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운동하고 콩 섭취하면 유방암 50% 예방”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6.03.17 20:11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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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보다 사람을 먼저 치료하는 의사’ 문병인 센터장

여성 암 중에서 발병 증가율이 가파른 것이 유방암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유방암 환자는 15만명에 육박한다. 다행히 조기 검진, 항암 치료, 호르몬 치료, 방사선 치료, 수술 등을 병행하면서 유방암에 의한 사망은 크게 줄어들었다. 유방암 완치율(5년 생존율)은 92%로 미국(89~90%), 일본(87~89%), 영국(85%)보다 높아 세계 1위다.

 

유방암은 여성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되도록 암 부위만 제거해 많은 유방 조직을 살리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실제로 과거보다 유방을 보존하는 수술이 늘어났다. 그러나 문병인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의 시각은 다르다. 유방 조직을 많이 제거할수록 암 재발을 막을 수 있으므로 환자에게 이롭다는 것이다. 또 문 센터장은 유방암 예방법으로 운동과 콩 섭취를 강력히 추천했다. 그는 ‘병보다 사람을 먼저 치료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 시사저널 최준필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실천할 만한 유방암 예방법은 무엇인가.

 

운동과 콩류 섭취, 이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이미 세계적으로 많이 연구된 바 있는데, 매일 30~60분씩 일주일에 5일 운동하면 유방암 발병 위험이 50% 줄어든다. 이쯤 되면 운동은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유방암 예방활동이다. 콩이 유방암 예방에 좋은 이유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소플라본) 성분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에스트로겐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두 가지(알파·베타) 있다. 일반 여성호르몬은 알파 수용체에 붙어 암을 유발하지만 콩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베타 수용체에 붙어 암을 억제한다.

 

콩을 많이 먹으라는 말은 다소 막연하게 들리는데, 얼마나 먹는 게 바람직한가.


청국장을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먹으면 유방암 위험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 5세 때부터 청국장을 먹으면 그 위험이 50%나 감소한다. 우리가 청국장을 아무리 많이 먹으려고 해도 배가 불러서 먹지 못하는데 그 정도가 적당하다. 더 많이 먹으면 우리 몸의 영양 균형이 깨져서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청국장이 좋다고 하니까 청국장을 분말로 만든 가루를 수시로 먹는 사람이 있다. 또 콩에 있는 성분(이소플라본)이 유방암을 예방한다니까 그 성분을 추출한 약을 꾸준히 먹기도 하다. 호주 암학회에서 콩 성분으로 만든 제품을 먹는 것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콩을 건강기능식품 형태가 아니라 음식으로 섭취하라는 의미다.

 

유방암 예방과 관련해 국제 학술지(네이처 메디신 등)에 유방암 백신에 대한 연구 결과가 실린 적이 있는데, 현재 백신에 대한 연구는 어떤 상태인가.


그동안 우리 몸에 면역세포를 늘리면 암을 예방하거나 암세포를 죽이는 등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체내 면역력을 높이는 연구를 많이 진행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최근 연구에서 암은 특정 물질을 분비해 면역세포를 자기편으로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바탕으로 요즘은 암이 면역세포를 통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나도 그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면 항체를 만들어 유방암을 예방하는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 여성이 유방촬영기 앞에서 유방암 검사를 받고 있다. ⓒ 이대여성암병원 제공
국내 유방암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유방암의 가장 큰 원인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다. 이 호르몬은 여성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유방암 발병의 80~9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에스트로겐은 암세포로 잘 변하는 유관(乳管) 상피세포를 증식시킨다. 유관 상피세포가 과다하게 증식하면 암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여성호르몬은 생리 때 평소보다 많은 양이 분비된다. 여성의 초경이 빨라지고 폐경이 늦어지면서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졌다.

 

외국과 달리 국내 20~30대 젊은 여성의 유방암 발병이 늘어난 상태인데, 인종 간 차이 때문인가.


