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벤츠, 안전장치에 망막 손상”...독일 본사상대 소송제기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2.16 17:54
  • 호수 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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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없이 안정장치 터졌는데...벤츠 오작동에 대해 책임져야”
그래픽=시사비즈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하 벤츠)가 2억5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사고 발생시 목 꺾임을 방지하는 벤츠의 넥 프로(Neck-Pro) 시스템이, 오히려 차주의 망막과 청각을 손상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차주는 충돌상황 없이 갑작스럽게 작동된 안전장치에 중상을 입었다며 기술결함 의혹 등을 제기한 가운데, 벤츠는 사고 위험성을 인지하고 안전시스템이 작동한 것으로 결함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소송 피고로 벤츠 한국법인 뿐 아니라 벤츠 모기업인 다임러 아게(Daimler AG)까지 포함돼 있어, 독일 본사 반응에 이목이 쏠린다.

◇ 충돌 없는데 갑자기 헤드레스트 ‘꽝’ 하고 튕겨나와

벤츠가 개발한 넥 프로(Neck-Pro) 헤드레스트는 전자 컨트롤 시스템과 연계돼 센서가 일정 강도 이상의 후방 충돌을 감지할 경우 헤드레스트가 순간적으로 이동해 탑승자 머리를 지지한다. /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송모씨(56)는 2014년 12월19일, 같은 해 4월 구입한 벤츠 E350 차량을 몰고 골목길로 진입하기 위해 우회전했다. 그 순간 택시 한대가 송씨 자동차를 빠른 속도로 추월해 지나갔다. 송씨 차와 택시 간 충돌이나 접촉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송씨 운전석에 장치된 넥 프로 시스템이 작동했다.

넥 프로 시스템이란 후방충돌 시 작동하는 안전사양이다. 차량에 장착된 센서가 일정 강도 이상의 후방 충돌을 감지할 경우 헤드레스트가 순간적으로 40㎜ 앞으로, 30㎜ 위로 이동해 탑승자 머리를 지지한다. 사고 당시 우회전을 위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던 송씨는, 갑작스럽게 튕겨 나온 헤드레스트에 오른뺨을 강타 당했다. 송씨는 충격에 청각 이상과 좌안 망막박리 등 상해를 입었다.

사고 뒤 송씨는 벤츠와 차량을 판매한 한성자동차 관계자에게 “사고 당시 자동차에 아무런 충돌이 없었지만 넥 프로 시스템이 작동했다. 헤드레스트가 굉음을 내며 작동해 청각과 시각에 손상을 입었다”며 “자동차사용설명서에는 넥 프로 시스템이 특정 강도의 후방 추돌 시 작동한다고 기재돼 있다. 추돌이 없었음에도 넥 프로가 작동한 것은 설계 결함이 의심된다”고 항의했다.

이에 벤츠 측은 사고조사결과보고서를 통해 “넥 프로는 벤츠의 프리 세이프 플러스(PRE-SAFE PLUS) 시스템 중 하나다. 충돌 뿐 아니라 충격을 피하거나 완화시키기 위해 설계된 장치”라며 “즉, 충돌없이도 운전 상황과 주변 여건 등을 근거로 전개될 수 있다. 송씨 차량 역시 충돌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해 규정대로 작동됐던 것”이라며 무고를 주장했다.

프리 세이프 플러스는 벤츠의 탑승자 보호 기술인 프리 세이프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플러스 버전은 벤츠 주장대로 센서가 주변 정보를 읽고 사전에 안전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다. 다만 송씨는 2014년 국내에 판매된 벤츠 E클라스에는 프리 세이프 플러스가 아닌 프리 세이프가 탑재돼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송씨가 받은 자동차설명서에도 탑재된 안전 기능을 프리 세이프라고 기재하고 있다.

한성자동차는 사고 후 고객지원확약서를 송씨에게 송부했다. 확약서에는 “넥 프로는 주변 여건에 따라 정확히 작동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재발 시 차량 보증서에 기재된 소비자분재해결 기준에 의거해 처리할 것”이라고 쓰였다. 다만 고객만족차원에서 ▲진료비의 실비 제공 ▲넥 프로 시스템 교환 ▲타이어 4개 교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벤츠 변명 모순, 제조사로서 책임 져라” 

송씨가 한성자동차로부터 받은 벤츠 자동차설명서에는 E350에 프리 세이프 플러스가 아닌 프리 세이프가 탑재됐다고 기재하고 있다. 넥 프로 시스템은 추돌 상황에서 작동한다고 적시됐다. / 사진=박성의 기자

송씨 측은 벤츠가 모순된 변명을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벤츠가 송씨에게 자동차를 판매하며 제공한 사용설명서에는 넥 프로 시스템이 후방추돌 없이 작동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다. 송씨 측 변호인은 “벤츠 주장대로 위험상황만으로 헤드레스트가 전개될 수 있다면, 벤츠가 판매한 모든 E클래스 사용설명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시돼야 한다”며 “벤츠가 미국에서 판매한 E클래스 사용설명서를 보더라도 이와 같은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벤츠가 주장하는 프리 세이프 플러스는 애초 내 차에 탑재되지 않았으며, 설명서에도 프리 세이프라고 쓰여있다. 벤츠가 자동차 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고객을 의도적으로 속이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토로했다.

송씨는 벤츠와 한성자동차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일부 기술을 왜곡하고 있다며, 이는 윤리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고 발생 후 8차례가 넘는 접촉에도 벤츠 측은 “타이어를 교체하고 병원비를 책임지겠다”고 밝혔을 뿐, 차량 교환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차주를 보호해야할 안전 장비가 오히려 상해 원인이 됐음에도, 근본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언제든 같은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송씨는 지난해부터 폴크스바겐 디젤차량 조작사건 집단소송을 대리 중인 법무법인 바른과 손을 잡았다.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17일 벤츠가 외부 충격 없이도 상해를 입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야 할 보호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며 벤츠 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2억5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다. 벤츠 코리아 모회사인 다임러 아게 역시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배상책임을 지라며, 피고 명단에 포함시켰다.

다임러 아게 측은 “한국에서 발생한 소송을 벤츠 코리아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벤츠 코리아와 한성자동차 측은 “차량 설계에는 이상이 없으며 사측 입장은 향후 재판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송씨는 “고가의 돈을 주고 벤츠를 구입했지만, 사고 후 기술에 대해 문외한인 나를 속이려는 회사 측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사고 충격으로 신경안정제까지 처방받았다. 외상후유증으로 정신과치료도 받고 있는 상태”라며 “벤츠는 넥 프로 시스템에 대해 진실을 말해야 한다.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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