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아슬아슬한 ‘SM6 대박행진’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4.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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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5 판매↓ 경쟁모델↑...신차투입 성적 관건
르노삼성 중형세단 SM6. / 사진=르노삼성차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달 르노삼성 중형 세단 SM6 판매가 급증하며 한 체급 아래모델인 SM5 판매량은 추락했다. SM6 출시당시부터 제기된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즉 신제품 출시에 따른 기존 제품판매 잠식효과가 발생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다음 달 들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이 SM5 프로모션을 다각화하며 판매량 띄우기에 나섰으나 일선 영업사원들이 “SM6 제원이 좋은데 SM5를 권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쟁사인 한국GM은 SM6 동체급의 신형 말리부 출시까지 예고하고 있다. 르노삼성이 SM6로 1분기 승자로 올라섰지만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 산적했다. 하반기 투입되는 신차가 각광받지 못하면 SM6 신화가 삼일천하(三日天下)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나이 든 ‘SM5’...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

SM6이 대박을 터뜨리며 SM5는 찬밥신세가 됐다. SM5 최저가격은 2209만원, SM6는 2325만원이다. 엔트리급 기준 SM6가 약 100만원 비싸지만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하면 SM5를 압도한다.

2000만원대 중형세단을 찾던 소비자가 SM6로 눈을 돌리면서 SM5 판매량은 곤두박질 쳤다. 지난달 SM5 판매량은 전월대비 33.5% 감소한 867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SM6는 6751대 판매되며 르노삼성 월간내수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르노삼성은 4월 SM5 판매조건을 강화하며 응급처치에 나섰다. 특히 법인택시 수요가 있는 SM5 LPG 모델에 힘을 실어줬다. 르노삼성은 이달 SM5를 현금 구매 시 150만원을 할인해주는데 LPG모델은 200만원 더 깎아준다. 지난달 LPG모델 추가할인액은 100만원이었다.

다만 가솔린 모델과 다운사이징 모델인 TCE모델 판매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선 영업대리점부터 SM5 판매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17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한 르노삼성 대리점을 찾아 SM5에 대해 묻자 영업사원은 “차라리 SM6를 사는 게 낫다. SM5 뿐 아니라 SM7 보다도 (가성비가)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소재 한 르노삼성 대리점 차장은 “SM5보다 SM6를 판매하는 게 영업이익 면에서도 훨씬 낫다. SM5를 굳이 추천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본사 차원에서는 고르게 판매가 뛰면 좋겠지만 영업소 입장에서는 SM5는 이미 죽은 차량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 중형세단시장 독주 어려워...신형 MPV·소형차 관건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SM6가 쌍용차 티볼리처럼 소년가장 역할을 해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티볼리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마땅한 경쟁자없이 독주체제를 구축한 것과 달리 중형세단에는 경쟁모델이 산적했다.

SM6를 위협할 경쟁모델로는 한국GM 신형 말리부가 꼽힌다. 한국GM은 오는 2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신형 말리부 출시 행사를 갖고 예약판매를 시작한다.

그 동안 한국GM 말리부 존재감은 미미했다. 월간 판매량이 1000대 미만에 머물며 중형세단 경쟁대열에서 이탈했다. 다만 9세대 모델로 완전변경 된 신형 말리부는 디자인과 제원을 한층 끌어올렸다. 2월 미국시장에서만 전년대비 53.3% 급증한 2만1418대가 판매됐다.

신형 말리부가 가세하면서 국내 중형세단 시장은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K5, 르노삼성 SM6, 한국GM 말리부 4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SM6 신차효과가 종료되면 4개 모델 간 판매량은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이에 르노삼성은 제2의 SM6를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이·취임식에서 "르노 제품을 한국으로 적극 가져와 제품군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다목적차량(MPV) 에스파스와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각각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삼성은 차종 변화 측면에서 신 차종 투입은 물론 명칭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SM4와 SM8을 새롭게 투입하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며 “쿠페 형태의 전향적인 디자인과 고성능화를 추구하면서 소비자의 입맛을 다양화시키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QM1 등 다양성을 갖춘 SUV모델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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