효과는 일시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기업 실적에 주목하며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가치 투자와 장기 투자 철칙을 지켜온 메리츠자산운용의 존리 대표는 “단기간의 공포는 좋은 투자 기회”라고 정리했다. 그는 “시장이 급변한다고 투자 전략을 바꿀 이유가 없다”며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하락하는 시장은 다시 반드시 반등하게 된다”고 자신했다.

다양한 자산에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정욱 미래에셋증권방이역지점장은 지금을 “비정상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하고, “위험 자산을 20~30%까지 축소하고 일부는 롱숏펀드로, 그리고 미국 달러를 보유하는 것도 생존법”이라고 말했다. 박 지점장은 “저점 상태인 미국 기술주 헬스케어 관련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로 분산 투자하는 방법 등도 노려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은 기다려라. 섣불리 움직여선 안 돼”

저가 매수 시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프라이빗뱅커(PB)도 많았다. 이노정 한국투자증권 잠실지점장은 “지금은 저가 매수 시점이 아니다”며 “제약과 바이오가 급락하고 있고, 현대차·기아차 등 환율 혜택을 받는 주식들이 반등하고 있지만, 향후 한 번 더 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영환 대신증권 도곡역지점PB는 “추가 투자안을 찾기보다 지수가 안정세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고, 이미 투자된 부분은 바닥에서 매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신동일 KB도곡스타 PB센터 부센터장은 현금 확보와 주가연계증권(ELS)의 소폭 보유와 함께 국내펀드 가운데 배당 수익형 펀드 등에 분산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로 골드바와 달러 현찰 매수 등의 방법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안전 자산 수요가 몰리면서 골드바와 달러뿐만 아니라 채권 시장에 대한 수요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국고채 금리는 줄곧 하락하며 지난 2월11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766%로 사상 첫 1.7%대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31.0bp(1bp=0.01%포인트)나 하락한 셈이다. 국고채 3년물도 1.450%로 연초에 비해 21.2bp 하락했고, 1년물 금리도 1.451%로 연중 최저 치를 갈아치웠다.

이처럼 글로벌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안전 자산인 채권에 대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예산 조기 집행 등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데 이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확대되면서 채권 가격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채권 시장으로 수요를 몰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유선웅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을 시작으로 한 각국의 통화 완화, 안전 선호 심리 강화, 국내 경기의 하강 징후 등으로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에서 경제 상황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 10년물 이상 장기물을 중심으로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채 10년 물도 전날 1.659%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저점인 1.64%에 근접하고 있어 국내 채권 금리의 추가 강세 가능성은 더 커지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재연 KDB대우증권 PB클래스갤러리아 이사는 “태풍 속에서 진주를 찾아야 한다”며 “지금은 오히려 좋은 종목을 싸게 살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서 이사는 “투매에 동참해 시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며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미 수익을 낸 자산들을 안전 자산으로 이동시키고 위험에 대비하는 자세로 시장을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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