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公約)인가, 공약(空約)인가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4.0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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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총선 4당 민생 공약 비교·분석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장밋빛’ 공약을 내놓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 뉴스

이들에게 표를 주면 ‘장밋빛 미래’가 있을 것만 같다. 적어도, 여야 4당이 내놓은 20대 총선 공약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유권자 입장에선 섣불리 공약을 믿기 어렵다. 이들이 제시하는 ‘장밋빛 미래’는 그저 이들의 희망사항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19대 국회의 총선 공약 이행률은 51%에 불과했다. 참여연대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공약 이행률이 36%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책 선거는 정치의 본질이다. 유권자가 공약을 보고 투표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더 다가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유권자는 ‘통치할 사람’이 아닌 ‘삶을 바꿀 정책’을 뽑을 수 있다.

정당들은 경제·일자리·복지·주거 등 네 가지 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이 약속한 ‘국정원 폐지론’, 정의당의 ‘모병제 실시 및 군 감축’,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공약한 ‘국회 분원 세종시 설치’, 국민의당의 ‘국회의원 국민파면제(국회의원 임기 중 유권자가 국회의원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정도가 네 가지에 포함되지 않는 공약이다.

‘경제민주화’ 있지만 ‘재벌 개혁’ 사라져

여당과 제1야당은 ‘성장’을 키워드로 삼았다. 새누리당은 ‘따뜻한 성장’을 밑그림으로 잡았다. 성장과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특히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조조정 기업에 금융 지원을 하고, 한국은행 주도로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 완화’ 정책을 들고 나섰다.

더민주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강조하는 ‘777(쓰리세븐) 플랜’을 약속했다. 777플랜은 국민총소득(GNI) 대비 가계소득, 노동자(자영업자 포함)에게 배분되는 몫을 뜻하는 노동소득분배율, 중산층(중위소득 50~150% 해당자) 비중을 70%대로 만들자는 뜻이다. 공약 명칭인 ‘더불어성장’은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목표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와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소득 주도 성장’을 담았다.

국민의당은 국가의 개입보다는 ‘심판으로서의 정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히든 챔피언 육성 △대기업 정도경영 촉진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이 그 예다. 정의당은 임금 측면에서 경제 공약을 구체화했다. 정의당의 ‘정의로운 경제론’은 2020년까지 국민 평균 월급 300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게 목표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 팀장은 “새누리당은 19대 총선과 대선 때 재벌 개혁을 앞세웠는데, 지금 공약을 보면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재벌을 지원해줄 수 있는 공약이 많다. 야당도 재벌 개혁공약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면서 “더민주와 정의당은 소득에 집중하자는 공약을 냈는데 노동자 소득이 양극화되는 현실에서 필요한 방향이다. 정의당이 낸 평균 월급 공약의 경우 다른 야당이 이 공약을 공유할지, 또 기업이 이에 동참할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평가했다.

‘일자리 수백만 개 창출’ 공약…현실성 부족

3월15일 정책선거를 요구하는 청년단체의 시위. © 연합 뉴스

각 정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일자리 확대’ ‘노동여건 개선’ 등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일자리 공약에 가장 열을 올리는 정당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해외로 나간 기업이 국내로 유턴할 수 있도록 경제특구 설치 및 관광산업 활성화 △청년희망아카데미 전국 확대 등으로 일자리의 양적 팽창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두고 비판이 제기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위원은 “새누리당은 해외 기업 10%가 국내로 오면 매년 일자리 50만 개, 누적 236만개가 늘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해외 현지법인 인력은 191만명이다. 기업 10%가 유턴한다고 해도 일자리 창출은 19만개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 야당은 일자리 공약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노동 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 이들 공약의 골자다. 또 형태는 다르지만 저마다 ‘구직수당’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더민주는 청년안전망(저소득 구직자에게 월 60만원씩 반년 지원)과 후납형 청년구직수당(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반년 지원한 다음 후납하도록 함)을, 정의당은 청년디딤돌 급여(구직자에게 월 50만원 씩 최대 540만원 지원)를 통해서다. 청년 고용 할당제도 민간으로 확대하자는데 뜻을 함께했고, 최저시급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밖에 더민주는 △생활임금제 전국 확산 △칼퇴근법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국민의당은 △노동회의소 설립 △육아휴직 근로자 대체 인력 채용 의무화 △‘노인 일자리 사업’의 수당을 지금의 월 20만원에서 두 배로 증액 등을 냈다. 정의당은 △공공 부문 시중 노임단가 적용 △급여 정액 70만원 인상 등으로 고용 평등 실현에 주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더민주·국민의당은 구체성이, 정의당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해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더민주의 공약에는 노사 관계 부분이 포함되지 않아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평했다. 김유선 선임위원은 국민의당의 공약에 대해 “‘정규직 고용 확대’와 ‘노동 시간 단축’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의당에 대해선 “방향은 좋지만 설득력 있는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복지·교육 지원 좋지만…재원 조달은 어떻게?

복지 화두로 지난 19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공약이던 기초연금이 다시 선거전에 등장했다. 이번에는 더민주가 첫 단추를 끼웠다. 김종인 대표는 3월9일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30만원을 일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당은 하루 후인 3월10일 이보다 10만원 적은 20만원을 노인에게 일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때 제시한 공약을 이번 총선에선 채택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기초연금뿐 아니라 무상교육·누리과정 복지는 제외한 채 공약을 짰다. 반면 세 야당은 공통적으로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공약했다. 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부담을 중앙정부가 맡는 방안도 내세웠다.

국민의당은 재원 조달 방법으로 복지예산의 점진적 증액을 들었고, 더민주는 법인세 정상화로 해결하겠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같은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기초연금 인상은 바람직하지만 법인세 증세 하나로 복지 공약을 구현할 수 없다. 필요한 재원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의당은 증세를 통한 구체적 세원확보 대책을 내놓아 이목을 끈다. 정의당은 △사회복지세 신설 △법인·소득·상속증여·부동산세 대폭 강화 등으로 연 50조원 세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활용 방안·전월세 상한제 놓고 차이

네 정당은 모두 임대주택 확대 공약을 제시했다. 방법은 제각각이다. 새누리당은 정부에서 진행하는 ‘행복주택’을 이번 총선에 다시 내세웠다.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이 주변 시세보다 20~40%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행복주택을 내년까지 14만 가구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국민연금을 임대주택에 활용하자는 공약을 냈다. 더민주는 국민연금으로 국민안심채권을 사들인 후 이 자금을 공공주택에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를 현 5.2%에서 13%로 늘린다는 목표다. 국민의당은 국민연금으로 만 35세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가 입주하도록 하는 ‘청년희망임대주택’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정의당은 반값 임대 공정주택 15만 가구를 짓고 소득 하위 20% 이하 무주택자와 노인에게 주거비 지원 등을 약속했다.

전세와 월세의 인상률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를 두고는 정당마다 의견이 갈렸다.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이를 공약에 포함했지만 이행하지 않았고, 20대 총선 공약에선 제외했다. 정의당과 더민주는 이를 공약에 포함했다. 특히 정의당은 ‘공정임대료법’으로 정부가 임대료 인상률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남진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은 “새누리당은 정부 시행 정책을 확대하는 수준에 그쳤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경우 연기금과 연계하는 안을 내놨는데 좋은 제안이다. 정의당의 임대 시장 재편 공약도 긍정적이다”면서 “야당은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전월세 상한제를 이번 국회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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