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미쓰 여사, 신격호 법적 부인 아니다
  • 한광범 시사비즈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17 20:02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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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법적 부부가 아닌 사실혼 관계…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도 방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의 친모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88) 여사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5)과 사실혼 관계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게미쓰 여사는 예상과는 달리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 중재에도 나서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의 방관자라는 지적이다.

 

신 총괄회장 일가 소식에 정통한 A씨는 기자와 만나 “신 총괄회장과 시게미쓰 여사는 법적 부부가 아닌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했다. 신 총괄회장 법률대리인인 김수창 변호사(법무법인 양헌)도 3월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시게미쓰 여사가 법적 부인이 아닌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김 변호사는 “노순화씨(1951년 사망)만 법적 배우자였다”며 “그분이 돌아가신 후 신 총괄회장의 법적 부인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A씨는 “해당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2015년 10월21일 극비리에 입국했던 신동주·신동빈 두 형제의 어머니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10월24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 도쿄로 출국하기 위해 경호를 받으며 입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신격호 회장이 머물던 하숙집의 딸이었다”

 

시게미쓰 여사는 1950년경 신격호 총괄회장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혼 당시 신 총괄회장은 이미 한국에서 노순화씨와 결혼해 슬하에 딸(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두고 있는 상태였다. 법적으로 중혼(重婚)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실혼이 이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A씨는 ‘유력 집안 출신설’이 도는 시게미쓰 여사에 대해 “신 총괄회장이 머물던 하숙집의 딸이었다”고 전했다. A씨는 시게미쓰 여사가 결혼 초기 시동생들에게 좋은 형수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A씨는 “결혼 초기, 당시 일본에 머물던 시동생 신선호(83·신격호 회장 셋째 동생) 산사스(일본 식품회사) 회장에게 밥그릇을 던진 적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신선호 회장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 편을 지원하고 있는 인물이다.

 

시게미쓰 여사가 신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재판에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 또한 사실혼 관계인 것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시게미쓰 여사가 법적 부인이 아닌 것과 재판에 아무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이 연관돼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에 남편과 두 아들이 엮여 있어 본인이 의견서를 내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성년후견인 신청인인 신정숙씨(79·신격호 회장 넷째 여동생)의 법률대리인 이현곤 변호사도 “성년후견인은 가족이 아닌 제3자가 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원 전산망에 시게미쓰 여사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재판부에 의견을 냈거나 소송 참가 의사를 밝힌 사람들 이름만 편의상 전산에 오른다”고 설명했다. A씨도 시게미쓰 여사가 경영권 분쟁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시게미쓰 여사가 한국에 입국할 때마다 언론들은 ‘중재에 나설 것’처럼 기사를 썼다. 하지만 시게미쓰 여사는 경영권 분쟁에 대해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시게미쓰 여사의 한국 입국 이유에 대해선 “쇼핑이 주된 목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게미쓰 여사가 거주하는 일본에는 롯데가 보유한 백화점이 없어 쇼핑을 위해 롯데가 백화점을 보유한 한국에 입국한다는 것이다.

 

A씨는 시게미쓰 여사가 본인 몫의 재산에 주된 관심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우리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 종료 시 재산 분할 권리는 인정하면서도, 한 배우자의 사망 시 주어지는 상속 권리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A씨 주장에 대해 재계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나이가 아흔이고, 한 아들은 회장일 수밖에 없는 재벌 사모님이 재산 욕심이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시게미쓰 여사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광윤사 지분 10.0% 등 롯데 계열사 지분을 일부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윤사는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다.

 

시게미쓰 여사가 관망하고 있는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에서는 현재 차남 신동빈 회장의 우세가 계속되고 있다.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3월6일 일본 도쿄 신주쿠 롯데 본사 빌딩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완패했다. 광윤사 대표 자격으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던 그는 신 회장 등 이사 6명의 해임 등을 안건으로 제출한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주총 패배 직후 6월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안건을 재상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그리 밝지 않다. 그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종업원지주회가 경영진의 통제하에 있다는 것이 주총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앞서 130여 명의 종업원지주회 소속 직원들에게 1인당 2억5000만 엔(약 26억원) 상당의 당근을 제시했지만, 지지 확보에 실패했다.

 

신 전 부회장이 기대고 있는 ‘아버지 뜻’도 한국과 일본 법원에서 판단을 앞두고 있다.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에 대해선 3월9일 서울가정법원이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4월 이내 입원을 통한 알츠하이머(치매) 검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병원이 5월 이내에 법원에 검사 결과를 제출하면, 6월 중으로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 및 범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진행되는 신격호 총괄회장 해임무효 소송에서도 정신 상태가 논란이 돼 사실상 소송 자체가 멈춰 있다.

 

롯데홀딩스 측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 상태를 이유로 위임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해 재판부가 의사 능력에 대한 심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신동빈 회장의 역습도 만만치 않다. 신동빈 회장 측은 신 전 부회장을 광윤사 대표로 뽑은 이사회 결의가 무효라는 소송을 지난 1월 제기한 데 이어, 신 총괄회장을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퇴임토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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