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도입 ‘YES’, 내 지역구엔 ‘NO’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2.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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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후보지 원주·칠곡·평택·대구·부산·군산 등 거론…해당 지역 여당 의원 속앓이
2월16일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열린 ‘호혜 평등한 한·미 관계를 바라는 시민발언대 196차 미 대사관 앞 집회’에서 사드 배치를 강요하는 미국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에 ‘찬성’을 외치던 일부 국회의원의 목소리가 최근 작아졌다. 사드 배치 후보지로 검토되는 지역이 언론에 보도되면서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인 2월7일부터 사드 배치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드 배치 후보지도 거론됐다. 현재로서는 강원 원주, 경북 칠곡, 부산 기장, 대구 동구, 경기 평택, 전북 군산 등 6개 지역이 꼽힌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의 의원은 ‘눈치작전’을 하고 있다. 사드 도입을 찬성하고 나섰더라도 자신의 지역구에 설치하는데 대해선 쉽사리 찬성 의견을 밝히지 못한다. 이른바 국회에서 벌어진 ‘사드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이다.

사드 찬성 의원들 지역구 배치 여부에는 ‘침묵’

이 현상이 만연한 까닭은 사드 도입지가 정해지면 해당 지역사회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환경 문제가 우려된다.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가 100m 이상에서는 인체에 악영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 등 전문가는 “믿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게다가 사드배치가 확정되면 부지 문제로 지역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사드 포대 전방 3.5㎞에 출입이 통제된다. 반경 5.5㎞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도시 개발도 제한된다.

이 때문에 지역구 국회의원은 섣불리 의견 밝히기를 꺼려 한다. 지역구의 사드 배치를 거론하고 나섰다가 4월에 있을 총선에서 후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인사로는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경기 평택 갑),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대구 동구 을)이 대표적이다. 원 원내대표는 2월15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는 “자위권 차원의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대북 억제 수단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본다”면서 사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평택 도입과 관련해서는 “왜 평택을 콕 집어서 이야기하느냐”면서 “거론되는 지역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드 찬성론자’ 유 의원 측도 “아직 지역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같은 상황에 놓인 여당 의원도 시사저널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마찬가지 모습을 보였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 측은 “안보 때문에 사드는 배치돼야 한다”면서도 “지역 배치와 관련해서는 아직 얘기 나온 바 없다. 먼저 이야기할 수는 없다. 만약 결정되면 지역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강원 원주 갑)은 “사드는 가장 효율적인 미사일 대공 시스템을 갖추는 것으로, 전문적인 검토를 거쳐 그 지역이 어디든 국민적 공감을 해줘야 한다”면서도 “알아보니 원주는 입지 여건상 사드가 들어갈 만한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한 새누리당 의원은 사드에는 찬성하면서 “우리 지역에는 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드의 지역 배치설을 일축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나는 4월 총선에서 다른 지역구에 출마한다. 이번 임기 때 후보지가 결정되지 않으면 입장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사드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야당의원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애초부터 사드를 반대한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전북 의원들을 중심으로 적극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전북 군산)은 “군산의 사드 배치 후보지 검토는 전자파와 같은 일반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수조 원이 투자된 국가 사업 새만금 개발에 막대한 차질을 빚어 손실과 피해가 전북 도민과 나아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며 군산의 사드 배치 후보지 제외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2월15일 최규성·김춘진·김성주·김윤덕 더민주 의원과 함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찾아가 사드 배치 협의 시 후보지에서 군산을 제외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의 자치단체와 지역 정가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대 의사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여권 인사인 공재광 평택시장은 사드의 지역 도입에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평택시가 이미 미군기지 이전 시 대추리 주민들은 물론 시민의 반목과 갈등의 아픈 과정을 겪는 등 희생을 감수했다”며 반대했다. 전북도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유력 후보지 중의 하나로 군산을 거론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강원도당도 “설령 국가안보 차원에서 사드의 국내배치가 결정되더라도 강원도가 대상지로 거론되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는 성명서를 냈다.

원유철 (왼쪽), 유승민 (오른쪽) © 시사저널 박은숙ㆍ연합뉴스

지자체·야당·지역사회 “배치 반대” 한목소리

지역사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부산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사드가 기장 지역에 배치될 경우 기장 주민은 물론, 해운대를 비롯한 인접 지역의 주민들이 항시적으로 중국의 미사일 공격에 노출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선우 대구경북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대구와 경북만 사드 배치가 안 된다는 의미를 넘어 한반도 전체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 자체가 안 된다”면서 “대구와 경북도 지자체가 사드 배치 불가 입장을 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중서 군산 미군기지 우리 땅 찾기 시민모임 사무국장도 “정치권이나 지자체는 우리 지역만 아니면 괜찮다는 발언을 한다. 님비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면서 “사드가 필요하다면 여당 의원은 우리 지역구에는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사드가 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말 아닌가. 득표 이익만 계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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