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현상에 기대려는 사고 벗어나야”
  • 고재석 시사비즈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31 18:38
  • 호수 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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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호 CJ E&M 중국법인 대표 인터뷰…“현지에서 공감하는 로컬 콘텐츠 개발에 주력”

중국의 ‘대국굴기(大國?起)’는 문화산업에서도 두드러진다. 중국 전역에 멀티플렉스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영화 상영관은 7000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중국 내 스크린은 3만2487개에 달했다. 한국보다 13배가 많다. 전망도 장밋빛이다. 정부의 강력한 뒷받침 덕이다. 뤄수강 중국 문화부장은 지난 3월16일 폐막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2020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문화산업 비중을 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향후 5년간 연평균 10% 이상 고속성장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콘텐츠업계에도 중국은 기회의 땅이다. 자연스레 CJ E&M의 움직임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CJ E&M은 올해 중국에서 ‘공동지적재산권(IP)’ 확보에 치중하고 있다. 본지는 중국 현장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신은호 CJ E&M 중국법인 대표와 3월25일 인터뷰했다. 신 대표는 “중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이 한류 현상에 기대려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IP를 통한 로컬 콘텐츠 기획 개발에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 고재석 제공

 


CJ E&M 중국법인은 원천 콘텐츠를 어떻게 확보하나.

 

중국에서는 인기 소설을 영화로 제작하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매출 24억 위안(약 4조3000억원)을 거둔 <착요기>(국내 개봉명 <몬스터헌터>)도 인터넷소설이 원작이다. 지난 2~3년간 중국에서는 인기 소설과 인터넷소설, 웹툰 원작과 작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알리바바·텐센트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뿐 아니라 영화·드라마 제작사들 사이에도 경쟁이 치열하다. 이 전쟁에 외국 기업이 끼어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CJ E&M은 한국의 웹툰·영화·드라마·소설 등의 원천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CJ E&M이 보유한 재원들 중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을 선정해 현지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한국 영화 <선물>을 중국 영화 <이별계약>으로 제작한 게 성공 사례다.

 

IP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스타 작가와 감독의 몸값만 오른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 내 인기 작가와 감독들의 몸값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올라 있다. 중국 대형 문화기업들은 이제 한국으로 눈을 돌려 한국 작가와 감독을 확보하려 한다. 자본력을 갖춘 중국 기업들은 IP와 사람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 제작사 지분 참여 등 과감한 투자도 하고 있다. 콘텐츠 시장 성장세에 비해 유능한 작가나 감독 풀(pool)은 한계가 있으므로 신인 양성 시스템 구축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CJ E&M 중국법인의 부가판권 매출 전략은.


CJ E&M도 중국의 인터넷TV(IPTV),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보는 TV 서비스), 모바일 등 뉴미디어 플랫폼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구축해 매출 확대에 노력 중이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어도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 등 콘텐츠 유통업체만 돈을 벌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의 인기 드라마를 수입한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이 유료회원들에게 유통하면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일은 아닌 듯하다. 단순 콘텐츠 수출 계약에서 벗어나 현지 제작·유통사와의 합작을 통해 부가수익을 나눌 수 있도록 진화가 필요하다. 중국 플랫폼과 합작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국 드라마 제작사 NEW가 부분 사전 제작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한국과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과 중국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사전 제작 드라마를 만들 계획이 있나.


부분 사전 제작은 중국 시장을 겨냥하는 목표뿐 아니라 드라마의 질 향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IP별로 양국 시장을 겨냥한 사전 제작 드라마 제작 가능성은 열려 있다.

 

중국 내 콘텐츠 불법 유통에는 어떻게 대처하나.


단시간에 한류 콘텐츠의 불법 유통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중국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므로 개선될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MBC <무한도전>, tvN ‘꽃보다’ 시리즈, Mnet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국내 인기 예능 포맷의 카피캣 이슈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우수 IP가 정식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데에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외국 기업이기에 전면적인 대처가 쉽지 않다.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공동 기획이나 제작이 한류 노하우를 중국 측에 쉽게 넘기는 수단이 된다는 비판이 있다.


단순 용역 제공이나 IP 판매 방식으로 중국 업체와 합작하면 국내 제작 시스템이나 노하우, 좋은 IP가 유실될 거라 생각될 수 있다. 따라서 단편적인 합작보다는 안정적인 합작 구조의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현지 콘텐츠 기획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IP도 함께 소유해서 콘텐츠 제작과 유통, 사업 확장에 대한 수익을 나눌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역량 있는 현지 파트너 선정이 관건이다. 아시아와 글로벌 시장까지 같이 갈 수 있는 건실한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한류 현상은 어떻게 활용하나.


앞으로는 한국의 문화기업들이 ‘한류’라는 현상에 기대 중국에 진출해야 한다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CJ E&M의 중국 사업은 한류적인 요소를 가미하지만 현지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로컬 콘텐츠 기획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중국 로컬 콘텐츠 합작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아시아인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도 추진할 예정이다.

 

중국에 이은 다음 진출 지역은 동남아인가.


중국에 이어 동남아를 신규 사업의 우선 진출 지역으로 생각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우선 홍콩의 보유 채널(Ch M, 동남아 10개국, 780만 가구)을 중심으로 동남아 리저널 MPP(복수 채널 사업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동남아 진입 전략으로는 베트남·태국 지역을 최우선으로 현지 로컬 파트너와 제휴해 제작·광고·페스티벌·디지털 등 전 방위적으로 진입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기존 CJ E&M의 IP를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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