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사선량 줄었지만 어떤 후유증 나타날지…”
  • 일본 후쿠시마=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6.02.25 18:24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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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재앙의 현장 일본 후쿠시마를 가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이 후쿠시마(福島)·미야기(宮城)현을 강타했다. 진도 9.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도 1000년에 한 번 발생한다는 강진이었다. 지진이 동반한 쓰나미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덮쳤다. 이로 인해 원자로 내부의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이 발생하면서 대량의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됐다. 체르노빌 사고와 함께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평가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이렇게 벌어졌다.

이 일로 강제대피구역으로 지정된 사고 지점 반경 20㎞ 내 거주민 16만명은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현재까지도 10만여 명이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 이주민 신세로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 현민들은 방사능의 ‘보이지 않는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집 밖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도, 이곳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함부로 먹을 수도 없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일본 정부는 일부 오염지역을 제외하고는 위험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제대피구역으로 지정됐던 지역들도 제염(除染) 작업이 완료되는 순서대로 주민들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정말 일본 정부의 말처럼 후쿠시마현은 방사능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폐허가 된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해변 인근 지역.


주민들 “신경 쓰면 이곳에서 못 산다”

2시간여를 날아 도착한 곳은 후쿠시마현 북쪽의 미야기현 센다이(仙臺)시의 센다이 공항. 동일본 대지진으로 대규모 쓰나미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센다이는 후쿠시마현 북서쪽에 위치한 후쿠시마시에서 80㎞가량 떨어져 있다. 과거 인천공항과 후쿠시마 공항을 잇는 노선이 있었지만 사고 이후 없어졌다고 한다. 이곳에서 차량으로 50여 분을 달려 후쿠시마시로 이동했다.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이곳 주민들은 예상과 달리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민들의 표정에서도 이렇다 할 위기감은 읽을 수 없었다. 다만 주민들의 연령층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젊은 층 상당수가 원전 사고 이후 타 지역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국은 물론 일본 내 다른 지역이 후쿠시마현을 바라보는 눈길에는 걱정과 불안이 담겨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후쿠시마 현내의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방사능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눈치다. 후쿠시마시에 사는 사토 요시히로(佐藤純啓)는 “지금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5년이나 지났으니까. 신경 쓰면 살 수가 없다. 브라질 같은 곳은 시간당 방사능 수치가 후쿠시마보다 훨씬 높다고 하더라. 현재 방사선량은 일본 내 다른 도시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정도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후쿠시마현 이와키(いわき)시에 사는 택시기사 가토 스케(加藤俊介)는 오히려 후쿠시마현에 대한 한국의 인식에 대해 되물었다. 여기가 위험할 것이라고 답하자 그는 “정작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외국에서 한국을 바라볼 때 분단국가 내지는 전쟁 위험국으로 분류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 사람들도 그런 문제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지낼 것 아니냐. 그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외부에서는 후쿠시마를 굉장한 오염구역으로 인식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방사능 피해 자체보다 뜬소문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도 있었다. 고리야마(郡山)시에 사는 다카하시 히로시(高橋浩)는 “쌀과 관광으로 유명한 아이즈(會津)의 경우는 방사능과 전혀 관계없는 곳인데도 후쿠시마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일들 때문에 ‘뜬소문 피해(風評被害)’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권위 있는 학자들이나 의사들이 방사선 문제에 대해 괜찮다고 말하면 방사능을 걱정하는 도쿄(東京) 시민들이 ‘당신이 책임질 것이냐’는 식으로 입을 막아버린다. 그러다 보니 일본 내에서도 후쿠시마현이 여전히 위험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식재료에 대한 불안감도 상당 부분 희석됐다. 사고 이후 2~3년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현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기피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부 젊은 층을 제외하고는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거부감 없이 식탁에 올리고 있다고 한다. 실제 대형마트 식자재 코너에서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버젓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가격도 타 지역 제품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에서 발달장애 아동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시기하라 아키코(?原明子) 센터장은 “가정은 물론 학교급식에서도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걱정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지역 학생들은 주기적으로 전신 방사능 검사(Whole Body Counter)를 받는데, 그동안 피폭된 사례가 발견됐다는 얘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내 식당들도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식사를 위해 찾은 현지의 식당 주인에게 후쿠시마산 식재료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자 그는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현에서 나는 식재료들은 전량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는 등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식품 방사능 기준치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엄격하다고 말할 정도로 낮다. 일본 내 다른 도시는 물론 다른 국가보다도 안전한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다른 지역에서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주문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후쿠시마현 도시들 방사선량 수치는?

