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버이연합, '비박' 김무성 규탄 집회에도 알바 동원
  • 조해수·조유빈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04.18 09:25
  • 호수 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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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선거 직전 박원순 규탄 집회에도 알바 투입…“어버이연합 뒤에 BH(청와대) 있다 공공연히 말해”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이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규탄 집회에 ‘탈북자 알바’를 대규모로 동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어버이연합은 ‘아스팔트 보수’의 대표 주자로 친여적 성향을 보여왔지만,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운 인물에 대해서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규탄 집회를 열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어버이연합 집회 회계장부<‘[단독]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 1200명 동원 확인’ 기사 읽기>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은 김 전 대표를 비롯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산케이(産經)신문 등에 대한 규탄 집회와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지지 집회 및 KBS 왜곡 보도 규탄 집회에 탈북자 알바를 대거 투입했다. 어버이연합은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할 시민단체임에도 정치적 논리에 묻혀 박근혜 정부의 홍위병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월25일 김무성 대표가 참석해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김무성 대표를 규탄하는 시위를 갖고 삭발을 하고 있다. © 뉴스1

당 대표 선거 앞두고 김무성 노골적으로 규탄 

집회 회계장부를 보면 어버이연합은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102회의 집회를 가졌다. 이때 고용된 탈북자는 모두 3809명으로, 이들에게 지급된 알바비만도 7618만원에 이른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과거 언론을 통해 “회원 200여 명이 내는 회비 350만원과 폐지·빈병 등을 모아 번 돈 100만원 등이 월수입의 전부”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7000만원이 넘는 알바 비용은 어디에서 충당된 것일까?<[단독] 보수집회 알바비, 경우회·유령회사가 댔다> 이에 대한 답은 어버이연합이 참여한 집회를 살펴보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2014년 6월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가 개최한 문창극 당시 총리 후보자 사퇴 반대 집회가 연일 열렸다. 6월20일과 24~27일 개최된 집회에는 탈북자 알바 244명이 동원됐다. 현장에서는 문 후보자의 인사청문위원장으로 내정된 박지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현 국민의당 의원)과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 내용을 보도한 KBS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어버이연합이 규탄한 인물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포함돼 있었다. 어버이연합 등은 김 전 대표가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며 ‘구태 정치꾼’이라고 비난하면서 인형을 만들어 화형식을 준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당시 새누리당 내에서 문 후보자의 사퇴를 주도한 인물은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이었다. 이때는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박 김 전 대표와 친박 서 의원 간 당권 경쟁이 본격화된 시점이었다.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는 문 후보자 사퇴 반대 집회라는 명분을 내세워 김 전 대표에 대한 당 대표 ‘낙선 운동’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버이연합의 2014년 집회 회계장부 © 시사저널 임준선

지방 선거 직전 박원순 규탄 집회에 알바 투입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김 전 대표에 대한 노골적인 비토가 이어졌다. 어버이연합 등은 같은 해 7월10일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김무성 당 대표 자격 규탄 집회를 열었는데, 28명의 탈북자가 알바로 동원됐다. 어버이연합은 이때 ‘(김 전 대표) 딸 교수 채용 특혜 의혹’ ‘독도 무시 발언’ ‘(세월호 관련) 한국선주협회 후원으로 중동 외유’ 등을 언급하며 당 대표 자격이 없다고 강력 규탄했다. 김무성 규탄 집회는 전당대회 직전인 같은 해 7월11일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후보자 합동연설회까지 이어졌다. 이때 동원된 탈북자 알바는 89명에 이른다.

어버이연합과 함께 집회에 참가했던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은 “당시 돈을 주고 탈북자를 고용했다. 탈북자들이 자원 봉사자도 아니고 돈 없이 움직이겠느냐. 어버이연합 측에서 교통비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월말에 한꺼번에 계산해서 (알바비를) 지급했는데 뭐가 교통비란 말이냐”고 되물었다. 김 회장은 “(우리는)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집회를 개최한다. 그런데 김무성 당 대표 반대 집회가 보수의 가치와 무슨 관련이 있나. 탈북자 문제와도 전혀 관련이 없다. 친박 대 비박 간의 싸움에 탈북자들이 이용당한 셈이다”며 “돈은 어버이연합을 통해 받았기 때문에 윗선이 어딘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 집회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어버이연합은 박근혜 정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버이연합은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이석기 전 의원 규탄 집회 및 통합진보당 해산 촉구 집회에 350명의 탈북자 알바를 동원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서울시청 청사와 박원순 당시 후보 캠프 등지에서 이른바 농약 급식과 관련한 박원순 규탄 집회를 가졌는데 여기에도 167명의 탈북자 알바가 투입됐다. KBS 앞에서 벌어진 문창극 총리 후보자 왜곡 보도 규탄 집회에는 246명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관련 기사를 게재한 산케이 신문에 대한 집회에는 103명이 고용됐다. 세월호 반대 집회에는 최대 인원인 1259명이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환영 행사에도 알바 99명이 동원됐다는 점이다. 탈북단체의 한 간부는 “어버이연합 사무실 유리창에는 태극기와 함께 미국 성조기가 그려져 있다. 반공·친미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단체가 중국 주석 환영 행사에 알바까지 동원한 것이다”며 “박근혜 정부가 하는 일은 무작정 지지하고 보는 실태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집회가 아닌 곳에도 탈북자들이 동원됐다. 2014년 10월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하는 ‘증거 수집 장벽에 안보가 흔들린다-대공수사력,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라는 정책토론회에 23명의 알바가 자리를 채웠다. 김용화 회장은 “어버이연합은 자신들의 뒤에 BH(청와대)가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그래서) 서울지방경찰청도 (어버이연합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동원하면서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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