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세계 전략]① 유럽, SUV 등에 업고 ‘초록 열풍’ 쫓는다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3.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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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싼·스포티지 등 인기...이산화탄소 저감이 숙제
그래픽=시사비즈

세계 자동차시장이 얼어붙었다. 불경기 탓에 루블화와 헤알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는 바닥을 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신흥국 경기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탓에 글로벌 판매량을 늘리려는 완성차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유럽을 주목한다. 유럽 정부는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기 차종은 세단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해치백까지 고르게 분포한다. 친환경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세계 자동차 시장의 메카로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 훈풍 부는 유럽 자동차시장

유럽 자동차시장은 중국이나 미국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다만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9% 늘어난 1598만대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유럽 자동차 시장이 2015년 대비 2% 증가한 163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전망치는 보수적으로 잡는다. 그런 면에서 2%대 성장률은 변수들을 감안했다. 유럽은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더 성장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유럽 자동차시장의 훈풍은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유럽연합(EU) 및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0% 늘어난 109만대를 기록했다. 국가별 전년대비 성장률은 이탈리아가 27.3%로 가장 높았고 프랑스(13.0%), 스페인(12.6%), 독일(12.0%)이 뒤를 이었다.

유럽시장의 절대 판매규모는 1월과 동일했다. 다만 2월이 통상적으로 계절적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중국 및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로선 올해 유럽시장 성장기류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 SUV 앞세운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 주력무기는 SUV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SUV 열풍은 유럽시장에서 특히 거세다. 이유는 유럽의 근로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유럽권 국가의 연 평균 근로시간은 독일(1371시간), 네덜란드(1425시간), 노르웨이(1427시간), 덴마크(1436시간), 프랑스(1473시간) 등이다. 한국(2124시간)에 비해 여가시간이 풍부하다.

일하는 시간이 적어지면서 레저 활동을 즐길 여력은 늘었다. 여기에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 특성이 맞물리며 내구성이 좋은 SUV가 각광받게 됐다. 구상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교수는 “유럽에서는 넓은 수납공간과 안전성 등이 좋은 차의 덕목이다. 자연스럽게 해치백이나 SUV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투입된 주력모델의 성과도 좋다. 특히 현대차 준중형 SUV 신형 투싼이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유럽시장에서 본격 판매되기 시작한 신형 투싼은 지난 1월 총 1만1708대가 팔려 출시 이후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기아차 스포티지는 영국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에 따르면 지난 2월 영국 시장에서 스포티지는 신형과 구형을 합쳐 총 1521대가 팔려 9위에 올랐다. 현대·기아차의 차종 중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4년간 영국시장 월간판매 10위안에 들어간 차는 스포티지가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투싼과 스포티지의 유럽 ‘10만대 클럽’가입이 유력하다고 전망한다. 투싼과 스포티지가 1월부터 본격적으로 유럽 현지생산에 들어간 점도 호재다. 유지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3월 계절적 성수기로 접어들며 현대·기아차의 유럽시장 절대판매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유럽 내 중소형 SUV 시장의 확대추이를 감안하면 투싼과 스포티지 신차효과는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유럽 ‘초록 열풍’ 대응이 관건

올해 현대·기아차 유럽전망은 장밋빛이다. 신차가 투입된 SUV 라인업은 공고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0일 금리 추가 인하와 함께 대규모 양적완화 계획을 발표했다. 지표만 봤을 때 현대·기아차 앞에 놓인 장애물은 없다.

관건은 유럽시장에 불고 있는 ‘그린카(Greencar) 열풍’이다. 유럽의 각국 정부는 지난해 폴크스바겐 스캔들 이후 배기가스 저감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현대·기아차는 친환경 신차로 맞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아이오닉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 니로를 오는 3분기 유럽에 출시한다.

다만 현대·기아차의 내연기관차가 문제로 지적된다. EU 환경규제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2021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 이하로 낮춰야 한다. 1g/㎞를 초과할 때마다 대당 95유로(약 11만9000원)를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유럽의 환경단체 교통&환경은 현대차가 분석대상 15개 업체 가운데 가장 늦은 2027년에야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이산화탄소 규제를 충족하려면 2021년까지 연간 4.7%를 감축해야 한다.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다운사이징 기술과 실린더 디액티베이션(CDA) 장치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산화탄소 저감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현대차가 장기적으로 내연기관 차량의 70%를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친환경차 시장이 크면서 디젤차 수요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 시장이 동반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현대·기아차가 친환경신차와 별개로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친환경 차종 아이오닉과 니로 개발에 많이 투자했다. 특히 친환경차가 주목받는 유럽에서 두 모델의 흥행 여부는 현대·기아차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다만 이산화탄소 저감기술은 생각만큼 빠르게 발전하지 않는다. 폴크스바겐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이유다. 현대·기아차가 유럽시장 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이 부문에서 경쟁업체만큼 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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