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탓 찾기 바쁜 ‘콩가루 집안’ 현대중공업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3.30 11:06
  • 호수 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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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위기 타개는 커녕 노·사·협력사간 갈등 골 심화
현대중공업 노사와 협력사 사이에 산업재해 은폐와, 정치 선동, 전환 배치 문제가 불거지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 사진=현대중공업

수주절벽에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콩가루 집안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경영난을 두고 노사 양측이 서로의 책임론을 주장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직영업체와 협력사 간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사내협력사가 경영난으로 연쇄 폐업하는 과정에서 퇴직급여를 체불하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이 같은 업체의 등록을 취소하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협력사 대표들은 원청의 기금삭감으로 급여 체불이 불가피했다며, 노조의 요구가 불합리하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이 수주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정작 내부 갈등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최길선 회장 “경쟁사 노조 본받아라”

지난 22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창사 44주년을 맞아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은 현대중공업이 마주한 현실과 극복방안을 담았다.

최 회장은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수주 물량이 없다.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냉엄한 현실”이라며 “이렇게 된 것이 임직원의 잘못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는 미래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담화문 중 최 회장이 노조를 비판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최 회장은 “삼성중공업 노조는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수주활동에 나섰고 대우조선 노조는 임금동결 동의서까지 제출했다”며 “경쟁사 노조와 달리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를 분열과 대립의 구도로 가져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사측이 전환배치 근무를 시도했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또 노조의 총선개입도 지적했다. 울산 동구에서 진보 진영 두 후보가 10일에서 11일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 대상 단일화 투표를 진행하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진보 진영 후보들과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등을 고소한 바 있다.

경영진의 이 같은 지적에 노조 내부에서는 분열이 일고 있다. 23일 울산 방어진 인근에서 만난 현대중공업 노조원 박모씨는 “회사가 잘 될 때는 마치 경영진의 노고인 것처럼 홍보하더니, 회사가 안 되자 노조 흠을 잡는 것은 치졸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에 13년째 근무 중이라는 강모씨는 “회사 사정이 어려운 와중에 노조가 정치판에 연루됐다. 회사 탓하기 전 노조 자신도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 현대중 노조 “퇴직금 미적립 협력업체 등록 취소해야”

노사 간 갈등에 이어 노조와 협력업체간 갈등도 불거졌다. 노조는 최근 노사협의회에서 사내협력사 퇴직급여 미적립 시 등록을 취소하는 안건을 상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노조는 "하청 근로자의 임금체불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다. 원청이 규정대로 협력사의 퇴직금 적립 의무를 이행하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 소속된 사내협력사 20여 곳이 폐업하며 노동자 2600여명의 임금 약 160억원이 체불됐다. 이에 따라 노사는 퇴직금 및 임금체불 업체가 있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산재 은폐 사내협력사도 단속한다고 밝혔다. 노사는 지난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산재 은폐 상습업체 재계약 금지 안건을 논의했다. 협력업체가 산재를 은폐하면 사업을 계속할 수 없도록 하거나 경제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다.

◇ 협력사 “노사 모두 자신의 이익만 앞세워”

노조의 이 같은 잣대에 협력사는 울분을 토한다. 퇴직금을 적립하지 못한 이유는 원청이 경영난을 이유로 기금삭감을 강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재 은폐 역시 원청 간부의 강압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17일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대책위원회(대책위) 이재왕 위원장은 “산재를 은폐해주는 대가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직영 물량을 밀어주기 형태로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종이 대책위 본부장은 “협력사가 고의적으로 퇴직금을 체불했다면 퇴출이 정당하다. 문제는 원청에서 일방적으로 기성을 삭감해 퇴직금을 체불한 상황이다. 임금마저 주기 어려운 기성을 책정해 놓고 퇴직금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대중공업이 살기 위해 협력사부터 원청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사측과 노조 모두 각자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협력사와 현대중공업 노사 모두 상생을 구호로만 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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