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로야구, 그 어느 해보다 순위 변동 클 듯
  • 배지헌 | 베이스볼랩 운영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4.0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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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8일 2016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모든 팀이 우승 혹은 가을야구 진출을 다짐했다.그러기 위해서는 지난해와 다른 여러 변수들을 잘 계산해야 한다. © 연합뉴스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새로운 봄의 시작을 알리는 2016 KBO리그가 4월1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각 팀마다 144경기를 치르게 된다. 올해 KBO리그에서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해외 진출과 메이저리거 출신 외국인 선수 영입, FA 선수들의 이적으로 선수 구성이 바뀐 팀이 많다. 지난해 상위권 팀이 하위권으로 추락하고, 하위권이던 팀이 상위권에 입성하는 등 예년보다 순위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개막 첫날부터 시즌 마지막 날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순위 다툼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7가지 키워드를 통해 2016 프로야구를 만나보자.



류현진의 LA 다저스 입단을 시작으로, KBO리그 스타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 겨울에는 넥센의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와 두산의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메이저리그로 직행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도 미국 무대를 밟았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류현진과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지난 시즌 부활에 성공한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까지 최대 7명의 한국인 선수를 2016년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올 시즌 이후 미국 진출을 시도할 선수들까지 감안한다면 2017년에는 코리안 빅리거의 수가 두 자리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 간판급 스타의 유출이 원소속팀 전력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건 당연한 일. 여기에 에이스급 투수와 중심 타자들이 속속 한국 땅을 벗어나면서 리그 전체 경기력은 물론 흥행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스타 선수들의 해외 진출 러시는 그만큼 KBO의 경쟁력이 향상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국내 무대를 밟는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도 최근 몇 년 새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됐다. 로사리오(한화)·노에시(KIA) 등 불과 얼마 전까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잇달아 한국 팀과 계약했다. 고메즈(SK)·웹스터(삼성) 등은 과거 베이스볼 아메리카 랭킹에서 마이너리그 전체 최상위권에 든 특급 유망주였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초기인 2000년대만해도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는 더블A나 멕시칸리그, 독립리그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현역 메이저리거나 젊은 유망주가 아니면 KBO리그에서 뛰기란 쉽지 않다.



간판스타들의 해외 진출 러시. 선수 자신과 야구팬들에게는 반가운 일일지 모르지만 리그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큰 위기일 수 있다. ‘MBC스포츠’에서는 올 시즌 코리안 빅리거가 출전하는 경기의 대부분을 중계 방송할 예정이다. 물론 KBO와 경기 시간대는 다르지만 팬들의 관심과 언론의 주목이라는 한정된 자원이 일정 부분 미국 메이저리그로 새나갈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스타들이 빠져나가며 생길 국내 프로야구 경기력의 공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생존이 화두가 된 데는 야구 외적인 요인도 있다. 경제위기로 국내 기업 대다수가 긴축 경영에 돌입하면서 과거처럼 야구단 운영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붓기 힘든 여건이 됐다. 이전까지 KBO 구단 운영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그룹 홍보 차원에서 일정금액을 갹출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하지만 계열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경영이 어려워지면 야구단 운영비 분담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제 야구단도 장부상 적자를 당연시하며 돈만 쓰는 게 아니라 수익을 창출해 자생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됐다. 국내외 경제 동향에 민감한 삼성이 야구단 운영 주체를 제일기획으로 이관했다는 건 의미심장한 일이다.



