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해진 MBC, 정권 결탁해 자발적 부역”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2.16 15:42
  • 호수 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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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녹취록 공개’로 파문 일으킨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 시사저널 박은숙

벌써 4년째, MBC 해직 언론인들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채 지난한 싸움을 하고 있다. MBC 노조가 2012년 1월부터 7월까지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파업하자, 사측은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최승호 PD, 박성제기자 등을 해고했다. 해직자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에서 이겼다. 하지만 싸움은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회사가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했기 때문이다.

언론과 정권 결탁, 방송판 <내부자들>

이런 상황에서 MBC 경영진이 당시 노조원을 증거도 없이 불법적으로 해고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증거가 나왔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편성제작본부장을 역임했던 백종문 MBC미래전략본부장이 2014년 4월 보수 매체 관계자와의 회동에서 “최승호하고 박성제는 증거 없이 해고시켰다. 가만 놔두면 안되겠다 싶어가지고 해고를 시킨 거다”면서 “해고시켜놓고, 나중에 소송이 들어오면 그때 받아주면 될 거 아니냐”고 말한 녹취파일을 확보했다. 이는 당시 회동에 함께했던 참석자의 제보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녹취록에는 MBC 경영진 핵심인사가 회사 문제와 관련해 보수 우익 매체와 유착한 정황이 담겨 있다. 또 이를 통해 경영진이 <PD수첩> 등 시사 프로그램이 진보적 이슈를 다루지 못하도록 구성원을 압박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최승호 PD는 2월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MBC 경영진은 ‘누가 괘씸한 놈들이냐, 누가 우리에게 더 많이 반대했고 비판을 했나, 누가 앞으로 우리의 기조에 반해서 (방송을) 만들 것인가를 기준으로 징계하고 교육발령 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MBC 녹취록 공개 사태가 언론이 정권과 결탁돼 자발적 부역을 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영화 <내부자들>과 유사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녹취록 공개 파장은 MBC의 보복성 보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MBC 측은 녹취록에 대해 즉각 “선거철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했다. 또 녹취록 공개 다음 날인 1월25일 MBC <뉴스데스크>는 최 의원의 선거법 위반 논란을 보도했다. 최 의원이 1월14일 출마 기자회견을 한 후 경기도 남양주시청 사무실을 돌며 인사를 하고 명함을 돌리는 등 선거운동을 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는 이미 5일 전 지역 언론에 단신으로만 게재됐다. 이 때문에 최 의원은 “보복성 보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2월2일 최 의원과 만나 녹취파일 공개의 전말과 MBC의 보복성 보도 논란 등에 대해 들어봤다.

MBC 녹취록 공개 파장이 크다.
MBC 문제 파장은 이것보다 더 커야 한다. 사실 동료 언론인들이 동업자 의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야 하는 게 아닌가. 그게 안 돼서 한편으로 놀라고 있다.

폭로하게 된 계기가 있나?
4년 동안 방송 정상화 문제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정치인이 방송과 싸우는 거 못보셨지 않나. 언론과 싸우기 힘들다. 열심히 해도 누구도 주목 안 한다. 그래도 그 덕에 제보를 주셨다. 제보 주신 분이 제가 방송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라 믿었기에 고민 없었다고 했다. 저도 국회의원 300명 중 저를 믿고 주신 데 대해 감사했다. 그 마음 배반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보자가 보수 언론 해직기자인데, 검증은 어떻게 했나?
그분이 녹취록의 배경이 되는 회의가 열린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그분이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분이 저에게 제보를 해주실 때 녹취 파일을 편집해서 가져온 게 아니다. 6시간 분량으로 내용 모두가 담긴 것 그대로 줬다. 목소리가 당사자 것이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MBC가 우파 언론과 교류하는 걸로 나타나는데.
그 전에는 ‘MBC가 왜 이렇게 찌질해졌을까’ 하고 생각했다. 흔히 사람들이 얘기할 때도 민주 정부 때 잘 싸워준 MBC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맥을 못 추느냐고 한다. 녹취록을 보니 그럴 만큼 위에서 압박한 거다.

MBC 반발이 거세다. 녹취록 공개를 ‘선거철 정치공작’이라고 한다.
거꾸로다. 말도 안 되는 군색한 이야기다. 정치인은 선거가 가까울수록 언론사와 싸우는 게 좋지 않다. MBC 측에서는 제보가 나에게 들어간 걸 알았더라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기에 오히려 폭로하지 못했을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MBC가 언론 보도를 자기방어용 무기로 쓴다”

MBC가 최 의원의 선거법 위반 의혹을 보도했다.
지역 언론에 나온 기사를 5일 지나서 공영방송에 실은 것은 정말 이례적이다. 명백한 보복이라고 생각한다. 저뿐 아니라 모든 분이 그렇게 말한다. 이런 사태를 각오했다. 선거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서는 사실 다른 후보분들도 저와 비슷한 일이 많았다. 그건 보도가 안 됐는데 이번 것만 보도됐다. MBC가 언론 보도를 자기방어용 혹은 남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한 것이다.

이 보도를 해야 했을 MBC 구성원에게 어떤 감정이드나?
우리가 2012년 총선을 이기지 못하고 그해 대선에서도 패했다. 방송 정상화 기회를 가져오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자기가 처한 조건에서 공정방송을 위해 뭔가는 해달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방송 정상화 문제가 계속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해놓은 정권의 방송 장악 결과물을 현 정권이 향유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10이면 그중 언론이 8이다. 국민의 눈과 귀가 되는 방송이 제 역할을 못하면 안 된다. 향후에도 문제가 있는 종합편성채널 솎아내기 등 언론 개혁 활동에 힘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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