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물·바이오에 미래 건 LG화학, 시작부터 '삐걱'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3.15 17:51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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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팜한농 인수 지연, 중국 배터리 정책 변화 등 악재
LG화학 청주 역삼투압(RO)필터 공장 직원들이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 사진=LG화학

LG화학이 미래 먹거리로 선정한 에너지·물·바이오 사업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바이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추진한 동부팜한농 인수가 지연되고 있다. 수처리 분야도 지난해 11월 첫 수주 이후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중국 정부가 전기버스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초 미래 먹거리로 에너지·물·바이오를 선정하고 역량을 모은다는 전략을 세웠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4일 간담회에서 “에너지, 물, 바이오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며 “해당 분야 솔루션 사업을 집중 육성해 근본적인 성장 기반을 더욱 단단하게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동부팜한농을 시작으로 바이오 사업을 육성하기로 계획했다. 동부팜한농은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 점유율 27%로 1위, 종자·비료 시장 점유율 19%로 2위인 회사다. LG화학은 이 회사를 인수해 글로벌 화학사인 다우케미칼·바스프처럼 선진형 종합 화학 회사로 발돋움한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바이오 사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LG화학은 11일 정정공시를 통해 동부팜한농 인수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당초 이날까지 동부팜한농 인수를 마무리한다고 공시했으나 회사 내부 사정으로 최종 계약을 미뤘다. 바이오 관련 사업 목적 추가를 위해 1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까지 예고한 상황이었다.

수처리 필터 사업 역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1월 이집트 등 전세계 5개국 8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수주를 했지만 이후 규모가 큰 수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기술적 능력을 입증할 실적(track record)을 많이 쌓아야 하지만 녹록지 않다.

고착화된 시장 점유율을 뚫어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처리 역삼투압(RO) 필터 분야는 미국 다우, 일본 도레이와 니코덴코 등 3개 업체가 시장 70~80%를 장악하고 있다. LG화학은 전체 시장 1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산업 특성상 한 번 채택한 솔루션은 큰 이상이 없는 한 자주 교체되지 않는다"며 "LG화학이 점유율을 크게 늘리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너지 부분에서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아직 전기차 배터리 부분에서 연간 영업이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경우 지난해 매출이 약 70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크게 성장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이익을 남기려면 매출 최소 1조원 이상이 돼야한다.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를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LG화학에겐 암초다. 지난 1월 중국 정부는 자국 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방식의 전기버스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주겠다고 고시했다. 이로 인해 LG화학이 주로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방식 배터리를 장착하는 전기버스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정책이 지속될 경우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LG화학 전략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장의 보조금 지급 중지보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중국 정부의 생각을 더 경계해야 한다”며 “유망한 사업일지라도 경쟁에 직면하게 되고 돌발 변수 등 위험성이 존재한다. 지나친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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