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선임...과제 첩첩산중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6.03.25 13:45
  • 호수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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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취임식...4세 경영 본격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사진=두산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25일 열린 이사회 의장에 선임되며 그룹 회장직 승계를 공식화했다. 형제경영을 해온 두산그룹은 그동안 ㈜두산 이사회 의장이 그룹 회장직을 수행해왔다. 박 회장의 공식 취임식은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다.

박 회장의 그룹 회장직 승계로 두산은 본격적인 4세 경영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두산가(家) 3세 중 맏형인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박정원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85년 두산산업에 입사해 두산건설 부회장, 두산모터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2012년부터 지주회사인 두산과 두산건설 회장직을 맡고 있다. 두산베어스 야구단 구단주이기도 하다.

박 회장이 4세 경영 시대를 열었지만 두산이 처한 상황은 현재 녹록치 않다. 밥캣 인수와 해외 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주요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 등이 수년째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두산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8조9604억원, 영업이익 2646억원, 당기순손실 1조700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6.1%, 16.8% 감소한 수치다.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인 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은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강등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어려움 속에서 두산은 유동성 위기 탈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알짜 사업부 공작기계 부문을 MBK파트너스에 1조1300억원에 매각했다. 또 자금 확보를 위해 두산밥캣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엔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며 과거 주력업종이던 소매·유통업에 재진출했다. 두산은 과거 소매·유통 중심에서 2000년대 들어 중공업 중심으로 회사 주력 업종을 탈바꿈한 바 있다. 재계에선 두산의 면세점 진출을 유동성 위기 타개책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 무리한 명예퇴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은 수차례 명예퇴직을 실시해 임직원 수백명을 퇴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두산인프라코어가 20대 직원에게 명예퇴직을 강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최근에는 두산모트롤이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채 사물함만 보도록 '면벽 근무'를 시킨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며 또 다시 비난을 받고 있다.

이 같이 최근 몇 년 간 두산그룹 내 구조조정이 계속되며 직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이 같은 구조조정으로 그동안 '사람이 미래다'는 광고 문구 등으로 쌓았던 그룹 이미지도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 취임한 박 회장으로서는 면세점 사업 성공, 두산밥캣의 조속한 상장과 함께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두산으로서는 두타 면세점이 핵심 상권인 동대문에 문을 여는 만큼 큰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동대문에서 멀지 않은 명동에 업계 1위 롯데면세점 소공동 지점과 유통업 강자인 신세계 면세점이 위치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더욱이 정부가 면세점 추가 지정을 고려 중인 것도 두산으로서는 악재다. 아울러 현 상황에서 직원 사기를 올리고 그룹 이미지 개선 방안도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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