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이 캄보디아에 보낸 수천억 원 ‘행방 묘연’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6.03.31 17:48
  • 호수 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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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명목 2750억원 송금했으나 ‘자본잠식’…국세청 조사4국, 자금 흐름 조사 예상

지난 2월초, 서울 서소문동 부영그룹 본사에 국세청 조사4국 직원 40여 명이 들이닥쳤다. 이날 조사관들은 회계장부 및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하는 등 고강도 예치조사를 벌였다. 부영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대기업의 저승사자’로 통하는 조사4국은 주로 포착된 탈세나 탈루 혐의를 조사하는 부서다. 국세청은 그동안 축적해놓은 부영그룹에 대한 다양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가운데는 캄보디아에 현지 사업 명목으로 송금된 수상한 자금 흐름 의혹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중구 서소문동 부영그룹 본사 ⓒ 시사저널 포토

 


무담보로 이 회장의 회사에 수천억 제공

 

부영그룹 계열사인 부영주택의 캄보디아 진출은 2007년부터 이뤄졌다. 그해 2월 부영주택은 캄보디아 현지에 자본금 2367만원의 ‘부영크메르’를 설립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3월 같은 자본금으로 ‘부영크메르Ⅱ’를 설립했다. 미래 성장 동력의 일환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건설업을 벌이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이들 법인은 사실상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개인 회사가 됐다. 이 회장이 2007년 12월 부영주택으로부터 주식을 90%씩 양도받으면서다. 이에 대해 부영그룹 관계자는 “투자 초기 캄보디아에는 외국 투자법인의 ‘먹튀’ 현상이 많이 벌어져, 당국에서 이 회장을 대주주로 내세워달라고 요구해 지분을 양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부영주택에서 이들 회사에 대여금 형식으로 거액의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부영크메르와 부영크메르Ⅱ에 송금된 자금은 2750억원이었다. 이들 법인 자본금의 1만 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연도별 대출 내역을 보면, 부영크메르에는 △2007년 1102억원 △2008년 770억원 △2009년 453억원 등 모두 2325억원이 건너갔다. 이렇게 건네진 자금은 다시 부영크메르Ⅱ에 대여금 형식으로 넘어갔다. 부영주택은 2009년 이후부터 부영크메르Ⅱ에 대여금을 송금하기 시작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 140억원 △2011년 21억원 △2012년 90억원 △2013년 143억원 △2014년 31억원 등 총 425억원이었다. 이런 자금 거래는 부영주택이 지분 100%를 보유한 ‘부영크메르뱅크’가 맡았다.

 

세무 당국 안팎에선 부영크메르를 거쳐 부영크메르Ⅱ로 자금이 넘어간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환거래법으로 자금 흐름이 추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부영크메르의 경우 국내에서 자금을 직접 송금받아 외국환거래법의 적용을 받지만, 부영크메르Ⅱ의 경우에는 캄보디아 현지법인으로부터 자금을 대여받은 것이어서 해당 법으로부터 자유롭다. 이런 지적에 대해 부영그룹 관계자는 “외국 투자법인인 부영크메르는 토지 소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캄보디아 현지법상 토지 소유가 가능한 부영크메르Ⅱ로 대여해 토지를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영 측의 설명과 달리, 부영크메르 역시 현지 부동산법에 명시된 조건만 충족시키면 부동산 매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부영크메르Ⅱ를 별도로 설립한 이유라고 보기엔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대목이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국세청 건물 ⓒ 연합뉴스

 


부영 “향후 주택 사업 진행되면 돈 회수 가능”

 

그런데 부영주택은 이처럼 거액을 대여해주면서 아무런 담보도 설정하지 않았다. 자금 상환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셈이다. 즉 오너의 개인 회사에 회사 돈 수천억 원을 무담보로 제공한 모양새가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개발 이익은 이 회장이, 사업 실패의 책임은 부영주택이 떠안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부영주택이 누릴 수 있는 이익은 대여금 이자와 보유 지분 10%에 대한 배당금 정도다. 반면 사업이 주저앉게 될 경우 대여금은 물론 공사비 부담 등 모든 손실은 부영주택이 지게 된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부영크메르 법인이 캄보디아에서 매입한 모든 토지의 등기권리증 원본을 부영주택 본사에서 직접 보관·관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담보를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도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기권리증 원본을 보유한다 해서 그게 제대로 된 담보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영의 캄보디아 투자를 두고 당시 건설업계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캄보디아 국민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아파트 수요는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였다. 캄보디아는 국토면적이 한국의 1.8배 규모지만, 인구는 1500만여 명밖에 안 되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최근 수년간 계속해서 7%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146달러(약 140만7000원)로 세계 154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50년 후를 내다본 투자라며 사업을 강행했다.

