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상파, 다중채널 시대 살아남을 수 있나
  • 고재석 기자 (jayko@sisapress.com)
  • 승인 2016.04.1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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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성 갖추지 못하면 콘텐츠 소비환경 변화 적응 못해

덩치가 크면 발걸음이 둔해져 움직이기 쉽지 않다. 덩치를 키운 성공의 유혹에도 도취되기 쉽다. 그 사이에 가벼운 발놀림으로 틈새를 확보하는 이들이 생긴다.

지상파 방송사는 국내 콘텐츠업계에서 압도적인 거인이다. 매체환경이 텔레비전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절에 지상파의 적수는 지상파 밖에 없었다. KBS, MBC, SBS 그들끼리 경쟁했다. tvN과 JTBC의 성장이 그 자체로 이슈가 될 정도였다.

세상이 변했다. 1996년에는 세계인구의 0.6%가 인터넷을 사용했다. 지금은 세계인구의 40%가 인터넷을 사용한다. 텔레비전이 보급되지 않은 오지에 되레 인터넷 전용회선이 먼저 깔린다. 콘텐츠 소비환경이 획기적으로 달라진 것이다.

지상파의 상대는 모든 동영상 플랫폼으로 확대됐다. 유튜브(YOUTUBE) 뿐만이 아니다. OTT(Over The Top)라는 용어는 시대의 변화를 절묘하게 포착했다.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업체들의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한 MCN 채널 대표는 어느 인터뷰에서 회사의 목표를 “NEW SBS”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지상파 3사는 지나치게 둔하다. MBC는 아프리카TV를 벤치마킹한 ‘마이리틀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MCN의 옷만 살짝 걸쳐 입었을 뿐, 속살은 전통 미디어 프로그램이다.

KBS는 그나마 낫다. 지상파 중 가장 빠르게 MCN 채널을 선보였다. KBS는 지난해 7월 Yettie 스튜디오라는 이름의 MCN 채널을 개국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지나치게 커진 덩치 탓에 전략적 유연성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상파에 비해 덩치가 작은 CJ E&M은 유연하다. 다이아티비(diatv)는 CJ E&M이 만든 대표 MCN 브랜드다. 현재 다이아티비에 소속된 크리에이터들은 700여 팀이 넘는다. 지난 1년 사이 2배가 됐다. 이들이 보유한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3600만명이다. 월간 조회 건수는 8억건에 달한다.

그런 CJ E&M조차도 대기업의 한계를 갖는다. CJ E&M에서 MCN 사업에 참여했던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는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CJ는 크리에이터를 광고 채널로만 보더라"면서 "비중이나 우선순위가 나와는 달랐다”라고 말했다.

방송사가 바뀐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광고비중 변화다. 지난해 모바일 광고비는 1조 2000억원을 넘어섰다. 1년만에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반면 지상파 방송사 광고비는 되레 감소했다. 모바일에 특화한 MCN 사업이 생존의 조건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는 OTT 업체와 방송사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OTT 업체 입김이 방송사보다 결코 작지 않다. 국내 방송사도 콘텐츠를 넘어서는 플랫폼 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까닭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최근 방송사의 화두는 웹드라마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고 전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다만 단순히 텔레비전 드라마를 웹에 옮겨놓는다는 식의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기존의 전략을 모두 부정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규모의 경제가 콘텐츠업계의 승패를 좌우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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