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에 휴대전화 안심번호 제공해야 한다”
  • 이택수 | 리얼미터 대표 (.)
  • 승인 2016.04.21 18:57
  • 호수 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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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여론조사 참사 그리고 그 대안

공식 선거가 마감된 시각인 4월13일 저녁 6시, 많은 국민은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기 위해 TV 앞에 모여 앉았고, 6시 시보(時報)를 알리는 소리와 함께 노출되는 각 당의 의석 범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화면에는 굳은 표정의 새누리당 지도부 인사들, 환호하는 더불어민주당(더민주)과 국민의당 지도부 인사들의 표정이 교차하면서, 새누리당의 과반 실패 정도의 결과가 나오나 싶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을 정작 놀라게 만든 것은 과반에 못 미쳐도 훨씬 못 미치는 의석 범위였다. 공표 금지 기간 전에 발표된 전화 여론조사 결과와 달라도 너무 달랐고, 틀려도 너무 틀렸다.

선거 전까지 많은 정치평론가와 여론조사 전문가에 의해 새누리당 과반 의석은 당연시됐었고, 궁금했던 것은 새누리당이 과반을 얼마나 넘을지 여부와 더민주의 107석 달성 여부, 국민의당의 교섭단체 구성 여부였는데, 출구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참패, 야당의 과반 선전’이었다.

여론조사 참사를 막기 위해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월12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시장 한 정당 유세에 모인 인파. ⓒ 연합뉴스

그리고 새벽 늦게 드러난 개표 결과에서는 출구조사 결과와도 또 다르게, 원내 제1당과 2당의 순서가 뒤바뀌어 있었다. 출구조사 결과가 1996년도 이후 6번의 총선을 거치면서 20년째 지속적으로 어긋나는 순간이었다. 무려 66억원의 비용을 투입하고, 조사원 1만2500명에 감독관 500여 명이 투입된 대규모 조사였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틀린 것이다.

출구조사도 1996년 이후 20년 동안 틀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4·13 총선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더민주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결과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고, 가능하다고 보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공표 금지 기간 직전까지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믿어왔던 유권자들 입장에선 여당이 최소한 150석 안팎 정도는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여론조사업계가 RDD(Random Digit Dialing)를 도입하게 된 계기가 됐던 1차 여론조사 참사 이후, 실로 6년 만인 2016년 총선에 2차 여론조사 참사가 일어난 순간이었다.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vs 한명숙 후보가 20%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보였다가 0.6%포인트 격차로 개표되면서 깜짝 놀라게 된 이유는, 절반에 가까운 전화번호부 비등재 가구를 포함시키지 않아왔던 ‘포함 오차(Coverage Error)’ 때문이었고, 그 이후부터 전화번호 무작위 생성 방식인 RDD 방식이 보편화하면서 여론조사 무용론은 잠잠해졌다.

하지만 6년이 지난 2016년 4월 총선에서 또 다른 ‘포함 오차’가 유권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는데, 그것은 바로 휴대전화 이용자들을 여론조사에 포함시키지 못하는 문제였다. 왜냐하면 휴대전화 조사는 전국적 조사에선 RDD 방식으로 여론조사 기관들이 생성해 사용하고 있지만, 지역구 조사에선 휴대전화 번호 체계가 유선전화 국번과 달리 지역 정보가 담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의 협조가 필요한데, 안심번호 형태의 휴대전화 번호 제공이 정당 경선과 정당 정책 조사에서만 의무화돼 있기 때문에, 패널 형태의 조사가 아니라면 대체로 유선전화로만 여론조사를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통상적으로 휴대전화 포함 여부에 따라 야당 지지층의 반영 비율이 달라지는데, 가령 휴대전화 데이터베이스를 많이 반영시킬수록 야당 지지율은 높게 나타난다. 이는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반영 비율은 실제 모집단 비율에 맞게 적정 수준으로 반영시켜야 선거 예측의 적중률이 높아진다. 휴대전화를 100%로 반영해 유선전화를 배제하는 것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유선전화만 사용하는 유권자들을 포함시키지 않는 ‘포함 오차’를 유발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여하튼 이번 총선을 계기로 언론사 여론조사에도 추가적으로 이동통신사에서 안심번호 휴대전화 번호 제공을 허용하게 해주는 법적 보완이 필요하며, 향후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여야 의원들이 이번 2차 여론조사 참사를 똑똑히 목도했기 때문에, 법 개정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조사기관들의 통계 보정 과정으로, 바로 ‘인구 통계’ 외 ‘선거 통계’의 추가 보정에 대한 법적 허용 여부다. 말이 좀 어려워서 그렇지 복잡한 것은 아니다. 기존의 성·연령·지역의 인구 센서스 변인(變因)만 통계 보정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집계한 직전 선거 결과를 추가로 보정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허용되던 것이 돌연 이번 선거 막바지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금지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집계된 공식 데이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통계 보정에 사용하지 말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처분이 내려지고 있다.

법적으론 선거 여론조사 기준 제14조에 허용된 방식이지만, 여론조사 기관들에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은 채 돌연 적용을 하지 못하게 했다. 적용한 조사기관들에는 수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해, 사실상 선거 통계는 여론조사 보정 과정에 적용할 수 없게 됐다.

휴대전화로 조사하면 야당 지지율 높아

한국의 정치선거 여론조사에서 정치 성향별 표집 현황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여권 성향의 과대 표집, 야권 성향의 과소 표집으로 요약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수도권에서 특히 여권 성향이 과대 표집되고 있는 반면, 야권 성향은 과소 표집되고 있으며, 호남권에선 이와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리얼미터 조사팀이 2월6일부터 20일까지 2주 동안,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된, 1) 성·연령·지역별 ‘기본가중’만을 적용한 지역구 선거여론조사의 새누리당 정당 지지도와 2) 해당 시기 휴대전화 조사를 통해 여당 과대 표집 현상을 통제하고 있는 한국갤럽의 새누리당 정당 지지도를 비교한 결과, 수도권과 충청, 영남권에서 거의 대다수 여심위 등록 조사의 새누리당 정당 지지도가 한국갤럽의 새누리당 정당 지지도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여심위 등록 ‘기본가중’ 조사의 새누리당 정당 지지도는 한국갤럽의 새누리당 정당 지지도에 비해 평균 13%포인트가 더 높았고, 최대 격차는 26%포인트로 나타났다.

반대로 호남권에선 거의 대다수 여심위 등록 ‘기본가중’ 조사의 새누리당 정당 지지도가 한국갤럽의 새누리당 정당 지지도보다 낮고, 평균적으로는 8%포인트, 최대 13%포인트가 더 낮게 집계됐다.

이러한 정치 성향별 과대 또는 과소 표집 현상은, 그 발생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논외로 하고, 현재 성·연령·지역별 인구가중만으론 표본의 대표성 확보를 위한 통계 보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선거 통계’를 활용한 추가 통계 보정을 허용하고 있는 기준의 제14조 제2항·제3항에 따라서, 정치 성향별 과대 또는 과소 표집의 문제는 무조건 보정돼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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