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장묵의 테크로깅] 사물인터넷, 거꾸로 나를 겨눌 수도 있다
  • 강장묵 |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
  • 승인 2016.03.03 19:14
  • 호수 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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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연결된 네트워크 시대, 모든 것이 위험해질 수도

육식동물 혹은 약탈자라는 의미인 프레데터(Predator)는 대표적인 킬러 드론(Killer Drone)이다. 킬러 드론이란 대(對)전차 미사일과 같은 중무장을 한 무인항공기를 뜻한다. 통상 프레데터는 킬러 드론 4대, 지상통제소, 위성통신 시스템, 55명의 운영요원으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은 원격으로 조정하는 사람이 게임을 하듯 적군을 살상한다. 킬러 드론은 1995년부터 아프가니스탄·보스니아·코소보·이라크·예멘 등에서 실전 투입됐다. 자, 그렇다면 미래의 킬러 드론은 어떤 형태일까. 아마도 무인 드론 스스로가 판단해 적군을 사살할 수 있지 않을까.

 

불완전하고 감정적인 인간의 판단에 핵탄두와 화학무기 등의 사용 권한을 허락하는 것에 대한 불안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 것이다. 지금도 로봇과 드론이 인명을 살상할 때 지켜야 할 정교한 규칙은 상당 수준 정해져 있다. 제한된 상황에서만 적군을 죽이는 연구도 어느 정도 진척된 상태다. 아마 인공지능(AI) 기술로 작동하는 드론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미래에는 사람에 의해 핵탄두 발사 명령이 내려지는 대신 다른 주체가 사용 여부를 판단할 수도 있다. 위험한 도구일수록 그 통제권을 시스템에 맡기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활용하기는 쉬워도 막기는 어려운 드론

 


오늘날 드론은 아이들의 장난감부터 주변국의 스파이 역할까지 담당한다. 첨단 단지를 살펴보는 산업스파이용으로도 활용된다. 다양한 크기와 성능을 가지고 있으니 일정한 공간에 침투해 정보를 습득하는 데 딱이다. 특히 군사적 긴장이 높은 나라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군사작전이 중요해진다.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텔스 기능을 지닌 작고 조용한 드론이 날아가 사람을 살상할 수도 있다. 현재 개발된 드론은 스텔스 기능이 없어도 그 자체가 워낙 작아 레이더로는 잡기가 어렵다. 구형 레이더의 경우에는 이것이 드론인지 기러기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 특히 철새가 이동하는 때에 철새 무리 속에 숨어 잠입하는 드론의 경우 어떻게 찾아내고 추락시킬 수 있을까.

 

이렇다 보니 드론을 잡는 기술이 보안 영역에서 핫(hot)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드론 샷건으로 직접 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공중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드론을 맞히기란 생각만큼 수월하지 않다. 그래서 드론을 잡는 그물, 드론을 막는 전자파 차단벽 등 다른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

 

지상의 무선전파 유도나 원격 조종 드론에 장착된 GPS 신호 수신기에 혼란을 주기 위해 방해 전파를 내보내는 것도 상상할 수 있다. 이 경우 드론은 방향을 잃고 지그재그로 날다가 추락하거나 나뭇가지에 걸릴 것이다. 무선전파를 이용하는 드론의 경우, 해킹을 통해 드론을 직접 조종해 안전한 곳으로 착륙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드론 감지 레이더에서 드론을 감지한 후 무선으로 접속해 원격 조종 통제권을 회수해야 한다. 현재는 와이파이 수준의 무선 주파수대에서는 통제권을 회수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다른 전파대의 경우 고도의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보안 방법에도 불구하고 드론을 이용한 미래 정보전은 효과적일 것이다. 원격 조종 방식이 아닌, 사전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비행체 스스로 주위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해 자율적으로 비행하는 드론이 적지 않아서다. 이 경우에는 프로그램화된 장소에 드론이 스스로 날아가 촬영·녹화 등의 스파이 활동을 하고, 지정된 장소로 귀환하게 된다. 원격 조종을 해킹하거나 드론의 무선전파를 교란할 수 없기 때문에 드론 탈취가 쉽지 않다. 미리 입력해놓은 좌표에 드론이 날아가 폭탄을 투하하고 인명을 살상하는 경우는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드론이 등장하면서 드론을 활용한 정보전은 활발해지겠지만, 이에 대한 방비는 점점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따름이다.

 

잠금장치와 보안 허술…테러 도구화도 가능


요즘 심심찮게 발생하는 자동차 급발진 사건은 자동차가 디지털화된 후부터 시작됐다. 자동차는 유압을 이용해 사람의 힘을 기계에 전달한다. 사람의 힘으로도 묵직한 자동차 바퀴의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압의 조절을 전자화된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이런 전자부품이 늘어날 때마다 자동차의 오작동, 특히 급발진 사고는 늘어나고 있다. 최근 프랑스 르노는 드론을 장착한 콘셉트카인 ‘크위드(Kwid)’를 선보였다. 크위드는 자동차의 천장에 소형 헬리콥터처럼 생긴 드론을 숨겨두고 있다. 이 드론은 자동차 주변을 정찰해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주의해야 할 점을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이처럼 신기술이 등장하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은 결국 ‘만물의 만물에 대한 투쟁의 장’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우리 생활을 행복하게 해주는 스마트 자동차, 사물인터넷 기반의 다리미, 스마트 가스레인지, 로봇청소기, 장난감 드론 등이 미래 전쟁에 사용될 주요 도구가 될 수도 있어서다.

 

미래에는 원격 조종 기계가 늘어난다. 가정에서 사용되는 청소 로봇부터 외로움을 달래주는 애인 로봇, 그리고 장난감용 드론까지 다양해진다. 이런 것들이 어느 날 약속된 시간에 일제히 사람을 공격하거나 작동을 멈출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된 네트워크 시대의 재난인 셈이다. 재난 구조용 로봇이나 물건을 배송하는 운송 드론의 통제권을 북한 해커가 탈취해 시민을 공격하는 테러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2000년이 시작될 때 프로그램 인식 코드의 오류로 모든 항공기에 거대한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밀레니엄 버그(Y2K) 경고가 있었다. 이것처럼 미래에는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사물이 해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적국의 해커가 미래 가정집의 가스레인지를 켜고 전기장판을 최고 온도로 올리고 스마트 자동차를 급출발하게 만들 수 있다.

 

구글이 ‘프로젝트 윙’이라 불리는 드론을 띄워 물과 의약품, 애완동물 사료 등을 목적지에 배송하는 실험 영상을 공개하고, 여러 기업들은 이런 시대에 맞춰 앞다퉈 드론을 상업용으로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잠금장치와 보안은 허술하다. 네트워크로 모든 사물을 조종할 수 있는 시대에 이처럼 모든 사물은 우리를 겨눌 수 있고 동시에 우리를 테러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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