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넘어 세계무대 평정에 나선 패션계 ‘잇걸’
  • 윤민화·배동주 시사비즈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24 21:25
  • 호수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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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모델 아이린 킴, 포브스 선정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뽑혀

모델 아이린 킴(30)은 패션계의 ‘잇걸(It girl)’이다. 성적 매력을 갖춘 스타일리시한 모델이면서도 패션 영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2월24일 모델 아이린을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피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힙합그룹 빅뱅의 지드래곤, 영화배우 김수현이 함께 선정됐다.

 

그는 미국 화장품업체 ‘에스티로더’의 컨트리뷰터(Contributor)로 활동하며 세계적 모델로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70만명이 넘는다. 3월16일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아이린을 만났다. 약속 시각 30분 전, 아이린은 햇빛에 반사된 무지개색 머릿결을 흔들며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너무 빨리 왔나요”라고 말하며 수줍게 대화를 이어갔다.

 

ⓒ 시사저널 이종현

 


포브스의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된 이후 달라진 점은.

 

처음 들었을 땐 장난인 줄 알았다. 팬이 트위터에 올려준 글을 보고 알게 됐다.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모델 아이린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찼다. 주위에서 많이 축하해줬다. 특히 아버지가 기뻐했다. 아버지는 모델 일을 반대했다. 이번을 계기로 아버지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내가 부모라도 자식이 모델 한다면 반대할 것 같다. 모델이라는 직업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체력적·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다. 겉으로 보여줘야 하는 일이다 보니 혼자 감내해야 할 것도 많다.

 

아이린 하면 ‘옴브레(ombre) 헤어스타일’(헤어톤의 차이를 많이 준 스타일)이다. 이 스타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처음엔 집에서 끝부분만 탈색한 후 파란색으로 염색했다. 특별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싶었다. 염색하고 나니 다른 모델들이 내 머리 스타일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좀 더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에 무지개 같은 옴브레 헤어스타일을 연출하게 됐다. 사실 회사 모르게 한 염색이었다. 내 머리를 본 회사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시 동양계 모델은 흑발이어야 한다는 편견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염색 이후 오히려 인기는 더 많아졌다. 서울컬렉션에서는 무대에 18차례 서기도 했다. 하루에 무대 5개씩 오를 땐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았다. 알록달록한 머리는 이제 내 트레이드마크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가 70만명이 넘는다.


처음 인스타그램을 시작할 땐 비즈니스가 아닌 개인 일상을 담는 공간이었다. 그저 매일 있었던 개인 일상 중 좋아하는 사진·동영상 등을 재미로 올렸다. 당시 개인 블로그도 같이 운영했다. 팔로워가 늘어나게 된 계기는 케이블방송 엠넷(Mnet)의 패션 프로그램 <케이스타일(K style)>을 진행하면서다. 국내외 많은 사람이 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케이스타일>은 미국·동남아 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매우 많다. 이런 일이 운 좋게 겹치며 많은 사람에게 나를 알리게 됐다.

 

팬들과 자주 소통하나.


많이 못한다. SNS에서 한 사람에게 답하면 그 양이 너무 많아져서(웃음). ‘KCON 2015’에서 팬미팅을 가진 적이 있다. 급작스럽게 갖게 됐는데도 400~500명이 왔더라. 팬들에게 건넨 첫 질문이 “나 보러 온 것이 맞느냐”였다. 굉장히 놀라웠다. 요즘 패션위크에 가면 과거와 달리 팬 참여도가 높다. 특히 디올 쇼나 샤넬 쇼에 팬이 많다. 팬들이 나를 ‘아이린 퀸(queen)’이라고 불렀다.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감사했다. 속으로 ‘프린세스(princess) 할 나이가 지나서겠지’라고 생각했다(웃음).

 

아이린의 패션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공작새다. 화려한 머리색과 패션감각 때문에 나를 공작새라고 많이 부른다. 한번은 공작새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나 칠면조라고 말한 적이 있다(웃음). 어떤 분들은 나를 유니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난 그냥 이것저것 많이 도전하는 사람이다. 스타일 하나만 고집하진 않는다. 상황에 맞춰 편하게 입는 편이다. 평소 라이더재킷에 청바지를 많이 입는다. 기본 아이템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잘 맞는 청바지, 라이더재킷, 코트 등을 다른 옷들과 섞어 입으면 유용하다. 기본 아이템은 좋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 게 좋긴 하다.

 

미국 화장품업체 ‘에스티로더’의 컨트리뷰터라고 들었다. 어떤 일을 하나.


지금같이 연결된 시대에 새로 등장한 홍보 담당이다. 제품 출시 이전과 이후,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 트렌드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한다. 나는 한국의 뷰티 흐름, 신제품 방향성에 대해 자유롭게 조언한다. 인플루언서(Influencer), 일명 영향력 있는 개인을 활용한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미국 에스티로더는 3월16일 새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 브랜드의 스킨케어 제품 생산에 많이 참여했다. 굉장히 재밌고 모델로서 정말 뜻깊은 일이다. 직접 느끼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진실하게 다가갈 수 있다.

 

에스티로더와는 어떻게 일하게 됐나.


미국 에스티로더 마케터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을 구경시켜달라는 부탁을 받고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을 거닐며 여러 얘기를 나눴다. 잠깐 들어간 카페에서 마케터가 같이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 이야기가 있고 수개월 후 에스티로더의 사장으로부터 날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많이 떨렸지만 과장하지 않은 아이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왔다.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켈빈클라인 파티에서 사장을 다시 만났다. 그는 ‘이번에 에스티로더와 함께 일할 사람’이라며 나를 모델 켄달 제너에게 소개했다. 몇 번을 확인하고도 믿기지 않았다. 얼떨떨했지만 너무 좋았다.

 

롤 모델은 누구인가.


패션 쪽에선 미국 러키매거진 편집장 출신인 에바 첸 인스타그램 패션디렉터를 존경한다. 굉장히 긍정적이며 세심한 사람이다. 무척 바쁜 일정에도 사소한 메일 하나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메일을 보내면 하루 안엔 꼭 답이 온다. 또 영국 패션의 상징 알렉사 청도 좋아한다. 패션계에서 활동하다 모델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나와 비슷하다. 배우 엠마 왓슨도 멋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스트적 발언을 용감히 한다. 어떻게 보면 정치적 발언인데 스스럼없이 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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