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의 기억 심리부검] 두 딸 살해 후 자살로 위장
  • 서종한 | 프로파일러(사이몬프레이저대학 정신건강법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24 21:19
  • 호수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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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앓던 엄마 “더 이상 살기 싫은 세상, 아이들과 함께 죽으려 했다”

2012년 12월 추운 겨울, 초등학생 두 딸 미희(9)와 진희양(11)이 가족이 없는 사이 끈으로 경부가 압박된 상태에서 사망해 있었다. 작은딸의 손과 팔 등에서 반항흔으로 보이는 경미한 상처가 눈에 띄었다. 일정한 방향으로 나 있는 손톱자국이었다. 그리고 양쪽 어깨에 심하게 눌린 멍 자국이 있었다. 큰딸도 비슷한 상처 패턴을 보였다. 가슴 부근이 심하게 눌려 12번 갈비뼈에 금이 간 상태였다. 방어흔으로 보이는 경미한 상처가 손등에도 보였다.

 

엄마는 두 아이에게 방학 숙제를 시켜놓고 가까운 마트에 장을 보러 잠시 집을 비운 상태였다. 2시간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방 침대 위에 가지런히 누운 채 숨진 작은딸과 문고리에 목을 맨 채 앉아 있는 큰딸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이 오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며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시도한 흔적이 역력했다.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하자 “이렇게 늦게 와도 되느냐”고 흐느끼며 심하게 욕을 했다. 병원으로 곧 후송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두 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 일러스트 임성구

사건 현장은 10층 높이의 아파트 단지에 위치해 있었다. 4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여서 재건축을 앞두고 있었다. 칙칙한 회색 빛깔의 아파트는 한낮에도 사람이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분위기였다. 1층 베란다 쪽에는 2개의 방범창이 있었다. 부부가 썼던 것으로 보이는 큰방과 아이들이 함께 썼던 작은방, 그리고 부엌으로 이뤄진 구조였다. 특이한 점은 집 안 정리가 너무 안 돼 있었다는 점이다. 부엌에 식기가 바닥에 널려 있고 옷도 방 안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었다. 아이들이 사는 가정집치고는 위생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보였다.

 

수사 초기 ‘살인 후 자살’ 가능성 커 보여


외부에서 집 안 내부로 침입한 흔적이나 시건(施鍵)장치를 파손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창문이나 문손잡이 시건장치 주변 등에서 가족 외의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발생 시간은 주중 오후였고, 아이들은 엄마가 없을 때 외부인에게 방문을 절대 열어주지 않았다. 외부인이 침입했다 하더라도 위험성이 낮은 아이들을 굳이 살해할 만한 명확한 동기가 없었다. 내부에는 산발적으로 물색을 한 흔적이 보였으나 서랍에 있던 현금이나 귀중품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강도 살인의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였다. 가장 크게 혐의를 둔 부분은 큰아이가 작은아이를 죽이고 스스로 문고리에 목을 맨 ‘살인 후 자살’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변사 현장에서 어린아이가 동생을 죽이고 자살하는 경우를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 형사팀에서 필자에게 사망의 형태와 동기를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서 형사팀이 하는 조사와는 별개로 사망자의 부모, 심리상담사 그리고 학교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면담을 하기 시작했다.

 

사건이 발생한 후 일주일 만에 현장에서 죽은 아이를 발견했던 모친을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이를 낳고 집에서 키우면서 우울증이 생겼다. 그 바람에 직장도 그만두고 정신과에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큰 딸아이도 어쩐 일인지 나처럼 우울증을 보였다. 한번은 손목에 자해를 하고 작은 딸아이를 괴롭히며 다 죽자고 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상담소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차도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뛰어내리고 싶어요. 목을 매고 싶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라는 말을 자주 했다. 내가 없을 때는 동생을 때리고 목을 조른 경우도 여러 번 있어 혼을 냈다. 나 자신도 우울증 때문에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가 없었다. 큰아이가 동생을 죽이고 자신도 목을 맨 것 같다.”

 

그녀의 진술에 따르면, 큰아이의 자살 동기와 치명성은 어느 정도 뚜렷해 보인다. ‘자해’ 흔적과 최근 ‘죽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 그리고 실제 ‘동생의 목을 조른 경험’이 ‘살인 후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작은아이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살인 후 자살’이었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 일러스트 임성구

 


“아내가 아이들 때려” 남편의 엇갈린 진술

 

하지만 큰아이의 담임선생님과 남편의 진술에 따르면 요즘 큰아이가 많이 좋아져서 학교나 집에서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언니가 오히려 덩치 큰 동생에게 맞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학교에서도 같은 반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싸운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을 만큼 숫기 없는 아이였다는 것이다.

