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총연맹 회장 선거는‘새누리당 외전’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2.25 18:09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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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김경재 vs ‘비박’ 허준영, 與 갈등 대리전

새누리당 내 갈등이 당 밖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자유총연맹(약칭 자총)의 회장 선거전에서다. 대표적 우익 관변단체인 자총은 친박(親박근혜)과 비박(非박근혜)으로 갈라섰다. 2월25일 예정된 선거는 여권을 대표하는 두 세력의 대리전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자총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면면을 보면 친박과 비박 색이 선명하다. 자총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경재 전 청와대 홍보특보는 친박 진영이 미는 후보로 통한다. 대표적 동교동계 인사였던 그는 2012년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을 지지했다. 그리고 2015년에 청와대 홍보특보로 일했다. 김 전 특보는 출마 의사를 밝히며 자총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국민운동단체로서 제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6대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경재 전 청와대 홍보특보(왼쪽 사진)와 허준영 전 자유총연맹 회장. ⓒ 연합뉴스

자총 관계자들은 연임을 노리는 허준영 자총 회장을 비박계 후보로 보고 있다. 허 회장이 지난해 2월 있었던 자총 회장 선거에서 이동복 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의 간부를 지낸 친박 인사다. 자총의 한 관계자는 “허 회장은 청와대에서 내려보낸 인사를 이기고 당선된 회장이다. 청와대에 밉보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측 인사, 친이(親이명박)계 인사가 허 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허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2016년 2월 초까지 15대 자총 회장을 지낸 후 출마를 위해 사퇴한 상황이다.

비박계와 친이계, 허준영 지지

친박과 비박 세력이 당내가 아닌 자총에서 갈등 구도를 드러낸 까닭은 4월에 치러질 총선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자총은 우파 단체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 때문에 자총을 장악하는 세력이 4월에 있을 총선에서 당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전통적으로 자총은 선거에서 조직을 모으는 역할을 했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는 적게는 수십만에서 많게는 수백만 명에 육박해 친박이든 비박이든 이 단체를 장악하는 것이 여론조사나 실제 득표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분석했다.

양측은 ‘선거 룰’을 두고도 공방이 치열하다. ‘공천 룰’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여당 내 친박·비박의 모습과 흡사하다. 주요 논란거리는 회장을 역임한 인물이 다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느냐다. 2014년 12월 개정된 자총 선거 규칙은 회장을 역임하거나 중도 사퇴한 인물에 대해 재출마 자격을 제한하고 있었다. 하지만 허 회장 측은 지난해 12월 회장의 선거 재출마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에 대해 허 회장 측은 “이전 규칙은 보장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의를 일으켜 사퇴한 회장의 재입후보를 막기 위한 규정이었다”면서 “정관에 있는 연임 규정과 상충되기에 재개정했고, 최종 결재권자의 결재를 받아 시행해 효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 전 특보 측인 자총의 한 고위 간부는 “허 회장 재임 시 자총은 이 규정을 바꿔놓고 공표하지 않았다”면서 “이럴 경우 무효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특보도 대의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최근 행정자치부 공문을 통해 밝혀진 사실을 보면 회장 연임 규정 개정은 통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선거의 ‘심판’을 정하는 데도 양측의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이 과정에서 자총 회장 선거관리위원회가 두 개가 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전말은 이렇다. 자총 규정에 선관위원은 회장이 지명하도록 돼 있다. 이를 근거로 허 회장은 회장 직무대행과 선관위원을 임명했다. 또 이들의 주관하에 선거를 진행하려 했다. 이에 김 전 특보 측은 “허 회장이 선관위원을 지목하고 후보 등록을 한 순간부터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행자부에 2월16일 선관위 기피신청을 냈다. 행자부는 김 전 특보의 손을 들어줬다. 행자부는 허 회장이 임명한 직무대행과 선관위원들을 해촉했다. 새 선관위도 구성했다. 기존 선관위는 이에 반발해 2월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합법적으로 구성된 선관위를 해체하고 입맛에 맞는 선관위를 구성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김경재 전 청와대 홍보특보는 친박계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자총, 고발·폭로 진흙탕 선거 활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두 세력 간 갈등은 격화하고 있다. 폭로성 진정과 고발도 줄을 잇고 있다.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까지 허 회장을 향한 선거법 위반, 비리 의혹 관련 민원이 행자부에 접수되고 있다. 그 중에는 검찰에 고발된 건도 있다. 내용은 허 회장이 자총의 비용을 부당하게 썼고, 경찰청장을 지냈던 이력을 앞세워 사전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 규정을 위법하게 바꿨다는 것. 행자부는 허 회장의 선관위 자체 구성, 규정 불공정 개정 등에 대해 시정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조치에 나섰다. 행자부는 지난해에도 자총 간부에게 수여하는 서훈을 취소하는 등 허 회장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자총 관계자는 “허 회장이 김무성 대표 등 여권 인사의 이름을 말하고 다니며 자총을 ‘정치 단체’로 변모시키고 있다”면서 “허 회장의 선거법 위반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며 지난해부터 행자부와 갈등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허 회장 측은 행자부의 조치와 제기되는 의혹에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제기되는 의혹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문제없다’고 확인받았다”면서 “법적으로도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고 했다. 또 허 회장 측의 한 선관위원은 “선거를 관리해야 할 행자부가 앞장서서 이를 조장하고 있다. 행자부는 자총 사무의 검사 및 감독을 할 수 있을 뿐 직접 인사에 개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행자부 직원은 자총에 와서 인사명령 공문을 작성하는 등 자총을 압박했다”면서 “행자부가 김 전 특보를 당선시키려는 불법적 선거 개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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