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아름다운 패배…‘인간다움’에 열광했다
  • 이민우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6.03.16 11:36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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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세돌’ ‘돌코너’ 신드롬까지

이세돌 9단은 마지막까지 승부사였다.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와의 5번기 마지막 대국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패했다. 패색이 짙어진 대국에서도 1200대의 슈퍼컴퓨터와 연결된 알파고를 초읽기까지 몰아붙이며 최선을 다했다.

 

이 9단은 세계가 주목한 ‘세기의 대국’에서 패했지만, 진정한 주인공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기품과 투혼, 낭만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막대한 자본과 최첨단 과학이 만들어낸 인공지능과 홀로 외롭게 싸우며 일주일간 모두를 웃고 울린 이세돌 9단. 그는 비록 대국에서 졌지만 “아름답고 낭만적인 바둑을 두겠다”라는 끝까지 약속을 지켰다.

 

1승 4패…이세돌 “인간적이라 졌다”


이 9단이 알파고와 마지막 대국에서 아쉽게 불계패했다. 이로써 알파고는 이 9단과 벌인 5번기 대국에서 4승1패로 최종 승리했다. 이 9단과 알파고 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5국이 지난 3월15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서 열렸다. 이 9단은 알파고와 5시간 동안 치열한 접전을 벌였으나 280수만에 패배했다. 

 

이날 이 9단은 양 소목 포석으로 실리 작전을 펼쳤다. 알파고는 양 화점에 포석해 우변과 중앙에 세력을 형성했다. 전날 저녁 동료 기사들과 실리 작전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9단은 초반 우하귀 접전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알파고의 실수를 틈타 40여집을 만들었다. 하지만 상변 타개 과정에서 움츠러든 데다 하변 삭감에서도 이득을 보지 못해 알파고의 추격을 허용했다.

 

이 9단은 알파고와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종반전으로 치달으면서 끝내기 싸움까지 갔다. 알파고를 처음으로 초읽기까지 몰아넣으면서 접전을 펼쳤지만 대국 후반에 접어들수록 패색이 짙어졌다. 만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 9단은 280수만에 돌을 던졌다. 

 

그는 대국 직후 “남들은 나를 인간적이라고 하는데 그건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인간적이라는 게 오히려 약점”이라고 자책했다. 자신의 패배에 대해서도 “그건 나의 한계이지 인간의 한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알파고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은 실질적으로 아직까지 인간 영역이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며 “그런데 내가 이기려는 마음에 욕심을 부려 제대로 냉정하게 승부를 펼치지 못해 진 것”이라고 말했다.

 

‘갓세돌’ ‘돌코너’…이세돌 신드롬

 

알파고와의 대국이 진행되는 일주일동안 사람들은 무엇보다 ‘인간 이세돌’의 매력에 열광했다. 대국 도중 시간을 아끼기 위해 화장실에 달려가고, 홀로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고뇌하는 모습은 대국만큼이나 큰 화제를 모았다. 패배 이후 한껏 상기된 얼굴과 떨리는 손은 그의 인간다운 매력을 한껏 더했다. 그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완패였고, 알파고가 완벽한 대국을 펼쳤다”라며 겸허히 패배를 인정했고, 제4국에서 마침내 첫 승을 거두고 나서야 환하게 웃으며 “한 판을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받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오랜 시간 동안 1인자의 자리를 지켜온 탓인지 ‘오만한 이단아’라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알파고와의 대결을 통해 겸허해졌다. 오히려 인간미를 마음껏 발산했다. 때문에 이 9단은 영화 ‘터미네이터’의 인간 영웅 존 코너에 비유한 ‘돌코너’, 이 9단의 이름에 영어로 신이라는 뜻을 더한 ‘갓세돌’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전 세계 외신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AP통신은 대국이 끝난 후 “최선을 다한 멋진 경기”라고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은 “아름답고 역사적인 대국들이었다”며 “이 9단과 알파고는 최소 수년간 연구해야 할 값진 기보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비록 최종 전적은 이 9단이 1대 4로 졌지만 아름다운 바둑을 보여줬다”는 총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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