 

남편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친모가 정신분열증이 있었는데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일찍 죽고 계모가 들어와 고생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떠나 서울에서 일을 하며 학교를 다녔다.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가끔 만나 이야기도 하고 의지하는 사이다. 아내와는 10년 전에 지인의 소개로 만나 결혼했다. 곧 임신을 했고 큰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산후 우울증이 생겼다. 다니던 직장도 그 바람에 그만뒀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양육이나 가사 때문에 힘들어했다. 친정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처지였고 아이들도 귀찮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를 임신했다. 둘째 아이를 낳고 나서는 우울증이 더 심해졌고 편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했다. 모든 걸 귀찮아하며 아이들을 때리거나 심한 욕을 하며 야단치기 일쑤였다. 

 

그때부터 수면안정제를 8년 정도 먹어왔다. 그 바람에 부부관계를 할 수 없었고 같은 직장에 다니던 여직원과 내연관계로 지내오다 지난해에 아내가 알게 됐다. 그 이후로 각방을 썼고 집에서는 서로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마 심리적인 소외감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오히려 아이들은 집에서 엄마 때문에 숨조차 쉬지 못하는 상태였다.”

 

남편의 진술에 따르면, 아이들에게는 자살 동기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는 부인에게 더 있어 보였다. 특히 남편과의 갈등이 깊었고 오래전부터 앓아왔던 우울증이 심해졌다. 최근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아이들을 여러 차례 학대한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들 체내에서 수면진정제 검출

 

필자는 남편과 학교 담임선생님 그리고 상담사의 진술이 모친의 진술과는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큰아이의 자살 의지와 치명성은 임박해 보이지 않았다. 언니가 두 살 터울인 동생을 방어흔이 거의 없는 상태로 죽일 수 있을까. 동생의 신체 골격은 언니보다 오히려 더 좋았다. 큰 덩치의 동생을 끈을 이용해 죽인 후 방 안으로 옮길 수 있을까에도 의문점이 들었다. 오히려 주변 정황이 조심스럽게 모친을 지목하고 있었다. 형사들에게 심리부검 결과를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모친에 대한 혐의점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결정적으로 집 안 화장실 쓰레기통 바닥에서 부인이 먹던 수면진정제가 발견됐다. 아이들의 혈액을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아이들의 체내에서는 부인이 정신과에서 처방받아 복용했던 것과 동일한 성분의 수면진정제가 다량 검출됐다. 그리고 모친이 장을 보러 갔다는 시간대에 마트 입구와 매장 내 폐쇄회로 어디에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또 위 내용물을 바탕으로 추정한 사망 시간과 모친이 주장하는 시간에 현격한 차이가 났다.

 

부인은 여러 가지 정황과 결정적인 단서에 결국 자백을 했다. 아이들을 죽이는 상황을 이야기할 때에도 거리낌 없이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자신의 신변과 처지를 비관하면서 자신의 잘못이 아닌 양 남편과 자식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말할 때는 회피하거나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 하는 걸까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모친과 가진 마지막 면담에서 그녀가 밝힌 진술 내용이다. “남편과 결혼한 후 아이를 낳고 각방을 쓰며 외롭게 지내왔다. 남편의 철저한 무시와 외도가 나를 힘들게 했다. 아이들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고 친정조차 나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 급기야 수면진정제마저 편두통과 불면증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장기간 복용으로 내성이 생긴 것이다. 남편이 출근한 오후, 더 이상 살기 싫은 세상, 아이들과 함께 죽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준비해온 수면진정제를 으깨서 우유에 타 먹였다. 두 아이를 거실 소파에 눕혀 차례대로 준비해둔 끈으로 목을 졸라 죽였다. 그런 다음 화장실 수건걸이에 긴 수건을 이용해 나도 목을 맸다. 순간 너무 아프고 죽는다는 게 겁이 났다. 도저히 죽을 용기가 없었다. 그때 큰아이가 작은아이를 죽이고 동반 자살한 것으로 위장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작은아이는 업어 작은방 침대 위에 눕혔고 큰아이는 방 문고리에 목을 매 자살한 것처럼 위장했다.”

 

그녀는 일기장에 이런 글을 적었다. “시간이 흘러 가을이 나에게로 온다. 40이 다 돼서 인생이 허무할 뿐이다. 세월이 야속할 뿐이다. 멀리 가족이 없는 곳으로 홀연히 떠나가고 싶다. 멍하게 나를 감싸주는 바다를 품고 싶다. 자식도 남편도 없는 그곳, 나의 마음은 이미 굳어버린 지 오래다. 이러다 숨 막혀 죽을 것 같다.”

 

심리부검의 1차적인 대상은 죽은 큰아이와 작은아이다. 아이들이 어떤 죽음을 맞았는지 그리고 왜 그런 죽음을 맞게 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래서 죽은 아이의 주변을 맴돌았던 부모와 친구, 상담자, 선생님을 차례대로 만나 이 아이들이 살아온 삶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사망의 원인과 방식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누군가가 어떤 이유에서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령 부모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특정한 사람의 진술을 바탕으로 한 심리부검은 있을 수 없다. 심리부검의 핵심은 다양한 정보 제공자의 진술과 객관적인 자료 검토 과정을 통해 결과가 도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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