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사재출연, 현대상선 기사회생?
  • 하장청 기자 (jcha@sisapress.com)
  • 승인 2016.02.19 16:13
  • 호수 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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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책임 경영 환영…회생 가능성은 안개속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그룹 제공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그룹 제공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 회생에 발벗고 나섰다. 현대상선은 현정은 회장 측이 300억원을 들여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지난 18일 현대그룹은 “현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한 고강도 자구안의 일환으로 300억원 규모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현 회장과 그의 어머니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을 대상으로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보통주 600만주, 총 3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모처럼 주가도 활짝 웃었다. 19일 현대상선은 전일대비 200원(7.46%) 오른 288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22% 넘는 급등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6거래일 동안 16.78%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 회장의 이 같은 유증 참여는 현대상선이 지난 2일 채권단에 제출한 재무구조 개선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현 회장과 김 이사장은 각각 400만주(200억원), 200만주(100억원)씩 배정받게 된다. 신주 주당 액면가액은 5000원, 상장 예정일은 내달 4일이다.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최대주주로 특별관계자 지분을 합쳐 27.4%를 보유 중이다. 김 이사장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율 6.1%를 갖고 있는 주요주주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의 사재출연으로 대주주 책임 경영 의지가 반영됐다”며 현대상선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자구안을 마무리해 조기 경영정상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현 회장은 사재출연을 꺼리며 몸을 사린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일각에선 지난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참여 의사 표명이 현 회장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달 29일 현대아산 주식을 374억원에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하고 현대증권 보유주식을 담보로 327억원을 차입해 7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엔 현대아산 주식을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하며 일부 자산 담보로 4500억원을 마련했다.

현대그룹은 오는 3월까지 현대상선은 추가 유동성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한차례 매각이 무산됐던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3사에 대한 공개 매각을 진행 중이다. 인수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오는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고 있다.

벌크전용선 사업부와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50%+1주 등 추가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5일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또 공모∙사모사채, 선박금융 등 비협약채권에 대한 채무조정, 용선료 인하 등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그룹 측은 자구안이 현실화될 경우 5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채권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비협약채권 조정을 요청할 경우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비협약채권 조정 성공 가능성을 전제로 출자전환, 금리인하, 만기 연장, 자금 지원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증권업계는 현 회장의 현대상선에 대한 유증 참여를 반겼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출연 금액이 유동성 해소에 충분하진 않지만 대주주들의 책임 경영을 통한 적극적 행보 기대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그룹 자구안에도 불구, 현대상선의 부채 규모가 6조원에 달해 회생 가능성은 여전히 안개속이라고 주장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자구계획 실행안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며 “해운업황 호전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현대상선 재무구조 개선 여부가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현대상선의 지난해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11.5% 감소한 5조7665억원, 영업손실은 2535억원으로 적자폭이 늘었다.

현 회장의 유증 참여로 일단 한 차례 고비는 넘겼지만 유동성 위기가 끝난 건 아니다. 자금 압박은 여전히 높다. 오는 4월과 7월, 각각 2208억원, 2992억원의 채권 만기 도래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도 부담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상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에서 B-로 두 단계 하향했고, 한국기업평가는 장기신용등급을 B+에서 B-로 내리며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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