그렇다면 실제로 후쿠시마현 내 도시들의 방사능 수치는 주민들이 안심해도 될 수준일까.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후쿠시마현 북동쪽의 후쿠시마시에서 해안에 위치한 미나미소마시까지 이동하며 방사능 측정기로 수치를 측정해봤다. 원전 사고 지점으로부터 25㎞ 떨어진 강제대피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 중 원전 사고 지점과 가장 가까운 도시다. 사고 당시 피난을 권장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측정 결과, 후쿠시마시 주민 생활권 내의 방사능 수치는 대부분 0.1μ㏜(마이크로시버트)대를 유지했다. 이따금씩 물이 고인 웅덩이를 지나갈 때에는 일시적으로 0.2μ㏜대로 올라가기도 했다. 빗물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이 집결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생활권을 벗어나 산길에 접어들자 방사능 수치는 0.3μ㏜ 안팎으로 상승했다. 어떤 지역에서는 0.5μ㏜에 가까운 방사선량이 측정되기도 했다.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다 산에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방사성 물질이 도시로 흘러내려와 갑자기 수치가 높아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산에도 제염 작업을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인력과 자금 문제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미나미소마에 도착해서는 방사능 수치가 0.08μ㏜ 수준으로 다시 내려갔다. 원전 사고 지점과 가까워진다고 해서 방사선량이 늘어나는 건 아닌 셈이다.

이어 도착한 곳은 후쿠시마현 중부에 위치한 고리야마다. 원전 사고 직후 현내의 도시들 가운데 방사능 수치가 가장 높게 측정된 곳이다. 이 지역 내 공원에 있는 고햐쿠부치(五百?)라는 호수에서는 방사선량이 1.4μ㏜에 이르는 ‘핫스팟(방사선량이 높은 지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 생활권의 방사선량은 대부분 0.1μ㏜에서 0.2μ㏜ 정도였다. 또 현의 동남쪽 해안 지역이자 강제대피구역과 맞닿아 있는 이와키의 방사선량은 고리야마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으로 관측됐다. 원전 사고 당시 바람의 방향으로 인해 방사능 피해가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위에서 측정된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성인의 1년간 방사능 노출 허용치로 1m㏜(밀리시버트)를 제시하고 있다. 시간당 0.23μ㏜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본 정부도 후쿠시마 방사능 수치를 연간 1m㏜ 수준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목표치일 뿐이라는 견해가 많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인은 자연 방사능으로 인해 연간 평균 2.4mSv의 방사선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또 엑스레이 1회 촬영 시 약 0.1m㏜, 흉부CT 촬영 시 5~10m㏜ 정도 피폭된다. 담배에도 방사성 원소가 포함돼 있어 하루 1.5갑을 흡연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피폭량은 13mSv에 달한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현 내 방사선량은 위험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이처럼 방사선량을 감소시킬 수 있던 배경이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해온 제염 작업 덕이라고 자평한다. 실제 이동하는 내내 임야에 검은색 대형 비닐팩이 성벽(城壁)처럼 쌓인 풍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오염토를 걷어내 담아놓은 자루다. 제염 작업은 오염을 제거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사실상 오염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염물질을 옮겨놓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이렇게 비닐팩에 담긴 오염토를 다른 지역에 매장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시와 미나미소마시를 잇는 도로변 농지에서 오염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해당 지역에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는 모습. ⓒ 시사저널 송응철


“세슘 미립자 통한 내부 피폭 우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매장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 중 누구도 자신의 거주지 주변에 오염토를 매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어서다. 또 매장 이후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분분하다. 자칫 오염토가 흘러나와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방사능 오염이 일본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처럼 논란이 분분하다 보니 오염토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논밭에 그대로 쌓여 있는 상태다. 오래된 비닐자루에서 발견된 잡초의 흔적은 얼마나 오랜 시간 방치됐는지를 가늠케 했다.

