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200조원 시대]③ 주택담보대출에 신음하는 가계…내수도 허덕
  • 이준영 · 이용우 기자 (lovehope@sisapress.com)
  • 승인 2016.03.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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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활성화 정책과 저금리 정책, 후유증 커져

가계가 과도한 부채에 짓눌려 소비마저 줄어들면서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수출 부진과 겹쳐 한국 경제를 쌍끌이로 압박하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국민들이 지갑을 닫았다. 지난해 전체가구 평균소비성향은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가구 평균소비성향은 71.9%로 2010년 77.3% 이후 5년째 하락세다. 평균소비성향은 한 가구가 소득 중 얼마나 소비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소비지출액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눠 백분율로 계산한다. 

가구 평균 소비지출 증감률도 지난해 역대 최저치였다. 2015년 가구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0.47%에 머물렀다. 

소비 침체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가계소득 증가율을 앞선 때문이다.

통계청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평균소득은 전년 대비 1.6% 느는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제외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9%였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질소득은 0.2% 줄어 마이너스 성장율을 나타냈다. 반면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11.2%로 2006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면서 내수가 둔화됐다.  

2015년 민간지출은 전년보다 2.1% 늘어 2014년 증감률 1.8%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상승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실질 민간지출은 2006년 4.6% 상승을 기록한 이후 2012년에는 1.9% 줄었다. 그 뒤로는 2% 수준의 상승률을 맴돌고 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민간소비가 소폭 늘었지만 증가세는 매우 미약했다"며 "한국은행이 소비진작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해도 가계의 기존 빚이 너무 많아 소비를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해 민간 소비가 소폭 증가한 것은 개별소비세 인하 등 다른 정책을 함께 실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는 개별소비세 인하와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 등 소비 진작 정책을 실행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유로 "국내 수출 감소세가 커지고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부진했다. 소비 등 내수 회복세도 약화됐다"고 밝혔다.

◇ 주택담보대출·주거비↑…"부채 늪 빠졌다"

전문가들은 1207조원에 달한 가계부채가 가계 소비와 내수 둔화의 주 요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주거비 증가를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액은 401조7285억원으로 조사됐다.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액 99조4788억원과 합하면 501조2073억원에 달했다. 전체 가계부채의 약 40%를 차지한다. 

박종규 연구위원은 "2008년 이후 부동산 자산 증가에 따른 소비증가 효과는 사라졌다"며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이 소비를 줄였다"고 말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가계부채가 늘어나 사람들이 쓸 돈이 없다"며 "특히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늘었다.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었고 내수도 둔화됐다"고 말했다. 

자료=한국은행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은 행정부와 한국은행의 합작품이라는 평가다. 2014년 7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등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늘렸다. 한은도 지난 2014년 8월부터 2015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네 차례 내린 후 8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했다. 역대 최저금리로 대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이에 주택담보대출 증가율도 대폭 늘었다. 2014년과 2015년 증가율은 각각 10.2%. 8.8%로 2013년 3.4%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와 한은의 저금리 기조 유지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며 "결국 가계는 1200조원이 넘는 부채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도 "한은은 2014년 8월 이후 네 차례 금리를 인하했으나 물가상승이나 실물 경제 부양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며 "가계부채 증가만 눈에 띄고 있다"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도 소비 침체의 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월세 전환이 늘어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커진 것.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실제 주거비(월세 기준)는 월평균 7만4227원으로 전년대비 20.8% 증가했다. 주거비 지출액과 증가율 모두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가계가 실제로 지출하는 월세는 통계치보다 많다. 집을 가지고 있거나 전세로 사는 가구는 주거비 지출이 0원으로 집계돼 가구 평균 주거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평균 주거비 증가는 월세 전환 가구가 늘었음을 의미한다. 

윤씨는 "전세에서 월세 전환이 늘어난 점도 가계소비 둔화의 한 원인"이라며 "집 주인들도 월세 받은 돈을 소비에 쓰는 게 아니라 대출 이자 갚는데 급급하다. 대출 없이 자기 돈 만으로 월세 놓는 집주인들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빚 갚는데 허덕이고 있다. 부채의 늪에 빠졌다"며 "기업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부채 비율이 높다. 일본 디플레이션의 원인도 과도한 부채였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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