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장묵의 테크로깅] 지문 대신 범죄자의 뇌를 들여다본다
  • 강장묵 |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17 20:33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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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범죄 발생 20분 전, 좀 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길”범죄시계·유전자 분석 등이 바꿀 미래의 치안

미래에도 112 신고나 제보가 존재할까. 112로 사건을 신고하면 5분 이내에 경찰이 도착해 처리하는 일이 2030년에도 일어날까. 정답은 ‘아니다’일 것이다. 아마 미래 수사대는 서울 공덕역의 ‘범죄지도(Crime Map)’를 열고, 그 근방 어느 건물의 몇 층에서 20분 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날지를 통계·분석하게 될 것이다. 그 확률을 근거로 ‘범죄시계(Crime Clock)’가 돌아간다. 범죄시계는 30분 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어느 골목에서 소매치기가 발생할지를 예측한다. 따라서 112 신고가 없어도 어김없이 범죄가 발생할 현장에는 경찰이 먼저 와 있게 된다.

 

현재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는 범죄 예측 서비스의 전단계인 범죄시계 통계(Crime Clock Statistics)를 이용해 범죄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범죄 데이터가 빅데이터로 축적될 미래에 범죄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예방할 수 있는 사건’으로 바뀔 것이다. 강력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경찰이 먼저 도착하는 범죄 예방 시계가 개인의 손목에, 집의 벽시계에 한 대씩은 구비돼 있을 것이다.

 

ⓒ 일러스트 김세중

 


가가호호에 비치될 범죄 예측 시계

 

스마트 웨어러블의 대표 격인 애플의 ‘아이워치’, 삼성의 ‘기어’ 등은 2030년께에는 어떤 서비스로 생존할까. 지금처럼 개인의 칼로리를 보여주거나 수면 상태를 확인시켜줄까. 아니다. 미래의 스마트워치는 현재 자신이 위치한 공간에서 자주 일어나는 범죄의 유형, 범죄 발생 빈도, 실제 지금 이 순간 범죄가 일어날 확률, 그리고 이들을 잘 정리해줄 수 있다. 그 결과는 이런 문구와 함께 뜰 것이다. ‘지금 범죄 발생 20분 전입니다. ‘주인님! 어서 좀 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시지요.’

 

스마트한 시계를 착용한 사람은 스스로가 알아서 범죄 현장을 떠나 좀 더 안전한 장소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 안전한 장소인 클린 지역(Spot)은 사물인터넷으로 모든 사물(책상, 소파, 벽, 의자, 필기도구 등)에 센싱이 부착돼 있어서 사소한 좀도둑부터 강력범죄까지 모든 걸 감시할 수 있는 지역이다. 그뿐만 아니라 CCTV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이곳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신분을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공간이다.

 

미래 경찰관은 범죄 발생 빈도가 높은 곳에 드론을 이용해 공중에서 순찰할 것이다. 반면 사물인터넷과 CCTV가 활용되는, 어느 정도 물리적 보안을 갖춘 지역에서는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때만 순찰용 드론이 비행할 것이다. 이런 것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뇌지도, 범죄를 줄이는 기술 장치 등을 통해 가능해진다. 미래에는 사물인터넷으로 사람의 모든 변화가 실시간으로 분석된다. 몸의 체온과 눈동자의 움직임, 그리고 걸음걸이 유형만 봐도 ‘폭탄을 들고 사지로 뛰어드는 표정인지’ ‘사랑하는 연인을 깜짝 놀라게 하려고 예쁜 꽃과 선물을 외투에 숨기고 다가서는 자세인지’ ‘적의를 가지고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표정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 인간의 표정과 행동의 수억 가지 미세한 조합을 결합하면 그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시간 분석은 인간의 DNA 염기배열과 결합해 분석하면 더 정확해진다. 태어날 때부터 폭력 유전자 항목이 높은 K군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K군이 폭력적인 가정환경에 노출되면 훗날 살인자가 될 가능성이 90%인 DNA를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2032년 어느 덥고 습한 날, 홍대 앞 도로에서 K군의 연인이 다른 남성과 데이터를 하는 모습이 우연히 목격된다. K군은 이미 ‘두 눈이 치켜 올라가고 표정이 일그러진 모습’이다. 방범 CCTV는 K군의 표정을 읽고 경고음을 발신한다. K군이 서 있는 그 현장 상공에는 드론이 윙윙거리고 있다. 이때 드론은 화난 이 젊은이의 스마트폰의 Mac(기기 고유의 번호) 등을 통해 이름을 알아내고는 ‘K군, 지금 마음속에 든 생각을 실천하면 평생을 감옥에서 지내게 됩니다. 숨을 깊게 들이쉬세요’라고 설득한다.

 

물론 이 드론은 K군을 제압할 수 있는 전기총(맞으면 기절을 하는 수준), 또는 최루탄(맞으면 잠시 동안 쉽게 제압할 수 있는), 또는 전자그물(그물 속에서 움직일 수 없는) 등을 장전하고 발포를 준비했을 것이다. 비록 K군에게 경고를 주었으나, 감정적이고 폭력적 DNA를 가진 인간은 막무가내로 연인을 공격할 확률이 80%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인공지능의 예측이 아무리 정확하다고 할지라도 아직은 드론 또는 로봇을 활용해 시민을 제압하는 것은 신중함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최대한 인간에게 선택권을 주는 정책이 기술적으로 취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금 흔히 보게 되는 경찰은 그 어디에도 없을 전망이다. 앞으로 경찰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곰곰이 생각해볼 대목이다.

 

뇌지도가 범죄자의 다음 행동을 보여줘


오늘날에도 프로파일링 기법은 범죄 수사의 중요한 방법이다. 그러나 2030년에도 범인에 대한 프로파일링이 유효할까. 연쇄살인자에 대한 ‘뇌의 지도화’를 진행하게 되면 연쇄살인범의 뇌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연쇄살인자를 프로파일링하지 않아도 ‘어떤 행동을 할지, 어디서 추가 범죄를 저지르게 될지’를 시뮬레이션해 알아낼 수 있다. 이에 대한 연구 역시 미국의 ‘뇌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와 유럽연합(EU)의 ‘인간 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 등을 통해 완성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미래에도 범죄 현장에서 담배꽁초나 머리카락을 주워 오거나 지문을 찾아 검색할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모든 성인의 회전지문을 받아 저장한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은 범법자에게만 지문을 받을 수 있다. 미래에는 지문이나 동공을 검색하기보다는 개인 고유의 염기서열을 저장하거나 범인의 경우에는 뇌지도를 따로 저장할 것이다. 만약 누가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을 갔다고 가정해보자. 미래에는 도망친 범인의 뇌지도를 분석해 범인이 어디로 갔을지, 누구와 있을지, 어떤 행동을 할지를 예측할 수 있다. 인간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고 추론되지만, 뇌 속 뉴런의 상호작용으로 나올 수 있는 그 조합의 숫자 안에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범인의 뇌를 꿰뚫어보고 있을 경찰관을 누가 당해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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