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 하느냐, 못하느냐가 최대 변수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4.0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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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구 122곳 중 ‘一與多野’ 106곳에서 혼전
4·13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된 지 이틀째인 4월1일 서울 종로구의 한 교차로에 출마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4월13일 실시되는 20대 총선의 화두는 ‘심판’이다. 새누리당은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경제를 말아먹은 현 정부와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맞받아친다. 심지어 제3당 국민의당마저 “양당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는 선거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상대편을 공격해야 자신이 사는 게 선거판이지만, 여야 모두가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선거를 치르는 것은 흔치 않다. 그만큼 이번 총선은 더 치열하고, 더 예측하기가 어렵다. 명확한 점은 선거에 패배한 당은 존폐 또는 분당(分黨)의 기로에 서야 할 만큼 거센 후 폭풍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판의 결과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판세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에는 전체 지역구 253석의 절반에 가까운 122석이 걸려 있다. 판세는 예측불허다. 지난해 12월 안철수 의원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할 때만 해도 야권 분열로 인한 새누리당 압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새누리당 계파 갈등이 예상보다 훨씬 격해지면서 여당의 지지층 이탈이 이어졌다. 3월29일 발표된 SBS·TNS코리아 공동 여론조사(1036명, 응답률 10.1%, 신뢰 수준 95%에 표본 오차 ±3.0%포인트)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은 31.0%로 더민주(31.3%)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당했다. 2월 조사 당시 40%를 상회했던 새누리당 지지율은 10%포인트 가까이 빠졌고, 더민주는 11.4%포인트가 올랐다. 문제는 수도권의 경우 정당 지지율로만 의석수를 판단하기 어려운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야권연대와 막판 보수층 결집,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하려는 유권자 성향 등이 선거 막판을 흔들 대표적인 변수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수도권 122개 지역구 중 초접전 19~32곳

그중에서도 야권 분열로 인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현재 수도권에서 일여다야 구도인 지역구는 106곳으로, 122곳의 87%에 이른다. 이 중 수도권을 포함해 20대 총선 전체 승패를 좌우할 초접전 지역은 최소 19곳에서 최대 32곳 정도로 분류된다. 초접전 지역 기준을 몇 %포인트 기준으로 보느냐의 차이지만, 19대 총선 기준으로 후보 간 당락이 3%포인트 내에서 결정된 곳으로 보면 19군데, 5%포인트로 범위를 넓히면 32곳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각을 바꿔 19대 총선에서 야권이 15%포인트 이상으로 여유 있게 승리했던 지역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따져보면 야권의 위기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런 현상은 서울 노원 병의 사례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19대 총선에서 노원 병은 야권연대 단일 후보인 노회찬 통합진보당 후보가 17.6%포인트 차이로 여당 후보를 눌렀다. 2013년 4월24일 보궐선거 때도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사실상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해 27.7%포인트 차로 당선됐다. 그런데 이번 총선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 범위 내에서 2위 후보를 앞서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3월29일 SBS·TNS코리아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38.7%로 2위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33.4%)를 5.3%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3위는 더민주 황창하 후보(13.0%), 4위는 정의당 주희준 후보(4.1%)다. 초접전 지역을 5%포인트 차로 잡는다 해도 이곳은 32곳에 포함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후보의 당선을 낙관할 수도 없는 분위기다. 이처럼 초접전 지역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지난 총선과 비교해봤을 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역구는 거의 대부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5%포인트 내의 초접전 지역을 포함해 수도권에서 야권연대가 얼마나 이뤄지느냐에 따라 이번 선거 전체의 승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당 지지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초조한 이유다.

그러나 야권연대가 쉽지 않다는 데 야권의 고민이 있다. 실제로 야권연대를 해야 할 주체인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은 야권연대와 관련해 서로 네 탓만 하고 있다. 더민주에 비해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낮은 국민의당은 더민주에 양보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자당 후보에겐 완주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당 후보들의 경우 10%가 안 되는 지지율이 나왔을 때 선거에 들어간 돈을 보전받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당 차원에서 선거자금을 지원하며 섣부른 단일화에 나서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지율이 가장 낮지만 야권연대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정의당마저 두 당의 이런 모습에 등을 돌린 상황이다. 정의당 천호선 공동선대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더민주 측이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출마한) 경기 고양 갑 정도에서 양보할 테니 다른 지역에서는 더민주를 밀어달라고 말하는 모습은 폭력적이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김무성 “수도권 선거가 어려울 것”

야권연대의 ‘지리멸렬’은 세 가지 차원에서 여당에 반사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하나는 야권연대 불발로 인한 야당 지지층 분산이고, 다른 하나는 야권연대에 목매는 것처럼 보이는 야당의 모습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야권연대론으로 인해 야권이 내세우는 박근혜 정부 심판론이 희석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에선 수도권에서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월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나와 “이번 선거가 역대 가장 어려운 총선이 될 것”이라며 “특히 수도권 선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유세를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한 것도 수도권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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