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바람 잘 날 없던 2월
  • 고재석 기자 (jayko@sisapress.com)
  • 승인 2016.02.29 17: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점 꼼수, 가격인상 논란 등…"내수한계 탓" 지적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지난 9일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점 앞에서 영화관3사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공정위 신고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참여연대

지난 한달간 CJ CGV(이하 CGV)가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설 연휴기간 CGV 일부 지점이 상영예정 영화를 다른 영화로 바꾼 게 드러나 '스크린 독점'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연휴 직후엔 일부 시민단체가 CGV 등 극장 3사를 불공정거래행위자로 공정위에 고발조치했다.

다음 달부터 시행하는 가격다양화 제도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가격인상을 노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내 극장산업이 성장정체증에 걸린 것이 잇딴 논란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인상 논란 부르는 가격다양화

CGV는 3월3일부터 가격 다양화 제도를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일반석 위치에 따라 가격을 차등화하고 기존 4단계였던 주중 시간대를 6단계로 세분화했다.

기존 일반석은 이코노미존, 스탠다드존, 프라임존으로 나누었다. 핵심은 가격 차등화다. 스탠다드존이 기준 가격이다. 이코노미존은 기준보다 1000원 싸고 프라임존은 기준보다 1000원 비싸다. CGV 관계자는 “선호도 낮은 앞쪽 좌석도 동일한 관람료를 지불하던 기존 제도를 개선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도 변화를 통해 CGV가 가격인상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관객이 스크린 앞좌석보다 뒷좌석을 선호하다보니 앞좌석보다 2000원 이상 비싼 뒷좌석으로 수요가 몰릴수록 가격인상 효과가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은 “1000원 아끼겠다고 앞좌석을 찾는 이는 적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뜨거운 불씨, 스크린독점

가격보다 더 뜨거운 쟁점은 독과점 논란이다. 일부 CGV 지점은 설 연휴 기간 상영 예정이던 쿵푸팬더3를 취소하고 같은 상영관에서 검사외전을 틀었다. 스크린독점 논란에 불을 지핀 셈이다.

지난 9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측이 CGV 등 영화관 3사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시민단체 측은 “영화표 값 가격담합 의혹, 스낵코너 폭리, 시네마포인트 사용 제한, 영화 선택권 침해 실태를 파악해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단체는 지난 18일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 입법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주요 내용은 ▲영화관의 스크린 독점 방지 ▲상영 시간 내 광고 금지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해소 ▲저예산 영화 및 전용상영관 지원 확대 ▲영화관 불공정 행위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시정할 수 있는 업무부여 등이다. 상영과 제작·투자배급업을 모두 거느린 CJ계열사를 정면 겨냥했다.

◇한계에 다다른 내수 시장이 문제

다만 겸영 규제가 해결방안이 아니라 분석도 있다. 영화업계 관계자들은 극장산업이 더 성장히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6일 발표한 2015년 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관객 2억1729만명을 기록해 3년 연속 2억 관객을 돌파했다. 문제는 추세다. 관객증가율이 2012년 22%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14년 0.8%, 2015년 1% 증가에 그쳤다.

독과점이나 겸영보다 내수시장 포화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논란이 된 검사외전이 대표적인 경우다. 검사외전은 쇼박스가 배급했다. 독과점 문제를 일으킨 영화관 체인은 CGV다.

한 전직 영화PD는 “CJ 계열이라고 해서 CJ E&M이 배급하는 영화만 받는 건 아니다. CGV에게도 실적은 중요하다. 배급사가 할 수 있는 건 극장과 협의하는 거다. 가령 우리가 A라는 블록버스터를 하고 있으니까, 이번에 B라는 중간급 영화를 잡아주면 A도 적극 걸겠다는 식이다”고 밝혔다.

또 다른 영화업계 관계자도 “스크린이 많아지면 거품이 터질 것이라는 말이 2000년대 중반부터 영화계에서 나돌았다. 당시 거품이 껴 있었다. 스크린이 늘어난만큼 지금은 포화상태라 봐야 한다. 영화관이 돈 벌기 어려워진 거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