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창의력은 연결"
  • 윤민화, 최형균 기자 (minflo@sisapress.com)
  • 승인 2016.03.11 15:22
  • 호수 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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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온디멘드 등 올해 키워드..."카카오 택시·대리운전 성장할 듯"
사진 = 윤민화 기자

“창의력은 그저 무언가를 서로 연결하는 거다.” 고(故)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이다.

혁신은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세상을 바꾼 아이폰도 전화기와 인터넷을 연결한 결과물이다. 혁신은 모두가 원했지만 이루지 못한 변화일 뿐이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혁신을 이해한다. 이제 막 출발점에 선 이들을 연결해 세상을 놀라게 하길 원한다. 그는 언론사, 인터넷 업체, MBA 등 다양한 경력을 전전했기에 누구보다 연결의 힘을 이해한다고 자신한다.

네이버, 미래창조과학부, 창업보육기관, 벤처캐피탈 등 50여개 기관이 그와  동맹(얼라이언스)을 맺고 스타트업얼라이언스라는 창업 지원 기구를 꾸렸다.

지난 10일 선릉역 근처에서 임정욱 센터장을 만났다. 얼핏 피곤해 보였지만 스타트업 현황표를 갖고 다니는 모습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을 어떻게 맡게 됐나.

우연의 연속이었다. 본래 컨설팅 회사에 취업이 결정됐다. 언론사는 별 생각 없이 지원했는데 돌연 합격했다. 두 회사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어려운 언론환경을 직접 경험하고 극복하고 싶은 마음에 첫 직업으로 언론인의 길을 선택했다. 당시 인터넷 붐에 관심을 지니고 정보기술(IT) 기획을 다뤘다.

인터넷의 부상은 언론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언론사는 디지털 뉴스를 통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려 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 인터넷 뉴스의 운영과 경영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를 위해 세계 IT 산업의 심장부인 실리콘 밸리 인근에 위치한 미국 버클리대에서 MBA(경영학 석사)에서 벤처 비지니스 과정을 수료하게 됐다.

언론사에 재직하던 중 인연이 닿아 2006년 다음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이 됐다. 그리고 자회사인 라이코스 CEO를 맡았다. 2009년엔 1년 반 동안 실리콘 밸리에 있으면서 다음이 눈여겨보고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제휴하는 일을 했다.

실리콘 밸리에서 젊은 창업자들에게 조언하고 연결하는 일이 보람찼다. 한국 스타트업을 돕고 싶기도 했다. 그때 네이버가 스타트업을 돕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한국에 귀국해 센터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하는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이들이 스타트업 업계엔 널려 있다. 의견교환과 수정도 수시로 일어나 이쪽 일을 하다 보면 재밌는 측면이 많다. 다만 청년 창업자들은 경험이 부족해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사업을 벌이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연결이 사람을 놀라게 한다(Connect amazing people)’가 회사의 구호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다양한 국내외 업계사람들을 이어주는 ‘연결자(Connector) 역할을 수행한다. 네트워크 관계자에는 이들에게 관심을 지닌 벤처캐피탈, 엑셀레이터, 인큐베이터, 법률 사무소, 회계 법인도 포함된다.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기 위해 대중강연을 하고 언론, 정부를 상대하기도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해설자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웃음). 작은 조직이지만 스타트업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바쁘게 일하고 있다.

창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는 무엇인가.

창업은 사업체를 여는 행위 모두를 포함한다. 한 분류인 구멍가게, 식당의 경우 노동력에 의존해 성장한다. 다만 일정한 비율로 매출이 늘기에 이익이 많이 나지 않는다.

스타트업은 다르다. 독특한 사업계획이나 기술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대박 가능성도 물론 내포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지원을 체감하나.

세렌디비티(serendipity)라는 말이 있다. 우연한 행운이 모여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일어나는 것을 뜻한다. 해당 사례로 야후 재팬 등 해외 벤처투자자들에게 한국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투자를 유치한 일이 있다 .

우연히 알게 된 좋은 스타트업들을 최대한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하고 직접적 투자와 간접적이게나마 지원을 끌어내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이란 중대한 목적을 돕는 밑거름이라 생각한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 대기업, 벤처캐피탈의 역할은 무엇이고 직접적 지원이 좋을까 자립을 위한 간접적 도움이 좋을까. 해외진출시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토론이 형성되고 업계차원에서 고민을 하도록 힘쓰고 있다.

국내에선 구글, 테슬라 같은 혁신기업을 보기 힘들다.

