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학과 구조조정 '프라임 사업' 논란 확산
  • 원태영 기자 (won@sisapress.com)
  • 승인 2016.04.0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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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반발 불구 전국 70여개 대학 신청 강행
이화여대 학생들이 지난 1일 프라임 사업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이화여대 총학생회

대학 구조개혁 사업인 ‘프라임(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신청이 지난달 31일 마감됐다. 정부는 대학 19곳을 선정해 연간 2000억원을 차등 배분할 예정이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최고 3년간 최대 300억 원의 예산을 받게 된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들이 학과 구조를 취업시장에서 선호하는 이공계 중심으로 바꾸면서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도 커지는 상황이다. 또 프라임 사업이 대학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단군 이래 최대의 대학 지원 사업

프라임 사업은 산업 수요에 맞게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학과 정원을 조정한 대학에 한해 예산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프라임 사업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선정 대학에 지원하는 금액은 3년간 해마다 총 2000억원에 달한다. 혜택을 얻는 대학은 19개 대학 내외다. 교육계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대학 지원사업’으로 불리고 있다. 사업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사회수요 선도대학(대형)과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이다.

사회수요 선도대학은 이른바 취직 잘 되는 학과 위주로 개편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 수요가 적은 전공은 정원을 줄이거나 통폐합하고 수요가 많은 전공 위주로 정원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는 입학정원을 최소 100명 이상 조정하는 대학 8개교에 평균 150억원, 1개교에 최대 3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창조기반 선도대학은 신기술·융합전공 등 미래 유망사업을 중심으로 학과를 개편하고 기업과 공동교육과정을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최소 50명 이상 조정한 대학 10개교에 평균 50억 원을 지원한다.

◇학생 반발에도 불구 프라임 사업 추진

문제는 상당수 대학들이 학과 구조를 취업시장에서 선호하는 이공계 전공 중심으로 바꾸면서 비이공계 정원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프라임 사업을 계기로 대학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공학계열에서는 21만5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인문계열 학생 10만1000여명, 사범계열 12만여명, 사회계열 21만7000여명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프라임 사업에 지원한 대학들은 인문·예체능·사회·자연계열의 정원을 공학계열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프라임 사업이 결국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줄이고 이공계열 학과를 늘리는 대학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 구성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단국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전체학생총회를 열고 대학 측에 프라임 사업 불참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1일 이화여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이 프라임 사업을 추진하면서 학생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프라임 사업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중앙대 인문대학 학생회 역시 지난달 프라임사업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본부의 사업 진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계에 따르면, 프라임 사업 신청을 놓고 학내 갈등으로 잡음이 있었던 상당수 대학들이 접수를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국대와 경희대, 국민대, 이화여대, 중앙대, 단국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접수를 마쳤다. 전체 70개 안팎의 대학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4년제 대학(215개교) 3분의1이 신청한 셈이다. 서울 주요 대학은 물론 지방 국립대도 대거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정 대학은 오는 29일 혹은 30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대학 다양성 훼손하는 대학 구조조정

대학 관계자들은 프라임 사업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대학 고유 역할인 교육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 교수는 “취지자체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교육은 경영학적 마인드로 접근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당장의 취업률 등이 안좋다고 해서 해당 과를 통폐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다양성이 사라지게 되고 이는 교육의 위기를 불러오게 된다. 대학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대학의 다양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단국대에 재학중인 김민형(27·가명)씨는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프라임사업을 신청한 것에 대해 실망이 크다”며 “대학은 교육을 하는 곳이지 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 대학이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기에 어느정도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사업관련 한 전문가는 “기본적인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교육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환경속에서 경쟁력 있는 학과를 육성하고 부진한 학과를 통폐합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도 볼수 있다”며 “하지만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도 항상 어딘가에서는 피해자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부가 (프라임 사업과 관련해서)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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