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오너들 배당은 '펑펑' 세금은 '찔끔'
  • 유재철 기자 (yjc@sisapress.com)
  • 승인 2016.03.0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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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배당불구 소득세율 인하로 세후소득 수십~수백억씩 늘어
사진=뉴스1

재계가 경영악화로 희망퇴직 등 인력감축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기업 오너들의 배당잔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지난해 세제개편으로 이전보다 훨씬 많은 세후소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0대 그룹사 오너 일가 22명이 올해 주총 뒤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당금은 5133억원에 달한다. 이 중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772억원으로 가장 많은 배당금을 수령한다. 그 뒤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773억원)과 최태원 SK 회장(560억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494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373억원) 등이 잇는다.

이들은 지난해 정부의 세법개정으로 전년보다 많은 세후소득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배당소득 증대를 통해 가계의 실질소득을 증가시킨다는 방침에 따라 배당 소득의 원천징수세율을 15.4%에서 9.9%로 낮췄다. 또 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상되는 고액 배당자(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분리과세(25%)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한시적으로 3년간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이 인하됐다”면서 “지난해 세법개정으로 (오너들이) 실제 받아가는 소득은 이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 등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수령하는 10대 그룹 오너 일가들은 세법개정으로 최소 수십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 이르는 돈을 더 받게 됐다. 만약 세법개정이 없었다면 이건희 회장은 약 672억원(소득세 최고세율 38%, 지방세 제외) 세금을 내야하지만 올해는 443억원(25% 분리과세 적용)으로 줄게 된다. 세법개정만으로 약 230억원을 더 받아 가는 셈이다.

이에 관련업계는 가계의 실질소득 증대를 위해 실시한 정책(배당소득증대세제)이 결국 대기업 오너일가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책을 입안할 때부터 이미 이런 부작용은 예상됐다”면서 “당시 비판대로 대기업 오너들만 소득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는데 이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대기업 오너 일가 중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악화로 배당금을 수령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시사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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