혁신이 나오기 위해선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질서를 깨부수는 새로운 회사를 파괴자(Disrupter)라 하는데 이들이 틀을 벗어나는 시도로 혁신 기업으로 성장한다.

한국은 파괴자들이 나오기 힘든 환경이다. 대기업 등 기존 기득권들이 질서를 거부하고 이익을 얻는 이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정책적으로도 각종 규제로 스타트업이 크기 힘들다.

시장상황도 문제다. 인구 5000만의 내수시장은 작지 않아 이익을 올리기 괜찮은 구조다. 하지만 스타트업 시장이 활성화가 되지 않는 이유는 혁신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풍토에 있다. 국민들이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고 대기업은 내부거래로 계열사끼리만 거래하니 스타트업이 크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 실리콘 밸리처럼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 한국에선 좋은 아이템이라도 10억 이상을 투자 받기 힘들다. 하지만 실리콘 벨리에선 50~100억을 쓸 수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 세계적 혁신기업인 우버(공유차량과 이용자를 연결하는 서비스)가 투자금 10조원을 적자로 태우고 나서야 간신히 이익을 냈다. 스타트업이 살아나기까지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다. 그래야 한국의 우버, 전기차를 만든 테슬라,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의 요람인 딥마인드가 탄생할 수 있다.

요즘 스타트업은 어떤가.

대부분 회사들이 전자상거래(E-commerce)나 소셜 네트워크(SNS), 공유경제, 모바일 광고회사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중심은 모바일이다. 핀테크, 음식 등의 콘텐츠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모바일을 중심으로 소비된다.

한국은 젊은 친구들이 창업을 많이 하는 분위기다. 벤처캐피탈들 역시 주요 인터넷 회사를 경험해 업계 생태계에 익숙한 30대 초반 젊은 창업자들을 유망하게 인식한다.

요기요, 배달의 민족, 집방 등 대행서비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대행서비스는 O2O(Oline to offline)로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정보 서비스다. 한번 이용자가 쓰기 시작하면 장기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우버도 초기 이용자의 충성심이 매우 높다.

이용자를 뺏어오기 위해 다른 업체가 더 발전된 서비스를 보이며 업계의 부침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욕구를 바탕으로 하기에 대행서비스는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업체를 베끼는 관행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하늘 아래 완전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른다는 우버의 아이디어도 처음이 아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해외 스타트업 발표회를 봐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살짝 바꿔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끼지만 않으면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

해당 사업 아이템을 한국에 맞게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현지에 맞게 변화를 줘야 이용자들도 만족하고 스타트업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게 제대로 된 창업자의 자세다.

스타트업이 한국 산업구조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겠나.

대기업은 의사결정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반면 스타트업은 제품의 문제점을 바로 피드백 받아 죽기 살기로 개발하고 투자 받기에 대기업이 이길 수가 없다. 그래서 미국 IT 업계에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합병한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신생 기업이 투자를 받기도 힘들고 규제로 인해 시장 자체가 대기업에 유리하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렵다. 이런 구조에서 대기업은 투자와 모험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자연히 미래산업에 흥미를 가지지도 않는다. 아이폰이 들어오지 못하게 규제가 심했다면 옴니아가 발전한 갤럭시는 나타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스타트업의 성장은 대기업의 혁신을 자극하고 시장 전체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 국민경제 차원에서도 선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16년 스타트업의 키워드를 꼽아 달라.

핀테크(금융과 IT 서비스의 결합)와 카카오가 계획하고 있는 온디멘드(사람과 서비스를 결합해 가치를 창출)가 있다. 카카오 택시, 대리운전 등 서비스가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서비스를 토대로 한 부수적 효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 미국은 ‘우버 효과’라 해서 음식은 물론 의사까지 부르면 오는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한국 역시 유망한 서비스를 토대로 외적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

한국엔 B2B(기업과 기업) 서비스가 없어 해당 산업의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브라우저에서 소프트웨어에 가입해 쓰는  정액제 서비스인 SAS(Software as a serive)가  떠오르고 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도 커야 한다. 다만 눈에 띄게 성장하는 회사가 되기 어려운 한국 현실이 아쉽다. 해외에는 가상현실(VR)도 떠오르고 있다. 이에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으로 키워야 한다.

끝으로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조언을 건넨다면.

스타트업은 성공률이 매우 낮다. 창업을 위한 창업, 도피성 창업, 멋있어 보이기 위해 스타트업에 뛰어든다면 실패확률이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에 대한 신념이 있고 열정적으로 뭔가를 바꾸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경험도 무척 중요하기에 작은 기업에 들어가 1~2년 일한다면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스타트업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더 나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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