일단 후쿠시마현 도시들의 방사선량은 대체적으로 안정된 것으로 보인다. 방사능으로 인한 주민 피폭 사례도 아직까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방사능 피해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원전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도호쿠헬프(東北 Help)도 그런 경우다. 이 단체의 가와카미 나오야(川上直哉)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제염 작업으로 방사능 수치가 낮아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아직까지 직접적인 방사능 피해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수긍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지역이 과연 안전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그 이유로 가와카미 사무국장은 ‘핫 파티클(hot particle)’ 가설을 들었다. 핫 파티클은 원자로 사고 등으로 대기 중에 방출되는 고방사능 미립자를 뜻한다. 그는 “일본 정부에서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건 전신 외부 피폭으로 인한 피해로, 이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생기려면 500mSv 수준으로 대량 피폭돼야 한다”며 “그러나 핫 파티클이 음식물이나 호흡 등 어떤 경로로든 인체에 들어와 이른바 ‘내부 피폭’을 당하게 되면 단기간에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와카미 사무국장에 따르면, 핫 파티클 가설은 원자력 전문가들로 구성된 아이소토프협회가 2012년 발표한 논문에서 언급됐다. 그러나 이후 2년여 동안 가설로만 존재해왔다. 실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 일본 기상청이 후쿠시마에서 날아온 공기 중 먼지를 추적한 결과, 그 안에서 초미세 세슘 입자를 발견해냈다. 이 일로 핫 파티클 가설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당시 관측된 입자의 크기는 0.00026㎝다. 육안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한 크기다. 음식물이나 공기 중에 섞여 있어도 전혀 인식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세슘 입자 하나에 들어 있는 방사선량은 3.8Bq(베크렐)이다. Bq은 방사능 활동의 양을 나타내는 국제 표준단위로, 초당 1회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면 1Bq이 된다. 특히 세슘은 체내에 들어가면 전신으로 흡수가 잘된다. 그래서 세슘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장기 곳곳으로 퍼져 암 발생률을 크게 높인다.

미나미소마시 해안 인근 지역에 피해 복구 공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 있다. ⓒ 시사저널 송응철

가와카미 사무국장은 “핫 파티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방사능 피해로 의심되는 사례가 빈번해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아동의 갑상선암 확진이 폭증했다는 점을 들었다. 갑상선 관련 질환은 피폭 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가 제시한 현민(縣民)건강조사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아동 가운데 116명이 최근 갑상선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 밖에 50명은 갑상선암 징후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당시 18세 이하이던 후쿠시마현 아동들을 대상으로 현민건강조사를 벌여온 바 있다. 통상적인 발병률을 적용하면 후쿠시마 현내의 아동 갑상선암 확진자는 2명 정도여야 한다. 통상적인 발병률의 60배에 가까운 확진자가 나온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호쿠헬프에는 방사선 피해로 의심되는 사례들이 끊임없이 접수되고 있다. 백혈병, 대량의 코피, 두통, 계속되는 발열, 얕은 기침, 아토피적 피부질환과 설사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원인을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가와카미 사무국장은 “내 아들도 이유 없이 대량의 코피를 쏟아내는 일이 적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지난해 아내와 아이들을 다른 지역으로 피신시켰는데 그 이후부터는 출혈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일본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시민단체들이 앞장서 각종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도호쿠헬프의 경우 현민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자들은 자금이나 직장, 가족의 반대 등을 이유로 후쿠시마현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로, 대부분 영유아 자녀를 둔 어머니들로 구성돼 있다. 도호쿠헬프는 상담자들에게 방사능의 위험성을 알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조언해준다. 또 이주를 원할 경우 타 지역 정착을 돕기도 한다.

