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은데 곳간은 텅텅”…조선 3사 구조조정 현실화하나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4.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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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가시화 전망도…일본·중국으로 인력누출 가능성
대우조선해양이 지난달 31일 인도한 송가 오프쇼어 반잠수식시추 4호선. / 사진=대우조선해양

“곳간은 비었는데 흉년까지 들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나.”

총선 다음날인 14일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공멸을 피하기 위해서는 차악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총선이 끝나고 인력 구조조정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오는 8월 기업활력제고법특별법(원샷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조선사에 구조조정 등의 자구책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조선 3사의 본사 인력 구조조정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다만 직영 일감이 줄자 협력사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수주도 부진하다. 인력 구조조정 없이는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5일 현대중공업 협력사 관계자는 “회사가 어렵다보니 협력사와 직영직원 사기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사측에서는 전환근무 등을 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현장 노동자가) 언제 잘려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력 구조조정설이 가장 매섭게 돌고 있는 곳은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은 쌓인 적자 규모가 5조원 이상이다. 지난해에만 2조93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좀비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대우조선은 지난달 회사를 수조원대 적자 늪에 빠뜨린 노르웨이 해양플랜트 일명 ‘송가 프로젝트’를 인도하며 반전 기틀을 마련했다. 다만 송가 측이 대우조선 측 책임으로 시추선 손상이 발생했다며 대우조선해양에 658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대우조선 엔지니어는 “송가 인도가 끝났지만 플랜트 발주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경영진이 노조에 파업자제 등을 말하면서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제시한 자구안으로) 수조 빚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정치권도 조선 3사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제조업 공급과잉이 심각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며 “조선 3사는 2개 혹은 1개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8월부터는 기업활력제고법특별법(원샷법)이 시작된다. 불황골이 깊은 철강업, 조선업 등이 원샷법 첫 번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3선 출신 여당 국회의원은 “(주제가 민감해) 답하기 곤란하다. 다만 원샷법도 경제가 어려워서 하는 건데 살기 위해서는 쓴약도 마셔야 할 때가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조선사 인력 구조조정은 이미 정치권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조선 3사 인력 구조조정 문제가 연내에 불거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만약 현장 노동자 대량해고사태가 촉발한다면, 조선 전문인력을 중국과 일본 조선사가 대거 영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형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호황기에 중소형 조선사 인력을 많이 끌어왔다. 도크가 빈다면 수만 명의 인력이 붕 뜨게 된다. 해양물량들이 인도되고 나서 추가 발주가 없다면 구조조정 문제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아직 국내 조선사들은 강제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신규인원을 뽑지 않는 자연감소방법을 택한 것 같다. 만약 국내 조선사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면, 현장 인력들이 중국이나 일본 등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인력 브로커도 활개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치권과 조선사 경영진이 노동유연성을 늘리려면 이에 그에 대한 보완대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선사 직원을 위한 연금제도나 전환 재교육 등을 시행하는 등 생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보원 카이스트 교수는 “사용자가 노동계 우려사항을 불식시킬 수 있는 보완적인 제도를 만들어야만 한다”며 “커리어와 연계된 연금제도와 같은 안전망을 먼저 갖춰주고 노동유연성을 요구해야 한다. 충분한 재교육 시스템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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