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개발업체 고소했다 ‘무고 역풍’ 당한 삼표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02.25 18:42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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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개발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삼표그룹의 ‘갑질 소송’ 전모

삼표그룹(이하 삼표)의 한 계열사 대표가 2월 초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포천의 골재 채취 현장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한 지역 개발업체 대표와 작성한 이면 각서가 원인이었다. 삼표 계열사의 이 아무개 대표는 각서가 위조됐다며 지역 개발업체 변 아무개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검사 결과, 문제의 각서는 진본으로 밝혀졌고, 이 대표가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세 업체에 대한 삼표 차원의 조직적인 ‘갑질’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008년 경기도 포천의 한 골재 채취 현장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 지난 2월초 삼표그룹의 한 계열사 대표가 검찰에 기소됐다. ⓒ 시사저널 박은숙


삼표 계열사 대표 이씨, 무고 혐의로 기소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변 대표는 2008년 2월부터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 진목리 일대 토지 46만2000㎡(13만9755평)의 개발을 추진해왔다. 현재 삼표산업의 포천영업소가 있는 자리였다. 변 대표는 부지 개발을 위해 삼표와 손을 잡았다. 자금력이 있는 삼표에 진목리 일대 토지를 넘기고 공동 개발을 선택한 것이다. 골재 공장 설립에 필요한 인허가는 변 대표가 맡기로 했다. 대신 삼표는 인허가를 위해 사용된 비용을 보전해주기로 약정서를 체결했다.

문제는 삼표가 개발 예정지 내에 있던 진목리 산10번지의 1만4190㎡(약 4300평)를 매입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토지 평가 결과 이 땅의 개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1년 6개월 후 이 땅이 공장 부지로 지자체의 허가를 받게 되자, 삼표가 다시 입장을 바꾸었다. 이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변 대표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두 회사의 동거 관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양측은 치열하게 법정 다툼을 벌였다. 법원은 2010년 10월 “원고(삼표)의 소는 부적법해 각하한다”며 변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다급해진 삼표는 변 대표와 합의를 시도했고, 7억3000만원에 해당 부지를 넘겨받기로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추가 협상을 진행하면서 토지 매매대금은 4억30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모자란 3억원은 합의금 명목으로 처리했다. 일종의 다운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대신 삼표는 변 대표에게 부과되는 양도세를 대신 내주기로 이면 각서를 체결했다. 2010년 12월 작성한 이면 각서에도 ‘거래 관련 민·형사적 책임은 인수자가 부담하며, 명의이전 관련 세금도 삼표에서 처리한다’고 표시돼 있다. 각서 아래에는 삼표 계열사 대표인 이씨의 자필 서명과 도장이 찍혀 있었다.

얼마 후 삼표에 매각한 두 곳의 토지에 대한 양도세 2억여 원이 변 대표에게 부과됐다. 변 대표는 여러 차례 양도세 지급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삼표에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당시 삼표는 개발지 인근의 불법 채석이나 산림 훼손도 마다하지 않았다. 해당 부지에 대한 인하가권을 갖고 있던 변 대표의 불안함은 더했다. 그럼에도 삼표 측은 진목리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채무가 전혀 없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삼표 계열사 대표 이씨는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변 대표를 형사 고소했다. 이 대표는 검찰에서 “각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며 “다른 문서의 서명을 오려 붙이는 방법으로 (변 대표가) 각서를 위조한 것 같다. 각서에 찍힌 도장 역시 처음 본다”고 진술했다.

2008년 경기도 포천의 한 골재 채취 현장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 지난 2월초 삼표그룹의 한 계열사 대표가 검찰에 기소됐다. ⓒ 시사저널 박은숙


삼표 “계열사 대표 독단적 행동, 그룹과 무관”

