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맏형 제주항공, 승객 불편 사례 늘어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2.2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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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진 외형만큼 안전과 운영 시스템 등에 심혈 기울여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제주항공이 안전 문제와 운영 미숙으로 도마 위로 오르고 있다. /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에서 예약·발권 시스템 오류로 또 다시 승객이 불편을 겪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기내여압장치 사고부터 지난달 12일 조종석 창문 균열, 21일 통신 장비 고장에 이어 이번 예약·발권 시스템 오류까지 최근 들어 승객 불편 사례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커진 외형만큼 안전과 운영 시스템 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제주항공는 지난해 6080억원 매출에 5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도 실적과 비교해 각각 19.1%, 74.2%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47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7.3%가량 늘었다.

누적 탑승객 수도 LCC(Low Cost Carrier·저비용항공사)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제주항공은 취항이후 6년11개월만인 2012년 5월 누적탑승객 1000만명을 돌파했고 이로부터 2년2개월만인 2014년 7월 누적탑승객 2000만명을 넘어섰다. 다시 1년6개월만에 LCC에선 처음으로 탑승객 300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성장세는 가파르나 제주항공은 안전 문제와 운영 미숙으로 잇달아 도마에 오르고 있다.

19일 오전 제주항공 예약·발권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인천국제공항에서 국제선 7편 출발이 지연됐다. 대구에서도 이날 오전 9시5분 제주로 출발할 예정이던 제주항공 7C701편과 오후 4시5분 출발 예정이던 제주행 제주항공 7C705편도 각각 34분, 25분 늦게 출발했다.

이로 인해 승객 500여명이 공항에 발이 묶인 채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제주항공에 예약발권 시스템을 공급하는 SITA사에서 19일 오전 6시40분께 시스템을 점검하는 과정에 오류가 생긴 탓이었다. SITA는 전세계 140개 항공사에 예약발권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로 국적사 중에는 제주항공에 서비스를 공급한다.

불과 한 달 전에는 기체 결함으로 인한 승객 불편도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오후 10시 5분경 부산에서 출발해 괌으로 갈 예정이던 제주항공 7C3154편의 통신 장비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고장 수리를 위해 24시간 지연 운항이 결정되면서 예정대로 출발하지 못하게 된 승객 150명이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제주항공 기체 결함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2일에는 제주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 오사카에서 김포공항으로 운항할 예정이던 7C1383편이 출발 준비 중 조종석 왼쪽 창문에서 미세한 금이 발견됐다.

이로 인해 승객들은 예정보다 8시간 이상 늦어진 13일 0시50분 출발해 오전 2시5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원래 목적지인 김포공항은 커퓨(Curfew·운항금지시간)에 걸려 항공기가 착륙할 수 없었다. 승객들은 제주항공이 제공한 리무진 버스로 귀가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기내압력 조절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사고가 났다. 새벽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제주항공 비행기가 고고도 운항 중 기내 압력 조절 장치가 작동되지 않아 비행 고도를 1만피트(3000m) 급강하 했다. 이 과정에서 탑승객들은 20여분간 공포에 떨었고 일부 승객이 호흡 곤란과 고막 통증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고를 준사고로 규정하고 사고 원인 조사 중에 있다. 준사고는 사람이 사망하거나 항공기의 중대한 손상 등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사고를 뜻한다.

제주항공은 지난 5년간 LCC 중에서는 에어부산과 함께 가장 많은 준사고를 냈다. 17일 국토교통부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준사고 3건을 냈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은 비정상운항으로 분류된 항공안전장애 현황에서도 에어부산 10건에 이어 8건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정비불량과 기체결함 등으로 승객이 불편을 겪은 건 수도 제주항공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강동원 의원(국토교통위원회)이 지난달 12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부터 지난해 6월말까지 2년 6개월동안 제주항공이 정비불량, 기체결함 등으로 인해 운항지연 및 결항사태를 낸 건 총 159건이다. 대한항공이 가장 많은 303건을 냈고 저비용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이 183차례 발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저비용항공사 별 과징금 처분 이상 안전사고 횟수는 제주항공이 7건으로 가장 많다. 티웨이항공 5건, 이스타항공 4건, 진에어 1건, 에어인천 1건, 에어부산 1건 등으로 나타났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준사고와 대형사고는 종이 한 장 차이로 항공 사고는 작은 부분에서 문제들이 발생해 복합적인 요인들이 겹쳐져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성장하는 저비용항공사들의 경우에도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장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안전과 운영 시스템 개선에 더욱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운항 안정성과 운영 시스템 개선을 위해 3월까지 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예비엔진 2대를 구매하고 올 하반기에는 150억원을 투자해 조종사 모의훈련장치(SIM)를 직접 구매해 운용하기로 했다. 또 항공기 운항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시하고 신속한 정보 공유와 처리를 위한 운항 통제시스템을 올해 안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전관리시스템(SMS IT)도 도입해 그 동안 축적한 안전 저해 요소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위험요소를 사전 예방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비행안전문서 관리 시스템 개발 작업도 1분기 안에 끝마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비행스케줄과 편조 관리를 위한 비행근무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피로관리시스템(FRMS)을 도입하며 항공기의 비행 전후 철저한 사전점검을 통한 예방정비와 정비사를대상으로 일대일 맞춤형 현장교육도 강도 높게 실시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또 이번에 발생한 예약·발권 시스템 오류에 대해선 재발 방지를 위해 SITA 등과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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