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100조원’ 한전, 대규모 배당 잔치 문제없나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3.16 17:47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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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3100원...지난해보다 6배 이상 증가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 사진=한국전력

한국전력이 사상 최대인 1조9900억원을 현금 배당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전은 부채 100조원에 연간 이자 비용만 2조원이 넘고 있다. 배당 수익 절반 이상이 정부와 산업은행, 국민연금에 돌아가 결국 제 살 불리기에 한전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연간 매출 58조9577억원, 영업이익 11조3467억원, 당기순이익 13조416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2.6%, 영업이익 96.1%, 당기순이익 379.2% 늘어난 수치다.

실적이 크게 늘자 한전은 대규모 배당을 예고했다. 한전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3조4163억원 가운데 1조9901억원을 올해 배당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달 29일 고시했다. 한 주당 현금 3100원을 배당하는 것으로 지난 회계연도보다 6배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배당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채 규모 탓에 배당 잔치를 벌이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가 107조3148억원에 이른다. 이자 비용만 2조156억원이 들었다. 순이익 13조원을 냈지만 2014년 말 부채 108조8832억원에서 약 1조원밖에 줄이지 못했다. 이자비용 역시 전년 2조3516억원에서 3000억원 줄이는 데 그쳤다.

정부가 배당 최대 수혜자가 되는 것도 지적 받고 있다. 지난해 한전 실적은 25%에 이르는 고마진 영향이 컸다. 한전은 지난해 민간 발전사로부터 킬로와트시(kWh)당 84원에 전기를 사들여 소비자에게 112원에 판매했다. 한전 전기 소매가격은 대비 소폭 상승한 반면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한 정산단가는 전년 대비 7.2% 하락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25%라는 높은 마진율을 통해 실적 파티를 벌인 반면 한전에 전기를 파는 민간 발전사들은 판매 단가 하락 탓에 고사 직전에 있다”며 “(실적 배당은) 결국 민간 사업자를 짜내 벌어들인 수익으로 정부 배를 불린 것”이라 밝혔다.

한전 지분은 3월 기준 산업은행이 32.9%, 정부가 18.2%, 국민연금이 6.73%를 들고 있다. 이번 배당에 따라 1조원 이상이 정부 몫이 된다.

정부는 이 같은 배당 규모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순이익 중 신규투자를 제외한 순익을 기준으로 배당하기로 결정했다”며 “오히려 기존 유지했던 배당성향 30%보다 배당 성향이 19.58%로 줄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기업 평균 배당 성향을 지난해 24%에서 올해 28%로 높였다. 여기에 오는 2020년까지 배당성향을 4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배당 정책은 주주 이익 환원 차원에서 긍정적인 정책 방향이다. 스웨덴 등 해외 공기업은 배당성향이 높아 80%에 이르는 곳도 있다”며 “다만 벌어들인 이익을 부채를 줄이는 데 쓸 것인가 아니면 주주에게 돌려 줄 것 인가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을 지는 더 생각해볼 문제”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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