검찰은 각서 원본을 국과수에 보내 진위 여부를 따졌다. 국과수는 각서에 위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도장 역시 2008년 양측이 작성한 합의서와 동일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통보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해 7월 각서상의 서명이 고소인 자필인 점을 고려해 사건을 불기소(혐의 없음) 처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합의서나 각서에 언급된 소유권 취득 관련 제세공과금은 매수인(삼표)이 내야 할 세금을 말한 것이라고 고소인은 진술한다”며 “하지만 매수인이 당연히 내야 하는 세금을 계약서나 각서에 기재할 이유가 없다”고 불기소 이유를 밝혔다. 한 달 후 변 대표는 이 대표를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 사람들이 나를 손가락질했던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고 변 대표는 말했다. 수사 지휘를 받은 경찰은 이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인천지검은 올 2월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삼표 측은 이 대표 개인의 문제라고 못 박았다. 이 대표가 기소된 것 역시 그룹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각서를 잘못 써줘서 우리도 손해를 입었다. 변 대표에게 받아야 할 돈도 못 받고 있다”며 “이 대표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그룹은 일절 계약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나마 이 대표는 현재 회사를 떠난 상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 대표의 입장은 달랐다. 삼표와의 소송 와중에 계열사 대표였던 이씨가 사문서 위조 혐의로 자신을 검찰에 고소했다는 점에서 삼표그룹 차원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삼표에서 억지 소송을 벌이다가 법원에서 각하되자 부랴부랴 각서를 쓰고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이를 계열사 대표가 단독으로 처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듭되는 법적 다툼과 국세청의 세금 폭탄이 이어지면서 변 대표의 사업은 풍비박산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자들이 삼표와의 소송이 시작된 후 자금을 회수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대기업의 조직적인 갑질과 불법 은폐를 밝히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 연합뉴스
지난해 중견·중소기업계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화두는 동양시멘트였다. 2013년 8월 동양그룹의 부실 여파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졸업한 동양시멘트를 어디서 인수하느냐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내 시멘트나 레미콘 회사뿐 아니라 해외 건축자재업체나 사모펀드까지 동양시멘트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은 55%의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8260억원을 베팅하며 경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 회장의 딸 지선씨는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과 결혼했다. 정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돈지간인데, 두 사람은 경복고 선후배로 진작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삼표그룹의 외형도 크게 확대됐다. 삼표는 정도원 회장과 장남 대현씨(삼표기초소재 대표)가 지주회사인 ㈜삼표 지분의 100%를 사실상 보유하고 있다. ㈜삼표는 다시 삼표산업과 삼표시멘트, 삼표이앤씨 등을 지배하는 구조다. 모두가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로, 어떤 그룹보다 지배구조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표그룹의 매출은 현재 2조원대까지 치솟은 상태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동양시멘트 인수로 정 회장은 오랜 숙원이었던 ‘골재→시멘트→레미콘’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도 완성했다”며 “외형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그룹이 탄탄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적한 문제가 적지 않다. 무리한 인수로 그룹의 자금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우선 주목된다. 실제로 삼표그룹은 동양시멘트 인수자금 대부분을 관계사 자금 대여나 은행 대출 등을 통해 마련했다. NICE신용평가는 동양시멘트를 포함한 그룹의 총차입금이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동양시멘트 인수를 위해 ㈜삼표에 350억원을 대여한 삼표산업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됐다. 안경훈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동양시멘트 인수 과정에서 그룹 차입 부담이 과중한 수준으로 확대됐다”며 “향후 건설 경기가 둔화되거나, 추진 중인 시너지 창출 전략의 성과가 미진할 경우 재무적 부담이 상당 부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풍납동과 성수동에 운영 중인 레미콘공장의 경우 이전 압박을 받고 있다. 풍납동 공장은 이미 이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송파구가 최근 문화재 발굴을 이유로 삼표의 레미콘공장 부지를 강제 수용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대체 부지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풍납동 공장 문을 닫을 경우 적지 않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성수동 레미콘공장은 지난해 폐수를 무단 방류하다 지자체에 적발되기도 했다. 성동구는 삼표레미콘 공장에 대해 2월10일 조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커졌다. 공장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내 공장 이전을 발표했을 정도다. 박 시장은 1월7일 성동구 신년인사회에서 “성동구민의 오랜 숙원이었던 삼표레미콘 이전 문제를 기필코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승부사’로 알려진 정도원 회장이 일련의 상황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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