외국에서는 유방암이 대체로 50대 이후에 발병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어머니들의 유방암이 인구 10만명당 10~13명 정도라면, 젊은 여성의 유방암은 인구 10만명당 60~70명으로 젊은 층의 유방암 발병이 늘어났다. 이는 인종 간 차이라기보다는 최근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났고 결혼, 임신, 출산, 모유 수유도 과거보다 늦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20대 초반에 결혼해 임신하고 아이를 낳았다면, 지금은 비교적 늦은 시기인 30대가 돼서야 결혼한다. 임신과 출산 시기도 늦어졌다. 게다가 독신 여성 수도 증가해 젊은 층 유방암이 증가했다(한국유방암학회가 지난해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현재의 생활방식대로 74세까지 살 경우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을 예측해봤더니, 20대는 50대보다 2.4배나 높았다).


그렇다면 결혼, 임신, 출산, 모유 수유 시기가 빠를수록 유방암 발병은 줄어드는가.


그렇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여성호르몬은 평소보다 생리 때 많이 분비된다. 임신·출산·수유 시기에는 생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낮아진다. 물론 임신·출산·수유 시기에도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만 동시에 유방암 발병을 억제하는 물질도 분비된다. 임신을 일찍 할수록,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유방암 위험은 감소한다.

 


그 외에 또 어떤 요인으로 유방암에 걸리는가.


동물성 지방 섭취량과 유방암 위험도는 정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과거보다 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먹고 육류도 많이 섭취한다. 체내 지방세포가 쌓일수록 여성호르몬 분비가 늘어난다. 따라서 뚱뚱할수록 에스트로겐이 더 많이 분비되며 유방암 위험도도 높아진다.

 

미국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해 예방 차원에서 유방을 제거했다. 유전자에 의한 발병 가능성은 어떤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은 56%다. 이런 사람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10%가 되지 않는다. 다만 엄마·언니·여동생에게서 유방암이 생겼다면 자신도 유방암 검사를 자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검사를 무서워하며 피한다.


유방암을 의심하고 병원에 가야 할 때는 언제인가.

 

대개 유방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유방 통증은 대부분 암과 무관하다. 스트레스·비만·음식에 의한 유방통이다. 물론 유방암으로 통증이 올 수 있지만 그 정도면 이미 많이 진행한 상태다. 원칙적으로 유방에 덩어리가 만져질 때 병원을 찾으라고 한다. 자가검진법으로 ‘333 운동’이 있다. 매달 생리가 끝난 3일 후 손가락 3개로 양쪽 가슴을 3개의 원을 그리며 덩어리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를 잘 실천하기가 힘들고 덩어리를 잘 감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가장 정확한 방법은 주기적으로 정기검진을 받으라는 것이다(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30세 이상은 매월 유방 자가검진을, 35세 이상은 매월 유방 자가검진 및 2년 간격으로 전문의 임상검진을, 40세 이상은 매월 유방 자가검진 및 1~2년 간격으로 전문의 임상검진과 유방 촬영 검사를 권한다).

 

한국인의 유방 조직은 외국인과 달리 치밀해 영상 진단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 현재보다 손쉬운 진단법이 나와야 할 텐데.

 

유방 조직이 치밀하므로 유방암 엑스선 검사(맘모그라피)를 할 때 유방을 세게 눌러야 한다. 때문에 통증이 생긴다. 또 엑스선은 장기적으로 쏘이면 건강에도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초음파 진단 쪽으로 옮아가는 추세다. 영상 기기가 발달해 초음파 기기로 영상을 찍으면 모니터에 유방 조직과 암 조직이 구분돼서 나타난다. 현재는 초기 단계이지만 앞으로는 초음파 검사가 늘어날 전망이다.


유방암 제거는 여성성의 상실과 맞닿아 있어서 예민한 문제다. 요즘 수술은 어떤 점에 무게들 두고 시행되는가.

 

유방암 수술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유방을 전부 제거하는 것과 일부만 제거하는 것이 있다. 과거에는 병기(病期)와 상관없이 피부만 남기고 유방 조직 전체를 제거했지만 요즘은 부분 절제로 유방 조직을 보존하는 추세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60%가 유방을 보존하는 수술을 한다. 그러나 생각해볼 점이 있다. 미국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유방 조직을 많이 살리고 암 조직만 제거했더니 10~20년 후 그 자리에서 암이 또 생기는 확률이 약 30%로 나타났다. 수술을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유방 조직 가운데 유선 조직(암이 생길 부위)을 대부분 제거했더니 재발률이 0%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를 곧 국제 학회에 발표할 계획이다. 아무튼 유방 조직을 적게 제거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되도록 많이 제거해 유방암 재발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 또 유방 조직을 많이 제거할수록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이점도 있다. 유방 조직을 많이 제거하는 편이 여러모로 환자에게 이롭다.


