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빚과 그림자]② 청년 빚에 발목 잡혔다
  • 이준영 기자 (lovehope@sisapress.com)
  • 승인 2016.04.1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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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에 취업도 안 돼"
직장 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빚을 진 청년층이 늘고 있다.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한 대학생들은 한 학기 400~500만원의 학자금, 생활비를 대출로 해결한다. 서울 시내 한 대학 도서관 모습. / 사진=이준영 기자

"대학 4년간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로 4500만원을 빌렸어요. 대학 졸업 후 3년만에 취업하고 결혼도 했습니다. 5년간 학자금 대출을 갚았지만 아직도 2100만원을 더 갚아야 해요. 월세와 생활비도 나가는 데 학자금 대출 원리금까지 갚으려니 팍팍합니다."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박모씨(35세) 이야기다. 박 씨는 2006년도 대학에 입학해 2011년에 졸업했다. 그는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학자금과 생활비를 빌렸다. 학교를 졸업했지만 취업이 안됐다. 3년을 백수로 지냈다. 백수로 지낸 기간에도 학자금 대출 원리금은 꼬박 갚아야 했다. 2025년까지 학자금 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상환이 끝난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빚을 진 청년층이 늘고 있다.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한 대학생들은 한 학기 400~500만원에 달하는 학자금과 이 외 생활비를 대출로 해결한다. 6030원의 최저 시급 아르바이트로 학자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긴 역부족이다.  

한국장학재단의 2015년 한해 학자금 대출 금액은 1조7517억원에 달했다.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 학생은 46만39명이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대학생과 청년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햇살론 보증 실적도 지난해 747억94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146억6600만원보다 4배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7월말 기준 대학(원)생들은 은행권에서 학자금 외 용도(생활비)로 1조839억원을 빌렸다.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대학생 등 청년층은 취업만 하면 빚을 갚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학자금과 생활비를 빌렸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청년 실업률은 악화됐고 일자리 질도 열악했다.

졸업 후 6년째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한 모씨(32)는 "지난 6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본 후 두세 달 열심히 일해 학자금을 갚아 나갔다. 그리고 다시 그 다음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졸업한 김 모씨는 취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시급 6500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며 "학자금 원리금은 아르바이트로 번 돈과 부모님 지원으로 갚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실업률은 4.9%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올랐다. 2010년 2월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25~29세, 60세 이상 등 경제적 취약계층 실업자가 전년보다 11만4000명 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생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12.3%에 달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8월 기준 신규 채용 청년층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64%를 기록했다. 2008년 54%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채무 조정을 신청한 20대도 급증했다. 신복위에 따르면 지난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20대는 9519명으로 1년 전 8090명 보다 17.7% 늘었다.

박모씨는 "400만원에 달하는 한 학기 등록금이 낮아져야 한다"며 "고지서상 등록금이 줄어든 만큼 빚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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