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4세 경영승계 막 올라...국민 절반 이상 '부정적'
  • 유재철 기자 (yjc@sisapress.com)
  • 승인 2016.03.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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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어 LG GS 코오롱 4세 경영 유력...경영승계 부정적 시각 여전
박정원 (주)두산 회장(좌), 구광모 (주)LG 상무(중), 허준홍 GS칼텍스 전무(우)

지난 3일 박용만(61) 두산그룹 회장이 조카인 박정원(54) (주)두산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기면서 오너4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른 대기업보다 창업이 빨랐던 두산(1896년)이 4세 경영의 첫발을 디뎠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전쟁 전후로 창업한 오너가의 증손들도 머지않아 경영승계 대상에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오너 일가의 경영승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속에서도 최근 그룹 계열사에서 핵심보직 승진과 함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다.

관련업계는 두산에 이어 LG‧GS‧코오롱 등이 머지않아 4세 경영시대를 열 것으로 점치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구본무 회장의 조카이자 양아들인 구광모(38) ㈜LG 상무가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유력한 1순위다.

2006년 LG 재경부문 금융팀에 입사한 구광모 상무는 2014년말 입사 8년 만에 대리에서 상무로 승진하면서 4세 경영의 행보를 이어갔다. 당시 구 상무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에게 LG의 보통주 190만주를 증여받아 5.83%의 지분(1024만9715주)을 확보해 3대 주주에 등극했다. 지난해 5월에는 장내 매수를 통해 추가적으로 7만주를 획득, 5.92%의 지분(1040만9715주)을 갖고 있다.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 구자경 명예회장, 현재의 구본무 회장까지 유교문화의 장자승계를 원칙을 철저히 따르는 LG의 특성상 장자인 구 상무가 그룹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에 업계는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GS그룹은 4명의 오너가 4세들이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 허윤홍(37) GS건설 사업지원실장과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허준홍(41)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허윤홍 전무는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장손이며,허준홍 전무는 허만정-허정구-허남각으로 이어지는 GS그룹의 직계 장손이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47) GS칼텍스 부사장은 지난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GS그룹 4세 중 가장 빠른 행보다. 허세홍 전무는 2007년 GS칼텍스 싱가포르 현지법인 부법인장(상무)로 입사, 5년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셜 회장 장남인 허서홍 상무도 지난해 말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 사업부문장으로 승진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말 이웅열 회장의 장남 이규호(32) 상무보가 임원대열에 합류했다. 이규호 상무보는 이원만-이동찬-이웅열로 이어지는 코오롱그룹의 직계장손이다. 업계는 아버지인 이웅열 회장이 40세에 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은 것처럼 아들인 이규호 상무보도 예상보다 일찍 그룹 수장에 오를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경제개혁연대가 재벌 경영권 승계에 관한 국민의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벌 2,3세가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에 대해, 설문에 참여한 성인남녀 1500명 중 54.8%가 부정적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경제민주화 역행(39.6%), 승계과정 불공정(25.2%), 자질부족(19.2%) 등을 이유로 꼽았다. 

재계 관계자는 “능력보다 핏줄이 우선시 되는 한국 재벌의 경영승계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주식회사 기업이념에 전면 배치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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