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다”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6.02.25 19:07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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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사생활> 펴낸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의지가 약해서 살을 못 뺀다. 담배를 못 끊는 것은 의지력이 약해서다. 그깟 마음의 병쯤은 의지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날려버릴 수 있다.’ 이런 말들이 진실일까? 그렇지 않다. ‘의지력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말보다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것이 없다. 사람은 원래부터, 의지력만 갖고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게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존재인 양 착각한다. 의지력만 믿고 덤벼들었다가 골병이 들기도 한다.”

‘심리학 뒤집어보기’를 표방하고 심리학에 대해 가진 고정관념을 깨라고 말하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정신과 전문의). 김 교수는 최근 심리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마음을 더 압박하고 있다며, ‘마음’에게도 뒷문을 허용하라는 의미로 책 <마음의 사생활>을 펴냈다.

김 교수가 뒤집는 고정관념들을 따라가 보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권력자’들이 많다는 데 눈길이 간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는데, 바로 권력이 한 사람을 바꾸고 나쁘게는 사이코패스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자기계발서는 강한 의지를 키우라고 말하는데, 김 교수는 의지만 불태우다가 자기중심성이 극단에 치우쳐 사이코패스가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권력자가 되려는 사람들과 이미 권력자인 사람들도 귀담아들을 내용이다.

ⓒ 인물과사상사 제공


“잘못된 노력은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든다”

“권력을 갖게 되면, 그리고 그 자리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해버린다. 권력이 생각과 행동, 감정을 바꾸어놓기 때문이다. 권력이 뇌 자체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권력은 타인의 느낌과 생각을 이해하는 능력을 손상시킨다. 자신이 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인식할수록 인간관계에 대한 자각과 판단의 정확도는 떨어진다.” 김병수 교수는 여러 연구 결과들을 제시해 권력이 자기중심성을 강화시킨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남의 목소리에 귀를 잘 기울이던 사려 깊은 정치가나 사업가가 어느 날 독선적이고 안하무인으로 변했다면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권력이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 신경네트워크에 일으키는 변화는 사이코패스에게도 똑같이 나타난다며, 권력에 빗대 오만과 과도한 긍지가 불러오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지나친 자신감은 오히려 해가 된다. 자신의 통제력과 의지력을 강하게 믿는 사람일수록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의지만 믿고 유혹을 피하거나 행동을 조절하려는 노력은 적게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신의 의지력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위험한 상황은 피하려고 노력하고, 더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그래서 김 교수는 의지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려놓으라고 권한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자신의 의지력만 믿어서는 안 된다. 김유신과 오디세우스가 의지력만 믿고 버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유혹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말의 목을 자르고, 돛대에 자기 몸을 묶었기 때문에 큰일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미리미리 조심하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바꾸는 것이 의지력만 믿고 버티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

“몸을 움직이고 즐거운 경험에 몰입하라”

김병수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정신건강증진·스트레스·우울증 분야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그가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관해 설명하는 대목도 새롭게 다가온다. “스트레스는 믿음이나 인식과 관련 있기 때문에, 풀어서 없앤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끼는 것은, 그 상황 자체가 ‘자신의 통제 권한 밖에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상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것인데, 극복할 수 없는 것을 극복하겠다고 달려드는 것은 사람을 괴롭게 만들 뿐이다.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견디는 힘을 기르면서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다. 견디는 힘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다. 몸으로 즐거운 활동을 체험하는 것이 스트레스 저항력을 길러준다.

김 교수는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거기서 벗어나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고 말한다. 마음이 괴로운 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 무조건 벗어나겠다고 발버둥 치면 오히려 기운만 빠지고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우울’이라는 감정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오히려 득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우울증은 ‘지치고 힘들었으니 좀 쉬어야 돼’라는 신호다. 위험에 처하거나, 보상보다 에너지 소비가 많다고 판단되면 자신을 보호하려는 자동 기능이 발동한다. 우울함을 느끼는 것은 이런 자기보호 기능이 작동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운동을 권한 것처럼 우울증을 낫게 하는 것도 몸이라고 강조한다. “우울증을 불러일으키는 인지 구조에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효과도 별로 없다. 하지만 행동을 활성화시키면 우울한 기분이 나아진다. 우울증이 심할수록 행동 활성화가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울한 기분을 뿌리 뽑을 수는 없지만, 몸을 움직이고 즐거운 경험에 몰입하면 부정적인 생각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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