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렉서스, 추락하는 점유율에 ’속수무책‘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6.02.23 15:50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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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로 반격 채비...저유가와 제네시스가 복병

도요타 고급브랜드 렉서스(Lexus)는 정숙함의 대명사다. 소리 없이 잘 나가는 특유의 주행성능으로 독일차가 선점한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꿋꿋하게 입지를 다져냈다. 하지만 유독 한국 시장에서는 기를 못 펴고 있다.

독일 3사 판매량이 견고한 상황에서 제네시스라는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가세했다. 주력 모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세워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유가하락 영향에 전망이 좋지 않다.

◇ 10년 전 BMW 보다 잘 나갔던 렉서스

그래프=시사비즈

10년 전 렉서스는 국내 수입차 시장 절대강자였다. 2005년 수입차 매매상으로 일했던 김모씨는 당시를 “강남에 돈 있는 사장님들은 누구나 렉서스를 타고 싶어했던 시절이다. 독일차보다는 일본차라는 인식이 팽배했다”고 회상했다.

10년 새 수입차 시장 판도는 바뀌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렉서스 신화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 자리를 채운 건 벤츠, BMW, 아우디라는 독일산 브랜드 3사다. 포드와 크라이슬러 등 미국 브랜드들도 렉서스 점유율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2005년 BMW를 밀어내고 수입차 시장 1위에 올랐던 렉서스는 2006년부터 하락세를 거듭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는 BMW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와 모기업인 도요타 보다 판매량이 떨어졌다.

지난해 뜨거웠던 수입차 인기를 등에 업고 국내 최다 판매량을 경신했지만 속사정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도요타와 미니 등을 제쳤지만, 한수 아래로 여겼던 프랑스 브랜드 푸조가 턱 밑까지 쫓아왔다. 그 사이 점유율은 전년 대비 0.03%p 하락했다.

◇ 제네시스 경쟁대열 합류...하이브리드 인기는 ‘시들’ 

렉서스 RX450h(오른쪽)과 RX350(왼쪽). / 사진=한국도요타

렉서스는 올해 판매목표를 8000대로 잡았다. 지난해 판매량이 7956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보수적인 목표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저 마다 성장을 외치는 상황에서 렉서스는 제자리 걸음을 선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론칭한 것이 렉서스 위기감을 고조시켰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시장을 놓고 보면 제네시스는 렉서스보다 한 수 아래다. 다만 국내시장에서 제네시스 대형세단 EQ900이 초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차를 따라가기도 벅찬 상황에서, 제네시스라는 경쟁자의 가세가 달가울 리 없다.

업계 우려에도 렉서스는 태연하다. 요시다 아키히사 렉서스코리아 사장은 지난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렉서스가 제네시스 경쟁 브랜드로 떠오른 것에 대해 “경쟁사에 대한 언급은 되도록 하지 않겠다.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새로운 브랜드 도입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판매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렉서스는 RX350 가솔린 모델과 RX450h 하이브리드 완전변경 모델을 상반기 내놓는다. 이 중 RX450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렉서스 하이브리드에서 가장 진보한 버전으로 꼽힌다. 복합연비는 이전 모델 대비 향상된 12.8km/ℓ다. 다만 복병은 저유가다. 뚝 떨어진 기름값에 디젤 승용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하이브리드 시장이 다소 위축될 수 있다. 여기에 현대·기아차와 독일 3사도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렉서스가 친환경차만으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수입차 딜러는 “렉서스의 강점은 실용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차라는 점이다. 다만 최근에는 실용적인 차를 찾는 고객들과 고급스러운 차를 찾는 고객층이 중복되지 않는다”며 “즉, 렉서스가 두루두루 좋은 차일 수 있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 최고의 차라고 보기도 어렵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찾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국산차로, 고급을 추구하는 고객들은 독일차로 넘어갈 수 있다. 푸조나 포드 등도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어 렉서스가 올해 얼마나 성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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