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신동빈, 법정서 경영권 다툼 연장전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6.04.0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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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구도·해임·종업원지주회 등 옥신각신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두 아들. 왼쪽부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사진=뉴스1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형제 간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신 회장 쪽으로 대세가 기울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신 전 부회장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계속되는 소송과 주주총회 등을 거치며 주요 사안에 대한 양측의 극명한 입장차가 명확히 드러났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자신의 해임이 신 회장의 그룹 경영권 탈취 과정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격호(95)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한국·일본 롯데그룹 총괄 역할을 담당하게 하며 후계자로 지정하려하자 이를 막으려 신 회장이 일본 경영진과 함께 경영권을 빼앗기 위한 음모를 꾸몄다는 게 신 전 부회장 측 주장이다.

신 전 부회장 법률대리인 조문현 변호사(두우)는 전체 롯데그룹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구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경영권 분쟁 이전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최대주주 광윤사 지분 절반을 보유했고, 관계 3사 대표를 맡아 지분구조상 신 회장보다 우위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롯데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안정호 변호사(김앤장)는 "롯데 지배구조 상 종업원지주회, 임원지주회 지지를 받아야 경영권 취득이 가능하다. 경영성과가 우수하고 임직원 지지를 받는 사람이 총수가 되는 것이 신 총괄회장의 경영철학을 반영한 것"이라며 "장남인지 차남인지는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안 변호사는 "신 전 부회장은 2009년 한국 롯데 부회장에 임명됐다고 주장하지만, 같은 해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올랐다"며 "객관적 사실로도 신 전 부회장에게 전체 롯데그룹을 책임지도록 했다는 주장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해임과정을 두고도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이 신 총괄회장에게 거짓 보고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신 총괄회장이 쓰나미 여파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 경영을 중단한 후 쓰쿠다 사장이 신 총괄회장에게 일본 경영 상황에 대한 거짓 보고를 했다는 것.

◇"쓰쿠다가 허위 보고" vs "절차위반 투자로 손실"

조 변호사는 "쓰쿠다 사장이 2014년 8월부터 '신 전 부회장이 회사 규정을 위반하며 신규사업에 투자했고 이로 인해 투자액 8억엔(80억원)을 전부 손해를 봤다'고 허위보고했다"며 "신 총괄회장이 결국 같은 해 12월 신 전 부회장에게 회사를 그만두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쓰쿠다 사장이 이틀 후 상무 이상 임원 5명을 데리고 신 총괄회장 집무실을 방문했다. 여기서 한 일본 임원이 '그저께 신 전 부회장을 그만두라고 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신 총괄회장이 '그렇다'고 말했다"며 "일본 경영진들은 이를 빌미로 2014년 12월26일부터 지난해 3월10일 사이 광윤사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에서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 같은 신 회장 측 행동 배경에는 1조원대 대규모 중국 손실을 숨기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쓰쿠다 사장의 보고내용은 거짓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안 변호사는 '신 전 부회장으로 인해 컴플라이언스(법규준수) 상 문제가 발생해 10억엔 손실이 발생했다'는 롯데홀딩스 총무부 법무담당 부장의 진술서를 근거로 "손실 뿐 아니라 절차도 위반했고 투자승인 없이 자의적인 결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 12월 쓰쿠다 사장 등 롯데홀딩스 경영진 5명이 신 총괄회장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선 "신 전 부회장을 해임하라는 지시를 받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왔다. 너무도 중대한 사안이라 서류까지 남겨뒀다"고 말했다.

롯데 측은 아울러 중국 손실과 관련해선 중국 투자는 신 총괄회장이 추진했던 사업"이라며 중국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아울러 지난해 7월 롯데홀딩스 사태에 대해서도 시각차가 뚜렷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7월3일 쓰쿠다 사장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쓰쿠다 사장은 사퇴를 하지 않았다.

이에 신 총괄회장은 같은달 27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롯데홀딩스 빌딩을 찾았다. 신 총괄회장은 이 자리에서 쓰쿠다 사장 등 일본 경영진 해임을 지시했다. 하지만 다음날 신 회장과 롯데홀딩스 이사들은 이사회를 소집해 오히려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신 전 부회장 측 조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과 쓰쿠다 사장이 각자 변호사만 대동하고 면담을 했지만 합의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며 "이후 신 총괄회장은 롯데홀딩스 빌딩 식당에 300명 직원을 불러놓고 임원해직, 재택근무, 건물 출입금지 명령을 발표했다. 그리고 신임사장에 신 전 부회장을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안 변호사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그는 "신 총괄회장 측엔 통역을 위한 여성 한명이 동석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신 총괄회장이 매달 보고하러 오는 쓰쿠다 사장을 몰라보는 일이 반복됐다"며 "쓰쿠다 사장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지금 무슨 일을 하나', '어떤 일을 하나' 등 롯데홀딩스와 무슨 상관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신 총괄회장은 입회한 변호사도 계속 몰라봐 변호사가 웃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 법원에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사건이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도 신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무효 소송의 쟁점으로 부각되며 재판부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롯데 측은 애초 신 총괄회장 건강상태에 대해 직접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대신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앞세우는 것에 대해 "진정한 의사인지 의심스럽다"는 식의 우회적 표현을 써왔다. 하지만 이후 신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를 상대로 도쿄 지방재판소에 제기한 해임 무효 소송을 시작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반면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 전 부회장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면 신 총괄회장을 원대복귀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그는 성년후견인 지정에도 반대입장을 냈다.

◇“야구단 인수 위해 종업원지주회 설립” vs “종업원지주회, 법상 실체 인정돼”

신 전 부회장 측은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가 롯데홀딩스 지분을 갖게 된 배경에는 일본 세법 적용 회피와 일본 야구단 인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이 1966년경 야구장 인수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일본 야구단 협정상 외국인 지분이 49% 이상이면 야구단 인수가 금지됐다. 아울러 당시 일본 세법 개정으로 친족 지분이 50%를 초과할 경우 유보이익에 대한 추가과세를 물었다. 신격호는 한국 국적으로 롯데그룹 지분 100% 를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조 변호사는 "당시 지분을 취득한 롯데 관계 3사, 종업원지주회, 임원지주회,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는 일본 국적 회사이다. 이에 따라 당시 롯데 지분 58.3%는 일본 국적이 됐다"며 "이러한 지배구조 변화로 야구단 인수가 가능했고 세법적용도 피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롯데 측 안정호 변호사는 "주장 곳곳에 사실관계가 다른 점이 있다"고 맞섰다. 안 변호사는 "일본 야구단 운영 국적 제한 규정은 롯데가 야구단을 인수한 이후에 발효됐다. 또 야구단 인수는 1971년이고 종업원지주회·임원지주회 설립 시기는 각각 1986년, 1990년이다. 두 개를 연관시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안 변호사는 종업원지주회 지분이 신 총괄회장 차명주식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종업원지주회에 대해 일본 국세청의 조사가 있었다. 차명 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을 것이라는 경리부 직원의 진술이 있다"며 "차명주식이라면 언제라도 지분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업원지주회는 일본법상 실체가 인정된 조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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