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럭스토어 대해부]③ 차세대 주자 롭스 VS 분스
  • 김지영 기자 (kjy@sisapress.com)
  • 승인 2016.04.06 14: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통 대기업들의 자존심 걸린 대리전

드럭스토어의 태동기에서 성장기를 이어받은 후발주자들의 경쟁도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12년 신세계 이마트가 대형마트 중에 최초로 분스(Boons)라는 핼스앤뷰티스토어 브랜드를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3년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롭스(LoHB's)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롭스는 공격적인 출점 속도를 보이는 반면 분스는 잠정적으로 출점을 중지한 상태라 명암이 엇갈린다.

선발주자인 올리브영이나 왓슨스에 비하면 점포수는 현저히 적다. 롯데와 신세계라는 유통 강자들이 시장에 나선 만큼 이런 강점을 적극 활용해 입지를 넓혀 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고급화로 승부 띄운 롭스

2013년 롯데슈퍼 소속으로 시작된 롭스는 빠른 출점으로 인지도를 강화해가고 있다. 첫 매장은 홍대에 자리를 잡았다. 이달 2일 김해아울렛점이 문을 엶으로써 3년 만에 59개 매장이 들어섰다.

지난해 6월부터는 별도의 사업본부로 독립해 한층 더 의욕적인 모습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점포 수를 10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첫 출점 이후 3년여 동안의 출점 속도와 비슷한 수의 점포를 올 한해 출점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매출을 두 배로 키운다는 목표다.

유통 강자인 롯데쇼핑은 새로운 채널을 열기 위해 과감히 투자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면서까지 몫이 좋은 입지를 공략했다. 가로수길과 코엑스몰 등 유동인구가 많고 쇼핑·관광 인파가 많은 곳에 입점했다. 다양한 품목을 구비했고 계속해서 품목수를 늘려가고 있다.

롭스 관계자는 “주요 역세권과 큰 상권 중심으로 점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4월에만 5개의 점포를 추가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출점과 고객접점 늘리기에 매진할 것이고 매장 수 증가에 따라 점포당 매출 효율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문을 연 롭스 김해 아울렛점 매장 내부 / 사진=롭스

롭스는 브랜드와 매장에서 고급화 전략을 꿰했다. 백화점에서만 판매되는 브랜드를 유치해 경쟁사와 차별점을 뒀다. 백화점 브랜드인 크리니끄, 스틸라, 부루주아 등이다. 스틸라와 브루주아는 롭스 출점 당시부터 독점 계약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크리니끄는 롭스 가로수길점에 헬스앤뷰티숍 최초로 입점했다. 백화점 브랜드인 크리니끄는 여행객, 유학생이 선호하는 고급 브랜드를 갖춘 매장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최근 왕십리점과 종로점에도 입점했다.

그동안 헬스앤뷰티스토어에 백화점 브랜드들이 입점을 꺼려하는 편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브랜드들은 로드샵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이 중저가 브랜드라는 인식이 있어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선뜻 입점하기 어려워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롭스는 브랜드 고급화에 주력해 초기 백화점 브랜드 유치에 성공하면서 고급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롭스는 아직 PB 상품 개발에 적극적이진 않다. 현재까지 시트, 캡슐, 코팩 등 마스크팩류와 브러쉬, 화장솜, 뷰러 등 뷰티툴에서 PB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롭스 관계자는 “PB상품의 경우 자체브랜드를 통해 저렴한 가격,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제공하는 목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점포는 필수적”이라며 “아직은 PB제품 자체에 주력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롭스에서는 PB 관련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뷰티툴의 매출은 지난 1년 간 매출액이 667% 늘어났다. 지난해 한 방송에서 소개되면서 입소문을 타 뷰티툴 제품이 매진되기도 했다.

◇ 숨고르기 중인 분스, 상권별 특화 전략

할인마트 브랜드 중 처음으로 헬스앤뷰티스토어를 내놓은 곳은 이마트다. 신세계 이마트는 2012년 의정부점을 1호로 헬스앤뷰티 스토어 시장에 진출했다.

분스는 각 상권별로 맞춤형 전략을 내놓았다. 모든 매장에서 일괄적인 상품 카테고리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특성을 살려 매장 형태를 다르게 구성한 것이다. 예를 들어 분스 강남점은 에스떼틱과 자체 편의점 브랜드 위드미까지 입점해 있다. 헬스와 뷰티에서 더 나아가 간단한 식음료 쇼핑까지 한 매장에서 가능한 형태다.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 고속터미널점과 명동점은 분스 매장 안에 상비약부터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까지 판매하는 약국이 입점해 있다. 전문 약사가 상담부터 제조까지 약국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헬스앤뷰티스토어의 전신인 드럭스토어의 강점을 놓치지 않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국내와 해외 유명 브랜드의 3000여개 제품을 유치해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한 헬스앤뷰티 스토어의 성격을 띄었다.

분스 서울 이미지컷 / 사진=분스 홈페이지

분스는 브랜드를 출시한지 4년여가 지났지만 현재 매장은 7개에 불과하다. 현재는 추가 출점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강남과 마린시티, 명동, 홍대 등 주요 매장들에서도 적자를 기록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이마트는 최근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해외 드럭스토어 체인과 합작을 고려하고 있다.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algreens Boots Alliance)와 제휴를 맺고 세계적 브랜드의 드럭스토어를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부츠는 2014년 12월 미국 월그린이 인수한 영국 최대 규모 드럭스토어다. 이미 태국, 대만 등 아시아에는 일부 진출해 있다. 이마트는 월그린 측과 국내에 브랜드 도입과 상품 조달을 논의 중인 단계다.

분스 관계자는 “부츠 매장을 국내에 출시하는 계약을 논의 중이고 분스와 합작할지, 별도 사업으로 운영할지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분스 매장이 별도 로드샵도 있고 사업장 내에 입점한 점포도 있어서 합작하게 되더라도 매장 형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분스 매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계열 드럭스토어들 사이에서 분스는 후발주자인 만큼 한계가 더 컸을 것"이라며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 보다는 업체가 해외 드럭스토어 기업과 손을 잡아 사세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