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그룹, 3세 경영 통할까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3.25 17:27
  • 호수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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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된 경영환경 극복해낼지 경영능력 시험대 올라
이태성 세아베스틸 대표(왼쪽)와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오른쪽). / 사진=세아그룹

세아그룹 3세 경영 시대가 활짝 열렸다.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 장남인 이태성 세아베스틸 전무가 지난 18일 세아베스틸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 역시 25일 신규 사내이사에 선임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다. 이 전무는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 동생인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세아그룹은 이들을 통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 환경은 만만치 않다. 이태성 대표가 맡고 있는 세아베스틸은 특수강 부문에서 현대제철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다. 이주성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있는 세아제강도 강관 산업 침체로 실적 회복이 쉽지 않다.

◇ 이태성 대표 손에 달린 세아베스틸 운명

이태성 신임 대표는 부임하자마자 현대제철이라는 강적과 마주쳤다. 현대제철은 특수강에 방점을 찍고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 핵심 부품에 주로 사용되는 특수강을 통해 자동차 소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특수강 시장 점유율 1위 수성을 위해선 이 대표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 대표가 현대제철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세아베스틸 매출에서 내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세아베스틸 특수강 매출 2조4935억원 중 2조1300억원이 내수에서 발생했다. 수출로는 3635억원밖에 벌어들이지 못했다. 더구나 세아베스틸 매출은 현대차와 기아차로부터 30~40%가 나오고 있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시장에 들어오면 매출 축소는 불가피하다.

다만 이 대표에게 1~2년 정도 시간적 여유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해 발간한 ‘2015년 철강산업의 현주소, 그리고 Forward Looking’은 자동차용 특수강은 품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대제철 특수강이 시장에 영향을 주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 현대제철 역시 2018년을 목표로 일반 산업용 특수강부터 엄격한 품질 관리가 필요한 자동차 부품용 특수강에 이르는 모든 강종의 생산 체제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아베스틸 운명은 내년이나 현대제철 역량이 결집되는 2018년에 결판 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이 시기가 오기 전에 경영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며 “세아베스틸에게 당면한 과제는 판매처 다각화와 수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세아제강 수익 회복할까

이주성 전무가 이끌 세아제강도 상황이 좋지 않다. 세아제강은 주력 사업인 강관 부문이 저유가로 셰일가스 산업이 침체되자 성적이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세아제강 매출은 2조19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7% 줄었고 영업이익은 780억원으로 52.5%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2014년 6.7%에서 지난해 3.6%로 3.1%포인트 떨어졌다.

세아제강은 시장 확대와 영업 강화로 지난 2~3년 호황기 때의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세아제강은 미국 셰일가스(shale gas)와 함께 성장했왔다. 셰일가스는 셰일층에 부존하고 있는 천연가스와 오일을 일컫는 말로 기존 기술로는 채취가 어려웠지만 프랙킹(Fracking·수압수평파쇄법) 기술 등장으로 상업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시추에 쓰이는 유정용 강관(OCTG) 수요와 기름을 옮길 송유관 수요가 늘면서 세아제강도 덩달아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세아제강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관 업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 캐나다에서 세아제강 강관 제품에 대해 반덤핑 규제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11월 한국산 라인파이프 덤핑으로 인한 미국 산업의 피해를 인정하며 세아제강에 2.53% 반덤핑 관세 부과를 확정했다. 캐나다 국경관리청(CBSA)도 지난해 12월 한국산 유정용 강관(OCTG II) 반덤핑 관세 재조사를 하며 국내 업체들에 정상가격(Normal value)을  요구했다. 이에 세아제강은 정상 가격을 제출했고 기존 보다 높은 유정용 강관 가격으로 캐나다 시장에서 싸워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세아제강도 중장기적으로 북미 시장에서 제 3국으로 시장을 넓혀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영업 능력이 중요한데 경영기획본부장이자 영업본부장인 이 전무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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