유방 조직을 많이 제거하는 만큼 유방을 다시 만드는 수술이 늘어났을 것 같다.

 

과거 유방 조직을 대신할 인공 보형물을 넣어 유방을 만들었다. 그러나 모양이 자연스럽지 않고 감염 우려 등이 있어서 요즘은 자신의 신체 조직을 이용한 유방 재건 수술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복부 등에 있는 지방을 이용해 유방을 만드는 것이다. 초기에는 복부 지방을 유방으로 옮길 때 혈관을 자르지 않아 유방 모양이나 움직임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미세혈관 접합’ 기술이 발전한 현재는 현미경을 통해 지방 혈관을 잘라 유방 조직의 혈관에 이어붙이는 수술을 한다. 성공률이 99%인 데다 비용의 절반은 건강보험으로 충당하므로 유방암 환자의 상당수가 유방 재건수술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유방암 판정을 받으면 용하다는 병원과 의사를 찾기 마련이다. 의사와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

 

유방암 환자는 병원을 찾기 전에 최소한 주변 사람 10명에게 물어보고 의사나 병원을 소개받는 것 같다. 유방암을 치료하는 방법과 기술은 어디를 가나 동일하다. 다만 유방암은 여성성과 관련이 있으므로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병원과 의사를 찾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암은 수술이나 항암 치료로 나았지만 그 후 환자가 여성성의 상실에 따른 우울증으로 자살한다면, 막상 병은 치료하고도 환자를 잃는 꼴이다. 따라서 병을 고치는 의사보다 사람을 치유하는 의사를 찾을 필요가 있다.

 

그런 병원과 의사를 어떻게 찾을 수 있나.


수많은 유방암 환자를 만나본 결과, 그들의 공통점은 오래전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 원인을 찾아내서 해소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병원과 의사를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그런 병원에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 코디네이터, 봉사자 등으로 조직된 모임이 있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다. 또 문진표나 설문지로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는 병원도 있다. 문진표를 보면 의사는 그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유방암을 걱정하는 여성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은가.

 

평소 스트레스 관리를 강조한다. 스트레스의 유발 1위는 배우자와의 사별이고, 해소 1위는 봉사다. 봉사로 속 깊은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문병인 센터장은?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외과 교수다. 1985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3년 동 대학 대학원 의학 석사, 1996년 동 대학 대학원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1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유방암연구소 연구교수로 있었다. 1996년부터 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 2009년부터 이대여성암연구소 소장,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센터장으로 있다. 현재 한국유방암학회 부회장이다.

 

의사는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학회·교육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국제 학술지에 40편 이상의 연구 논문을 게재했고, 연간 300건 이상의 유방암 및 갑상선암 수술을 한다. 병원 내부는 물론 백화점·주민자치센터 등 외부에서도 건강 강좌를 하고, 유방암 환우회(이유회) 모임도 주도한다. ‘의사는 병이 아니라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라는 신조를 지키고 있다.

 

 


 


 

 

문병인 센터장이 다발성 유방암 수술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최근 유방 전체 절제 수술을 받은 한 40대 여성은 다발성 유방암 판정을 받았었다. 다발성 유방암이란 두 군데 이상에 암이 있거나 미세석회화(유방 조직에 칼슘이 침착된 것으로 악성일 경우 유방암의 원인이 됨)가 유방 조직 전반에 퍼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암이 유방의 한 부위에 국한돼 있고 4㎝ 이하의 크기라면 암 조직만 제거하면서 유방 조직을 어느 정도 보존할 수 있다. 그러나 다발성 유방암은 부분 절제만으로는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우므로 유방 조직 전체를 제거한다. 다발성 유방암 환자는 수술 전에 방사선 치료를 먼저 받는다. 방사선을 쬐면 암세포의 크기가 줄어들거나 아예 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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