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 무색하게 ‘AI’는 걸음마 수준
  • 이민우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6.03.24 21:03
  • 호수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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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에 놀란 정부 부랴부랴 지원 방안 발표

‘알파고(AlphaGo) 쇼크’. 박근혜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으로 인한 여파를 이렇게 표현했다. 알파고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이 AI 연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것을 놓고 ‘행운’이라고도 말했다. 실제로 대국 이후 ‘4차 산업혁명’까지 언급되며 AI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는 한국과 미국의 AI 기술 격차를 2.4년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70.5 정도라는 의미다. 한국 인공지능 소프트웨어(SW) 기술은 최고 기술국 대비 75%, 응용 SW 기술은 74% 수준으로 조사됐다. 중국과 비교해도 인공지능 SW 기술에 큰 차이가 없었고, 응용 SW 기술은 오히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우리나라도 오랫동안 기초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선진국과 간극을 메울 수 없을 정도로 뒤처진 것은 아니다”며 “열심히 한다면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AI 전문가들의 말은 다르다. 정부의 말처럼 기술 격차를 단순 수치로 비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 인프라와 시장 형성 단계, 기초과학 연구환경, 인적 구조 등에서 심각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해봤을 때 한국의 AI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주장이다.

 

민간 부문의 인공지능 산업 기반도 시장 규모, 기업 수와 투자 규모 측면에서 턱없이 허약한 수준이다. 국내 인공지능 관련 기업은 2015년 기준 64개로 추정된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ICT(정보기술통신)산업의 위상을 고려할 때, 인공지능 시장 규모와 관련 기업 수는 한참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은행 관계자가 3월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별관에서 인공지능 자산관리 시스템인 ‘로보 어드바이저’를 선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눈앞 ‘먹잇감’만 보는 정부와 기업

 

IT 시장분석 기관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에 따르면, AI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 규모는 2010년 45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억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세계 AI 시장 규모도 지난해 1270억 달러에서 2017년 165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AI 시장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2013년 3조6000억원에서 2017년 약 6조4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지능형 로봇 시장 규모도 2010년 2712억원에서 2014년 3385억원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한국의 인공지능 연구가 특정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과 게임 분야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업체와 SK텔레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 등이 인공지능과 관련한 별도의 조직을 두고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방법 중 하나인 ‘기계학습’(머신러닝)을 일부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2013년부터 ‘네이버랩스’라는 연구·개발 조직에서 머신러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도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 기술을 일부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에 필요한 AI 기술을 개발하는 별도 팀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야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이 사물인터넷(IoT)과 무인자동차 등을 연구하기 위해 AI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반면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구글은 2001년 이후 14년간 인공지능 관련 기업 인수에 약 33조원을 투자해왔다. 중국의 바이두 역시 35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전담 딥러닝 연구소를 구축했다. 도요타는 인공지능 연구소에 1조1725억원을 쏟아부었다.

 

정부의 지원도 비교된다. 해외의 경우 일찌감치 AI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다. 미국은 매년 30억 달러(3조5649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삼성이 휴대폰에 적용하기 위해 진행한 음성인식 연구의 경우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1970년대부터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이미 40여 년 전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한 셈이다. 일본도 매년 1000억 엔(1조482억원)을 인공지능 관련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도 현 정부에서 창조경제를 주창하며 ICT산업의 육성을 시도했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3월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지능정보사회 민관 합동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투자 나선 정부, 우려하는 전문가

 

정부는 알파고와의 대국을 계기로 뒤늦게 부랴부랴 투자 방침을 밝혔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3월1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지능정보사회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연구·개발(R&D), 전문 인력 확충, 데이터 인프라, 산업 생태계, 융합산업 육성 등에 향후 5년간(2016~20년) 총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조5000억원 이상의 민간 투자도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와 기업이 연구 역량을 결집시킬 지능정보기술 연구소가 설립된다. 전자제품 제조사인 삼성전자·LG전자,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 6개 기업이 연구소 설립에 참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 인공지능 SW 개발자 등 새롭게 수요가 창출될 전문 인력을 선제적으로 양성할 계획도 세웠다. 아울러 코리아 IT 펀드(KIF) 등을 활용해 지능정보기술 분야 스타트업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인공지능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공공 부문이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고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며 “인공지능 발달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응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영임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는 30년 이상 오래 투자해야 결과가 나온다”며 “알파고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확 몰렸지만 앞으로도 이런 관심을 유지할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머신러닝 분야를 이끌고 있는 최승진 포스텍 교수는 “머신러닝 분야는 당분간 굉장한 발전을 이뤄나갈 것”이라며 “이 추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과학 기초과목을 강화하고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는 등 국내 이공계의 기초를 닦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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