고리야마 지역에서 활동 중인 시민단체인 후쿠시마호프프로젝트(福島 Hope Project)도 과거에 비해 방사선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혹시 모를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에 따라 지역을 돌면서 방사선량을 측정해 이를 지도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리야마산(産) 식자재의 방사선량도 계측한다. 기다 게이지(木田惠嗣) 후쿠시마호프프로젝트 대표는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방사선을 시각화해서 위험한 지역과 음식을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시민단체인 스리에이(3A)도 방사능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 밖의 농가들과 연계해 매주 외부 식재료만 취급하는 소규모 시장을 운영하는 일이다. 또 아동들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최소 비용으로 해주고, 무료로 손해배상 관련 법률상담도 진행한다. 스리에이의 노구치 도키코(野口時子) 대표는 “일본 정부는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주민의 걱정과 우려는 외면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머니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는 많은 주민이 방사능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위험을 인식하고 조심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방사능 영향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어서다. 가와카미 사무국장은 “지금 당장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나중에는 어떤 후유증이 나타날지 알 수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피난 이주민들을 복귀시키려는 일본 정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시사저널 송응철

사고 이전에는 원전에 대한 주민 인식이 어땠나.

“사고 전에도 원전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주민이 일부 있긴 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다수 주민은 찬성이라기보다 에너지 생산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판단해왔다. 일본인의 80~90%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사고 이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일본에는 ‘안전 신화’라는 말이 있었다. 일본은 기술이 좋으니 원전도 안전하다고 세뇌돼온 것이다. 그러나 원전 사고 이후 신화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실제로는 지진이나 쓰나미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던 것이다. 원전에 대한 불신과 반감도 커졌다.”

주민들이 생각보다 평온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이고,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니까 안전하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후쿠시마현 내에서는 원전 반대 운동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인 듯하다. 도쿄에서는 원전과 관련된 시위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과 배치된다.”

후쿠시마현은 농수산업과 관광산업이 주력 업종이라고 들었다. 사고 이후 기피 현상으로 경기가 많이 어려워졌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한때 경기가 많이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사고 이전보다 경기가 좋아졌다. 피난 이주를 한 주민들에게 대규모 보상금이 풀렸기 때문이다. 원전 피해 지역 이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지원금은 매달 1인당 10만 엔 정도다. 5인 가족의 경우 한 달에 50만 엔이 지급되는 셈이다. 돈이 많이 풀리니 경기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나.

“일단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했다. 기본적으로 많은 주민이 다른 현으로 피난 이주를 한 데다, 지원금으로 생활하는 피난 이주민들 상당수가 직업을 구하려 하지 않고 있다. 아르바이트 모집을 해도 구직자가 모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시급도 계속해서 오른다. 기존에 600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1000엔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지원금 차등 지급으로 주민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생긴 것도 문제다.”

일본 정부가 2016년부터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지역경제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지원금 중단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 차원에서 지원금 제공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밖에도 피난 간 곳의 집세 보조금이나 상가의 매상 배상, 농가 배상 등을 연장해달라는 요구도 함께 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 원전 가동을 재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민주당과 같은 생각이다. 2030년대까지 원전 제로. 당장 원전을 중단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원전과 관련된 일자리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수십만 명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새로 원전을 만들지 않고 천천히 감소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다른 현의원들의 입장도 비슷한가.

“일단 후쿠시마현 내 원전 재개에 대해서는 현의원 58명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원전 추진을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집권 여당인 자민당 소속 현의원은 타 지역 원전 재개에 대해서 찬성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주민 복귀 방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난 이주자들이 거주하는 가설주택의 경우 병원이나 상점 등 각종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그러나 기존에 살던 곳들의 인프라는 사실상 구축돼 있지 않은 상태다. 직업을 구할 수도 없다. 복귀하려는 주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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