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주식시장에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2.24 18:08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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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의 부진 속에 주목받는 제3시장 ‘코넥스’
2013년 7월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넥스 시장 개장식. © 연합뉴스

2월18일 오후 3시30분. 서울 여의도 한화투자증권의 여의도지점 객장은 썰렁했다. 번호표를 뽑고 자리에 앉아 창구 직원에게 “신규 계좌를 개설하러 왔다”고 하자 직원은 신분증을 받고 필요한 서류를 내줬다. 서류를 작성하다 ‘코넥스’ 계좌도 함께 개설하겠다고 하자 직원이 의아한 눈빛으로 기자를 쳐다보며 물었다. “코넥스요?” “네. 왜요? 코넥스 계좌를 개설하는 사람이 아직은 없나 봐요?” “네. 거의 없거든요.”

직원은 코넥스 계좌 개설을 위해서는 계좌에 예탁금 1억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기자가 소액투자자들은 별도의 예탁금이 없어도 연간 3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는 계좌 개설이 가능한 것 아니냐고 묻자, 직원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전화 너머의 사람에게 기자가 물었던 내용에 대해 질문했다. 직원은 전화를 끊고, “다른 증권사는 되는데 저희(한화투자증권)를 비롯해 몇몇 증권사는 아직 소액투자자 계좌 개설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기자는 작성했던 서류의 파기를 부탁한 후, 인근에 있는 삼성증권 여의도지점으로 갔다. 삼성증권에서는 코넥스 관련 내용들을 설명해주더니 곧바로 계좌를 개설해줬다.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종목들 ‘상승세’

소액투자 전용 계좌란 코넥스 개인투자자가 예탁금(1억원)과 상관없이 연간 3000만원까지 코넥스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코넥스 전용 계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코넥스 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해, 지난해 7월27일부터 도입됐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이은 제3시장인 코넥스에 대한 ‘개미’들의 관심을 유도함과 동시에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었다. 도입한 지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모든 증권사에서 일괄적으로 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있을 정도로 추진이 미흡한 상황이다. 이는 코넥스 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코넥스 시장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 부족과는 달리 이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난해 말부터 솔솔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코넥스 시장에 상장했다가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기업 중 이른바 ‘대박’을 쳤던 기업들에 대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2013년 7월1일 코넥스 시장이 개장된 후, 현재까지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은 총 14개사. 한국거래소 측이 지난해 11월 이전 상장 종목 중 9곳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공모가 대비 평균 51.6%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코스닥지수 상승률 12.5%의 약 4배로, 이전 상장 기업의 주가 흐름이 시장 전체 수익률을 크게 상회한 것이다. 바이오와 IT(정보기술) 기업들이 흐름을 주도했다. 현재도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종목들의 상승세가 주목받았던 것은 지난해 8월부터 중국 상하이 증시 폭락으로 인해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도 이런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주의 경우 가장 낙폭이 컸던 종목이었다. 증시 폭락의 충격에도 평균적으로 50%가 넘는 수익률을 내다 보니 증권업계 사람들 사이에서 주목할 만한 시장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박종선 미드스몰캡 팀장은 2월16일 발표한 IPO(기업공개) 관련 보고서에서 “코넥스 기업의 코스닥 상장 이전 기간 요건이 현행 45일에서 30일로 단축되고, 거래소가 핀테크·빅데이터 등의 최신 유망 기술 기업을 발굴해 상장 유치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어서 유망 기업 신규 상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도 10개에 가까운 코넥스 종목들이 코스닥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 시사저널포토

“대박 칠 수 있다” 투기 세력 움직임도 감지

코넥스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시장이 초반 우려를 벗어나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넥스는 적은 매출액, 짧은 업력 등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원활하게 수혈할 수 있게 해주자는 목적으로 출발했다. 특히 출범 초기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기업들에는 의무 사항이었던 지정감사인 제도를 면제해주면서 작전 세력이 활동하기 좋은 공간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초기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3억원 이상 기본예탁금을 낸 개인만 코넥스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시장 유동성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코넥스 주식 거래 단위도 당초 100주 이상씩만 거래할 수 있었다. 30분마다 호가를 접수해 거래가 가장 많이 체결되는 방식으로 일괄 매매를 체결시키는 단일가 매매 방식도 투자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낳았다.

하지만 이후 금융 당국에서 관련 제도 등을 보완하면서 이런 우려들을 어느 정도는 씻어냈다. 이에 따라 코넥스 일평균 주식거래 대금은 출범 당시 3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7월에는 40억6000만원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시가총액 역시 같은 기간동안 4689억원에서 4조2900억원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들의 수익률이 평균 이상을 거두면서 점차 증권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 코스닥 이전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 중 ‘알짜 회사’의 구체적 이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물론 투자자들의 우려를 덜어낼 정도로 완전히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 코스닥은 의무공시사항이 54개에 달하는 반면 코넥스는 그 절반 이하인 26개에 불과하다. 분기·반기 보고서도 의무공시에서 제외되는 등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다. 또한 코넥스 업체들이 공모 없이 상장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 싶어도 물량이 없어 살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수익률이 높은 종목들이 나오다 보니 작전 세력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공개에 한계가 있는 만큼 코넥스가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면 무조건 대박을 칠 수 있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통해 돈을 끌어모으려는 세력들의 움직임도 감지된다”면서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투자를 해서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액투자자들의 투자를 1년에 3000만원까지로 제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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