올해부터는 ‘탱탱볼’ 논란이 수그러들까. 2016년부터 KBO는 10개 구단 모두 같은 업체에서 만든 단일구로 경기를 치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구단마다 경기에 사용하는 공인구가 제각각이었다. 유독 홈런이 잘 나오는 일부 구장에서는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단일구 도입 결정으로 공인구를 둘러싼 온갖 의혹과 논란은 일단 휴화산 모드로 바뀌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KBO 1군 경기에서는 스카이라인 제품을 모든 정규 경기의 단일구로 사용한다. 스카이라인 제품은 다른 제조사에 비해 반발력이 다소 약한 편이다. 일각에서 단일구 도입으로 극심한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넥센과 삼성이 새로운 홈구장에서 팬들을 맞이한다. 넥센은 올해부터 국내 최초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홈경기를 치른다. 스카이돔은 지하 2층, 지상 4층 구조로 중앙 펜스까지 거리가 122m에 달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야구장이다. 이전 홈인 목동에 비해 펜스까지의 거리가 꽤 먼 편이다. 넥센과의 경기에서 홈런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바람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돔구장 특성상 오히려 홈런 생산에 유리하다는 견해도 동시에 나온다. 일단 넥센은 큰 구장에서의 경기에 대비해 외야 수비를 강화하고 기동력 위주의 야구를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의 새 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지하 2층, 지상 5층에 최대 2만9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천편일률적인 기존 국내 구장들과 달리 8각형의 독특한 구조가 특징이며, 좌중간-우중간 펜스는 직선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구장이라면 펜스를 맞고 나올 타구가 홈런이 되거나 펜스에 굴절되어 장타로 이어지는 진귀한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강타자들의 해외진출, 단일구 도입, 대형 신축 구장 등을 감안하면 올 시즌 리그 전체 홈런 수는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홈런이 펑펑 쏟아지는 시기에는 아웃카운트 하나의 가치가 커진다. 굳이 다음 베이스로 뛰다 아웃돼 상대팀 좋은 일을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홈런 수가 줄어들고 득점이 감소하는 시대라면 얘기가 다르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날리더라도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도박을 해볼 만하다. 큰 구장을 사용해야 하는 넥센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뛰는 야구를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NC·삼성·두산 등도 뛰는 야구에 적합한 선수들이 전면에 포진해 있다. 이들 구단은 리그 전체 트렌드 변화를 미리 읽고 빠르게 대응하는 데 능한 편이다.

‘스피드’는 경기 진행 면에서도 중요하다. 지난해 KBO는 경기 시간 단축을 목표로 다양한 규정을 도입해 시행했다. 그 결과, 2015년 리그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21분으로 2014년의 3시간27분과 비교해 약 6분을 줄였다. 이것도 메이저리그 평균(2시간56분)에 비하면 엄청나게 긴 편이다. 야구에서 제도·규칙의 변화는 도입 직후보다는 다소 시간이 지난 뒤에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도입한 스피드업 규정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건 올 시즌부터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올해부터 심판 합의판정 제도가 확대 시행되고 감독의 합의판정 요청 횟수가 2차례로 늘어나는 만큼 경기 시간이 다시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지금껏 프로야구를 지켜보는 팬들의 혼을 ‘비정상’ 상태로 만들던 암덩어리 제도가 올해 여럿 개정됐다. 그간 지방 구단 팬들의 원성을 듣던 한국시리즈 중립경기가 폐지됐다. 지난해까지는 2만석 미만 홈구장을 사용하는 팀끼리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경우 5~7차전은 홈이 아닌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올해부터는 구장 규모에 관계없이 한국시리즈 진출 팀의 홈구장에서 경기를 갖게 된다.

‘프로’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승리수당 지급도 엄격하게 금지된다. 앞으로는 승리수당을 지급하다 적발된 구단은 신인 2차 지명 1라운드 지명권을 빼앗기며 10억원의 제재금을 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에 가깝던 자유계약선수(FA) 사전 접촉 금지 규정은 폐지됐다. 올해부터는 FA로 공시된 선수는 원소속팀 우선 협상 기간 없이 모든 구단과 바로 협상할 수 있다. 프로야구가 조금 더 ‘프로’에 가까워졌다.



지난 시즌 한화 김성근감독은 도핑 적발로 출장정지 처분을 받은 최진행의 징계 기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1군 경기에 투입했다. 규정상으로는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는 조처였지만, 여론의 시선은 따가웠고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올 시즌에도 몇몇 선수들의 복귀 시기를 놓고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주목된다. 해외 원정 도박 파문에 연루된 임창용은 최근 KIA와 계약을 맺고 시즌 중반 마운드 복귀를 노린다. ‘친정팀 복귀’라는 명분과 ‘연봉 전액기부’라는 제스처, 그리고 6월 복귀라는 남은 시간을 감안하면 임창용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갈수록 누그러질 개연성이 있다.

반면 임창용과 같은 사건에 연루된 삼성안지만·윤성환은 경우의 수가 복잡한 편이다. 당장 경기에 내보내고 싶은 현장,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구단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시즌 개막 엔트리에는 두 선수 모두 제외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상태. 여기에 사법 당국의 수사 진행 상황도 변수다. 경찰이 수사 보류를 결정하거나 무혐의 처분이 나올 경우 법적으로는 경기 출전에 아무 문제가 없다. 물론 여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별개의 문제다. 한편 치어리더 명예훼손 사건으로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kt 장성우의 경우 법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됐지만 워낙 여론이 좋지 않아 경기 출전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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