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등에 올라탄 김효주의 스타트는 'Good'
  • 안성찬 |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2.23 17:26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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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시즌 개막전 우승, 달라진 김효주에겐 든든한 YG의 매니지먼트가 있었다 ⓒ 시사저널 임준선·Penta Press연합

골프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가 동거할 수 있을까. 그 첫 시험대에 오른 곳은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현석, 이하 YG)였다.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연예계에서 거대 기획사의 한 축을 이루는 YG는 사업 영역을 스포츠까지 확장했다. YG의 자회사인 YG플러스는 여자프로골퍼인 김효주(21)가 속해 있던 지애드커뮤니케이션을 지난해 3월 인수했다. 갈수록 후퇴하고 있는 골프 선수 매니지먼트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스타를 키우고 관리하며 노하우를 축적한 YG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접근한다면 골프 선수들의 매니지먼트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시도였다.

그동안 선수나 성적 면에서는 비약적인 성장을 해온 한국 골프계지만 매니지먼트는 그 성장세를 쫓아가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선수들로 하여금 최상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선수 개개인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 YG가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이다.

“반드시 리우올림픽 티켓 따내겠다”

김효주는 올림픽 이전까지 국내 대회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대회에 3차례나 출전했던 것이 ‘독(毒)’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 사실 이전에 자신이 우승한 대회였거나 후원사가 개최하는 대회여서 빠지기가 쉽지 않았던 탓도 있었지만, 무리한 출전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탈이 났다. 지난해 4월 열린 KLPGA 투어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는 경기도중 쓰러져 응급치료를 받기까지 했다. 결국 하반기에는 체력이 바닥나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올해는 시작부터 달랐다. LPGA 투어 개막전인 퓨어 실크 LPGA 클래식에서 우승한 김효주는 동계훈련을 마치면서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를 변화시킨 요인은 무엇일까. 일단 올림픽 참가 티켓을 따내야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여기에 지난해 초반에 1승을 올리면서 내심 LPGA 신인상을 기대했으나, 스윙 리듬이 깨진 데다 체력에 문제를 일으키면서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이 그를 자극했다. 여기에는 부담도 있었다. 자신이 속한 매니지먼트사가 YG에 인수되면서 좀 더 나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고,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김효주 드라이버 커버는 지드래곤 버전

원래 김효주는 체력 훈련을 잘 하지 않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 대신에 탁구나 축구 등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으로 이를 대신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체력의 한계에 부딪쳤다. 이를 눈치챈 한연희 감독은 이번 시즌을 대비해 3주간 혹독한 훈련을 실시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 후, 식사를 마치고 18홀을 돌았다. 이후 3시간 동안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까지 샷 연습을 한 다음 쇼트게임에 집중했다. 특히 그린 주변에서 핀에 붙이거나 홀에 넣는 샷 연습을 하루에 수백 개씩 했다. 이를 마치면 바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들어갔다. 인터벌과 지구력을 위해 5㎞를 무조건 뛰었다. 한 감독은 “김효주는 전지훈련을 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부드러운 스윙 리듬을 앞세워 정교한 골프를 강점으로 했는데 이제는 드라이버도 헤드의 무게로 볼을 친다. 이 때문에 리듬이 따라주면 몰아치기가 가능하고 올해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LPGA 투어 개막전에서 나타났다. 4라운드 합계 18언더파 274타로 우승한 것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거리와 정확성에서 몰라보게 좋아진 게 지표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드라이브 평균 거리 246.91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75.88%, 그린 적중률 70.25%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256.60야드로 늘어났고, 페어웨이 안착률도 85.71%로 크게 올랐다. 아이언샷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 적중률도 75.69%로 상승했다.

이렇게 향상된 기록은 김효주에게 큰 ‘부(富)’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상금은 물론이거니와 스폰서인 롯데그룹이 김효주와 재계약을 하면서 인센티브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김효주는 2014년 롯데그룹과 국내 선수 최고 수준인 연간 13억원, 5년간 65억원에 계약했다. 프로야구 FA 대어급 계약에 버금가는 액수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도 적지 않다. 우승 시 상금의 70%, 5위 이내일 때는 30%다. LPGA 상금 랭킹 1위를 달성할 경우 3억원을 받게 되고, 세계여자골프 랭킹 1위에 오르면 5억원을 받는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포함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 10억원의 추가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그는 2014년 국내외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로 11억원을 받았다.

여기에 YG는 김효주와 결합해 서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 중이다. 김효주는 YG 대표 캐릭터인 ‘크렁크’를 헤드커버로 사용하고 있다. 드라이버 커버는 지드래곤 버전의 헤드커버다. 크렁크는 YG에서 ‘빅뱅X크렁크 버전’을 모티브로 개발한 캐릭터다. YG 소속 가수 이하이의 ‘잇츠 오버’ 뮤직비디오를 통해 소개된 이후 YG 소속 아티스트의 팬들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데 YG의 모든 콘서트나 이벤트, 서울패션위크 등 외부 행사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YG플러스 측은 2월2일 크렁크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김효주와 크렁크 헤드커버가 함께 있는 사진을 게재하며 이번 LPGA 대회 우승을 축하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의 엔터테인먼트사에 소속된 김효주가 태극마크와 투어 성적으로 스폰서가 제시한 ‘곶감’을 빼먹을 수 있을까. YG와 김효주의 동거가 가져올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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