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도 없는 시범단 단장 맡아 수천만 원 챙겼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3.10 20:10
  • 호수 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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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아무개 前 서울시태권도협회 회장 협회비 전용 의혹

태권도계가 술렁이고 있다. 비리 의혹에 계파 갈등까지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에는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법의 겸직 금지 조항에 걸려 사퇴 의사를 밝히자, 대행 체제로 갈 건지 새 회장을 뽑을 것인지를 두고 소란이 일었다. 특정 인사가 회장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대한태권도협회는 2월29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새 수장을 뽑았다. 국기원 원장을 역임한 이승완 회장이 1표 차 승리를 거뒀다. 태권도인이 회장을 맡은 건 4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회장은 한국 최초의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이며, 해병대 태권도부 창설의 주역이기도 하다. 국기원 원장 시절 문화부와의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새로운 사령탑이 들어섰지만 태권도계가 풀어야 할 숙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3월 안에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태권도 역시 조만간 대한태권도협회와 전국생활체육태권도연합회 간 통합이 예상된다. 덩치가 더 커지는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2014년 10월29일 경찰이 태권도 승부 조작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 뉴스1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신뢰 회복이다. 2013년 5월28일 전국체전 대표선수 선발대회에서 승부조작으로 탈락한 선수의 아버지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전 아무개씨는 유서를 통해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있는 고질적인 심판의 승부조작과 편파판정’을 비판했다. 이 사건은 박근혜 정부가 이른바 ‘체육 비리’ 적발에 나선 배경이 됐다.

 

승부조작뿐만이 아니었다. 경찰은 태권도계 ‘큰손’으로 알려진 임 아무개 전 서울시태권도협회 회장을 비롯해 20여 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여기에는 시사저널이 1332호(2015년 4월29일자)를 통해 단독 보도한 ‘서울태권도협회 임직원 중국에서 성매매하다 공안에 체포’ 기사에 등장한 인사들도 포함됐다. 서울태권도협회 간부와 심판이 중국 베이징의 한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후 성매매를 한 혐의로 공안에 체포돼 망신을 당한 사건이다.

 

공은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갔다. 그런데 15개월이 지나도록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태권도 비리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맡고 있다. 태권도 관련 단체에서는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와 태권도미래창조시민연대는 “형사소송법에는 ‘사법경찰관은 2개월, 검사는 3개월 이내 수사를 완료해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더구나 대통령이 하명한 특별 사건인데도 형법을 무시한 채 2014년 11월초에 송치된 사건을 1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종결하지 않고 있는 것은 담당 검사의 직무태만과 직무유기가 아니냐”고 따졌다.

 

이들 단체는 “검찰이 사건 처리를 차일피일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내 대형 로펌을 선임한 피의자들이 다 끝났다는 식으로 검찰을 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덕근 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 대표는 “검찰에서 늦어도 3월초에는 처리하겠다고 했으니 그때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비리 의혹의 중심에는 임 아무개 전 회장이 있다. 태권도계 터줏대감으로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경찰 조사와 별개로 서울시태권도협회가 임 전 회장에게 석연치 않은 명목으로 돈을 줬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시사저널은 복수의 태권도계 인사들과 접촉해 관련 내용을 취재했다.

 

태권도협회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사고 쳐서 물러난 임 전 회장이 있지도 않은 태권도 시범단 단장 명목으로 서울시태권도협회로부터 매달 200만원을 받아갔다”고 밝혔다. 올해 초 대의원 총회 때 열람한 2015년 사업보고서에 시범단 운용비로 2400만원이 책정돼 있었고, 여기에다 3000만원의 예비비까지 증액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는 것이다.

 

전직 회장의 비리로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 중랑구의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 시사저널 고성준

 


“시범단 단장 명목으로 돈 챙겼다”

 

이 인사는 “과거 시범단이 있기는 했지만 감독이 횡령으로 걸려 해체시켰다. 지금은 전혀 실체가 없다”고 밝혔다. 임 전 회장이 운용하지도 않는 시범단의 단장 명목으로 돈을 챙겼다는 얘기다. 또 임 전 회장의 제자가 시범단 감독 명목으로 매달 50만원씩 받아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태권도협회 관계자는 “시범단이 운영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 태권도 시민단체 인사는 “문제가 될 것 같으니까 올해 1월 중순에 홈페이지를 통해 시범단원 공개 모집을 했다”며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임 전 회장의 소송비를 협회 돈으로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들을 새로 선임했는데 그 돈이 협회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개인 비리 혐의와 관련한 소송비를 협회 돈으로 쓰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시태권도협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임 전 회장은 이전에도 1억원이 넘는 소송비를 협회 돈으로 냈다가 문제가 제기되자 이사들로부터 돈을 거둬 메웠다고 한다. 올해도 소송비 명목으로 1억원의 예산이 잡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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