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 전면전 선포한 KT와 LG의 절박함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6.03.24 21:22
  • 호수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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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과정에 남은 3대 핵심 변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승인 절차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2월26일 CJ헬로비전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통과시키며 내부 절차를 마무리 지은 상황이다. 남은 건 정부의 판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현재 기업결합심사를 앞두고 있다. 공정위가 조만간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과가 나오면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공정위 협의와 방송통신위원회 사전 동의 절차를 밟아 M&A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이처럼 최종 승인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SK 측으로서는 마냥 낙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양한 변수가 남아 있어서다.

 

 


#변수 1. 방송·통신업계와 시민단체의 반대

 

이번 M&A의 최대 변수는 업계와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대다. 이들을 중심으로 조성된 여론이 정부의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동통신업계에선 KT와 LG유플러스가 극렬한 반대를 계속해오고 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각각 이동통신업계와 알뜰폰의 1위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가 합쳐져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더 올라갈 경우, KT와 LG유플러스의 사업환경은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급기야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14일, 20개 일간지에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려는 진정한 의도가 무엇입니까’라는 M&A 반대 의견광고를 내기도 했다. 기업이 타 기업의 경영과 관련해 이런 의견광고를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실상 SK텔레콤에 전면전을 선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KT와 LG유플러스는 광고를 통해 M&A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제기했다.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SK텔레콤의 이통 시장 독과점 가능성과 이로 인해 소비자 권익이 침해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과 결합한 상품을 400만여 명에 이르는 CJ헬로비전 가입자들에게 판매할 것이란 우려였다.

 

방송업계도 독점화로 인해 시장이 황폐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을 회원사로 둔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2월17일 미래부에 M&A 승인 불허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2월25일 M&A가 성사될 경우 방송 플랫폼 시장은 다자간 경쟁에서 거대 통신사들이 지배하는 독과점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로 인해 콘텐츠 저가화 문제로 산업이 급격하게 황폐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한국방송협회는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성명을 발표하며 M&A를 반대해오고 있다. 여기에 지역 방송사 17곳도 지난 3월15일 성명을 내고 이번 M&A를 ‘재벌의 방송통신 시장 독과점 시도’라고 규정했다.

 

시민단체들도 반대 행렬에 가세했다.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지역·미디어 단체 14곳이 연대해 결성한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 보장을 위한 시민실천행동’(방송통신실천행동)은 지난 2월15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SK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통신 공공성 파괴와 지역성 훼손, 일자리 축소, 이용자 권리 침해, 인수·합병 맞춤형 방송법 탄생 등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이들은 또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인허가에 반대하는 방송통신실천행동 의견서’를 미래부에 접수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지금은 방송통신 융·복합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우리끼리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서 투자를 늘려 대한민국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 여기에 SK가 책임감을 갖고 선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 위치한 CJ헬로비전. ⓒ 시사저널 최준필

 


#변수 2. CJ헬로비전 주주총회 무효 소송

 

CJ헬로비전의 주주총회 무효 소송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KT 직원이자 CJ헬로비전 주주인 유 아무개씨는 지난 3월7일 서울남부지법에 CJ헬로비전의 임시주주총회는 무효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유씨는 소장을 통해 주주총회 무효 사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먼저 주주총회에서 의도적으로 SK브로드밴드 주식 가치를 높게, CJ헬로비전 주식 가치를 낮게 평가해 합병 비율을 현저히 불공정하게 산정해 주주로서 손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유씨는 또 CJ헬로비전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SK텔레콤이 정부 승인 전에 CJ오쇼핑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방송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 유씨는 이번 합병 결의가 정부 인가 없이 합병의 이행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이런 주장들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다고 일축했다. 양측의 입장차가 큰 만큼 치열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변수 3. KISDI 통신 시장 경쟁상황평가 결과


SK군(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결합 상품 시장점유율이 50.1%로 이동전화 시장점유율 49.4%를 넘어선 점도 SK텔레콤 측엔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13년도 통신 시장 경쟁상황평가에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 상품 시장점유율이 이동전화 시장점유율을 밑돌아 시장 지배력 전이의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점유율 추이는 이동전화 시장 지배력이 결합 상품을 통해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 인터넷전화 등으로 전이됐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시장 지배력 전이는 인수·합병 반대 진영의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 상품의 시장점유율이 올랐다고 지배력이 전이된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결합 상품의 중심은 초고속인터넷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KISDI는 앞서 2014년도 경쟁상황평가에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결합 상품 점유율이 48.0%로 증가했지만, SK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점유율은 9.2%에 불과하다”며 지배력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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