 

이렇게 캄보디아로 넘어간 자금 중 일부는 프놈펜시(市) 센속크구(區) 로시아로가(街) 토지 23만6022㎡(7만1400평)를 매입하는 데 투입됐다.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캄보디아 헌법에 외국인과 외국 법인은 캄보디아 토지를 취득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어서다. 캄보디아 부동산법에도 자국민이나 자국민이 경영권을 가진 법인만이 캄보디아에서 토지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부영크메르Ⅱ는 이런 규정을 피하기 위해 부영그룹 비서실 직원이던 김 아무개씨를 캄보디아인으로 귀화시켰다. 이후 김씨에게 부영크메르Ⅱ 지분 51%를 넘긴 후 토지를 매입했다. 이는 상당한 리스크가 있는 결정이었다. 김씨가 귀화를 했지만 사실상 한국 내에 머무르며 한국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실제 김씨는 2005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부영그룹 한 계열사에서 사내이사 직함을 달고 있었고, 또 다른 계열사 10여 곳의 이사 및 감사로도 등재돼 있었다. 만일 이런 사실을 캄보디아 정부에서 인지하고, 위장 귀화로 판단할 경우, 토지가 몰수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캄보디아의 토지법 제251조에는 외국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토지를 취득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취득한 토지는 국가가 몰수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처럼 곡절 끝에 토지를 매입했지만 정작 건설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부영그룹은 부지 매입 후 수차례 사업 타당성을 검토했으나 현지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개발을 미뤄왔다는 입장이다. 2013년 5월에는 주상복합과 아파트 1만7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결국 중단됐다. 현지 정세가 극도로 불안해졌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사이 두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처했다. 2014년 말 현재 부영크메르와 부영크메르Ⅱ의 누적 결손금은 각각 68억1849만원과 8억4721만원이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뒷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2012년 10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부영크메르 태권도센터’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 부동산 매입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게다가 부영크메르와 부영크메르Ⅱ는 그동안 단 한 차례도 대여금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자율 5.5%를 적용하면 부영크메르와 부영크메르Ⅱ의 미납 이자는 각각 868억원과 67억원 등 모두 936억원에 이른다. 부영주택이 돌려받지 못한 돈은 대여금과 이자를 더해 3685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로 인해 부영주택이 대여금을 돌려받기 어려우리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부영그룹 관계자는 “향후 주택 사업이 진행되면 그 수익금으로 대여금과 이자를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현지법인들이 자본잠식에 빠진 이후인 2015년 3월 이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던 현지법인 지분 대부분을 부영주택에 다시 넘겼다. 현재 부영크메르와 부영크메르Ⅱ 지분은 각각 부영주택이 97.75%를, 나머지 2.25%는 이 회장이 가지고 있다. 문제는 최대주주가 부영주택이기 때문에, 캄보디아인이 경영권을 가진 법인만이 현지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는 법을 어기게 됐다는 데 있다. 부영그룹은 현재 부영타운 전체 마스터플랜 및 1차 사업인 주상복합건물은 기존 설계를 현지 시장에 적합하도록 설계 변경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금의 법인 소유 구조상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기도 전에 토지를 몰수당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세무 당국은 캄보디아 현지법인에 넘어간 자금 가운데 실제 매입이 확인된 토지 23만6022㎡의 매입 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의 행방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이 확인된 토지의 매입자금이 얼마인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최대 700억원대 수준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해당 토지가 프놈펜시 외곽에 있고, 2010년에 시에 편입되면서 거래가가 평당 100만원 선까지 올랐다는 언론 보도 내용을 근거로 해서다. 그러나 부영 측이 캄보디아 토지를 매입한 시기는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전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부영이 해당 토지를 매입한 가격은 훨씬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2000억원 이상이 이외의 용도로 사용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영그룹은 캄보디아로 건너간 자금이 또 다른 주택 사업 부지 매입과 통신회사·골프장 인수 등에 모두 투자됐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안팎에는 부영크메르Ⅱ가 실제로 또 다른 토지를 매입했는지, 매입가격은 적정했는지 등이 집중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캄보디아 현지 사정에 밝은 한 세무 당국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과거 공산주의 국가였던 탓에 부동산 소유에 대한 개념이 약하다”며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경우 등기부등본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으로 따지면 동사무소 같은 기관에서 돈만 줘도 허위로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을 수 있어 쉽게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조작이 가능하다”며 “따라서 캄보디아 내에선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부동산을 매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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