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추가로 롯데·SK 달래기 나섰나
  • 박상인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 승인 2016.04.14 18:50
  • 호수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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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유통기업 특혜 논란 불식 위해서라도 면세점 경매제도 도입 시급

지난 3월31일,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발표된 개선 방안의 핵심 내용은 면세점 특허 기한을 10년으로 연장하고, 결격 사유가 없는 한 특허 갱신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또 특허수수료율을 현행 매출액의 0.05%에서 최대 1%로 인상하되, 매출액 2000억원 이하는 0.1%, 2000억부터 1조원 사이는 0.5%, 1조원 초과분은 1% 등 매출 구간별로 차등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신규 특허를 심사할 때 평가 점수에서 일부를 감점하는 방침도 밝혔다.

3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대강당에서 열린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장 앞에서 워커힐면세점 관계자가 면세점 사업권 재지정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면세점 과정, 잘 짜인 각본 따라 진행되는 듯

정부의 개선 방안 발표에 앞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가 3월16일 열렸다. 3월31일 발표된 정부의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은 이날 주제 발제에서 제시된 몇 가지 안들 중에서 이른바 ‘1안’으로 소개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공청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추가 발급 여부에 대한 결론은 이번 개선 방안에 포함하지 않고, 4월말로 미뤘다.

공청회, 정부 개선 방안 발표, 핵심 이슈에 대한 결정 연기 등 면세점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보면 마치 잘 짜인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듯하다. 지난해 11월에 신세계와 두산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선정되고, 기존의 롯데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이 탈락한 이후, 지속적으로 탈락 사업자들이 제기한 민원을 정부가 수용하는 각본을 말한다. 사실 3월31일 정부가 발표한 개선 방안은 관세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들이며, 개정한다고 해도 소급적용이 가능할지 의문인 내용들이다. 즉, 입법 절차가 필요하며,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이에 반해,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은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라 관세청장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다. 따라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허용을 4월말에 발표하기 위해, 기존 사업자들 달래기용으로 이와 같은 개선 방안을 한 달 앞서 발표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신규 면세점 관계자들은 “공청회를 급하게 열고 6월에 발표하기로 한 개선안을 미리 당겨 발표한 것이 롯데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의 영업만료일을 고려한 꼼수”라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특히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수를 늘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2015년 관광객 감소는 무시하고 2013년 대비 2014년 관광객 수 증가만을 고려해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의 기준을 적용하려 한다는 불만도 표출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대기업들이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추가로 따고자 할 때는 시내면세점에 대한 초과 수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막상 사업권을 따고 난 후에는 과잉 경쟁으로 모두 죽을 판이라고 아우성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신규 사업자들이나 탈락 사업자들 모두 현행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은 부인하면서, 시내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아니며, 앞으로는 더욱더 아닐 것이라고 이구동성을 낸다. 그런데도 사업권을 반납하겠다는 대기업은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신규 특허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업은 많다. 황금알을 낳지도 않는 사업이라면서도 3월16일의 공청회는 그야말로 기업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천공항면세점의 임대료는 매출액의 약 35% 수준이다. 면세점 임대료에는 상가 임대료도 포함되지만 대부분은 면세점 전매특허수수료다. 이에 비해, 시내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은 0.05%에 불과하다. 정부가 밝힌 개선 방안에 따르더라도, 최고 1%에 불과하게 된다. 시내면세점 전매특허라는 무형의 국민 재산을 사실상 재벌 유통기업들이 공짜로 쓰고 있는 셈이다.

시내면세점 전매특허라는 무형의 국민재산에 대한 적정 가격이 설정되지 않고 사실상 공짜인 상태에서, 누군들 사업권에 탐을 내지 않겠는가? 언뜻 보기에 모순되는 것 같은 과잉 공급의 우려와 개별 사업자의 특허를 받고자 하는 욕구는 사실 적정한 가격이 설정되지 않고 공짜로 공급되는 전매특허 때문에 양립하는 것이다. 가격 경매 방식에 기초한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매는 무형의 국민 재산인 면세점 전매특허를 사업 능력이 가장 좋은 사업자에게 배정하고, 동시에 국가 재정 수입을 가장 많이 올리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시장 메커니즘이다. 이렇게 설정되는 경매가격은 사업자가 부담하게 되는 시설 투자 비용과 미래에 대한 수요 예측을 가장 잘 반영하게 된다. 가격 경매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다면, 사업 기간이 5년이든 10년이든 사업자들이 원하는 대로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인천공항면세점의 사업 기간이 5년이지만, 이를 10년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하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 현행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특허수수료율 아래서, 재벌 유통기업들이 공짜로 더 오래 사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떼를 쓰는 셈이다.

공짜이고 특혜인 사업권을 따기 위해 재벌 기업들이 사력을 다하고,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불복과 불만으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고 있음도 정부는 주목해야 한다. 국가 재정 수입도 극대화하고, 가장 효율적인 사업자도 선정하고, 선정 결과에 모두 승복해 사회적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는 경매 제도를 우리 정부와 관료들은 도대체 왜 도입하지 않겠다고 버티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눈앞의 이익에 매몰된 재벌 기업들의 떼쓰기 때문인지, 관료-정치인-재벌 유통기업으로 형성된 면세점 마피아가 존재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재벌 기업들을 위한 ‘떼법’을 만들어주는 것이 경제 활성화를 위하는 것이라는 착각 때문인지 궁금하다.

20대 국회가 개원되면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방식의 개선을 위한 관세법 개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사업자 선정을 가격 경매 위주로 하자는 법안이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다. 재벌 유통기업의 전유물이 된 시내면세점 사업권은 중소기업들에게도 활짝 개방해야 한다. 국민만 바라보는 20대 국회의 선택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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