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빙하기 맞은 한국경제
  • 원태영 기자 (won@sisapress.com)
  • 승인 2016.03.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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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까지 14개월째 뒷걸음질 '역대 최장'
인천 항만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 사진=인천항만공사

한국 수출이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더 큰 문제는 세계 경기 둔화, 저유가 등으로 당분간 수출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도 이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월 통관기준 수출액이 36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2월 수입도 290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4.6%나 감소했다.

◇수출, 14개월째 마이너스...역대 최장

한국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14개월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3개월 동안 연속 두 자릿수의 큰 폭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IMF 구제금융 이후인 2001년~2002년까지 13개월간 수출액이 감소한 시기를 넘어선 것으로 역대 최장이다. 

특히 지난 1월 수출 366억달러는 더욱 초라한 기록이다. 이는 전년 동월보다 18.8%나 감소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8월, -20.9%) 이후 월별로는 최대 감소폭이다.

지난해 수출은 전년대비 8.0% 감소한 5269억달러, 수입은 전년대비 16.9% 감소한 436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총 무역규모는 2011년 이후 처음 무역 1조달러를 밑도는 9634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이런 추세라면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저유가와 중국 경기 둔화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국제 유가는 당초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란 제재 해제에 따른 이란의 원유 공급 재개, 중국 및 산유국 수요 감소로 최근 2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한국 석유 제품 수출과 에너지 수입 회복을 늦춰 무역 1조 달성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엽협회 관계자는 “올해 세계 무역 환경은 전년 대비 다소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중국 경제성장 둔화, 저유가,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세계 경제 하방위험 요소가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對)중국 수출도 빨간불

특히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대(對)중국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률은 1990년 이후 최저치이자 처음 7%를 밑도는 6.9%로 나타났다. IMF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6.3%, 2017년에는 6.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급감했다. 2월 대(對)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9% 줄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3개월째 10% 넘는 감소세다.

아울러 중국은 중간재에 대한 자급률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중간재에 대한 중국의 자체기술력 상승, 중국기업 해외이전 확대에 따른 중간재 수입선 전환 등도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신흥국 경기둔화 심화, 저유가 장기화 가능성 등 대외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어 수출회복 여건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하락, 보호무역 조치 강화, 생산구조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주요국의 소득과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상반기 중 수출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IT제품 전반의 수출 기여도가 약화되고 있고 자동차와 선박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수출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뚜렷한 대책이 없는 정부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 기업의 투자가 줄고 임금 소득과 고용도 감소하며 결국 내수까지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내수에 기대를 걸고 있는 한국 경제로선 경기 부진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실제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전월비 1.2%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1월 1.7% 감소 이후 최대폭이다. 

산업생산이 줄어든 것은 1월 수출이 18.5%나 줄어든 영향이 크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산업의 침체가 전체 산업생산을 끌어내리고 있다. 

문제는 정부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인호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지난 1일 “당분간 수출이 감소세에서 벗어나 갑자기 좋아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 회복시점을 묻는 질문에 “선진국 경기가 얼마나 회복이 될 것인지, 유가가 언제쯤 회복이 될 것인지 등이 어느 정도 명확해져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불안 요인에 대해 현시점에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정부는 수출입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범정부 총력지원체계를 가동해 수출하방리스크에 대응할 방침이다.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주력품목의 신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이달 중 유망소비재 수출확대 종합대책을 마련해 주력 수출품목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 실장은 “그동안 산발적, 단발적으로 내놨던 소비재 수출 활성화 정책을 화장품, 식료품, 생활용품, 유아용품, 의류 등 5대 유망소비재로 묶어 종합적 대책을 추진하는 등 수출부진 타개에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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